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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北 풍계리서 핵실험 준비 징후...갱도 한 곳 다시 열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한 곳을 다시 여는 등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6일 밝혔다.

지난 2018년 5월 25일 폭파 전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25일 폭파 전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IAEA "풍계리 갱도 재개방"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이 빈에서 열린 분기 이사회에서 "2018년 북한이 폐쇄를 선언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중 하나가 재개방된 징후를 포착했다"며 "이는 핵실험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 덧붙여 지어지던 별관에 지붕이 설치됐다"며 "외견상 별관 건설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변 경수로 주변의 건물 한 개 동이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공사 끝에 완공됐고 인접 구역에 건물 두 동이 착공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심각한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北, 4년 만에 핵실험 재개?

그로시 총장이 지목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과거 북한이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했던 장소다. 북한은 앞서 2018년 5월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을 약 한 달 앞두고 '신뢰 조치'의 일환으로 한·미·중·러·영 등 국제 기자단이 참관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당시 폭파됐던 갱도는 2, 3, 4번으로, 북한은 최근 들어 이 중 3번 갱도 복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번 갱도를 단기간에 복구하기 위해 갱도 내부로 가는 통로를 아예 새로 굴착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그로시 총장이 재개방했다고 밝힌 갱도도 3번 갱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 측은 2018년 폭파 직전 기자단에 2, 3, 4번 갱도의 내부를 공개했지만, 입구 부근에 폭약이 설치된 정도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3번 갱도는 두 개의 가지 갱도로 돼 있는데, 핵시험들을 일시에 단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된 갱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입구 부근만 훼손된 것이라면 쉽게 복구해 언제든 다시 핵실험에 3번 갱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이와 관련,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복구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핵 전문가이자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은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의 기존 입구와 새 입구를 연결하고 굴착 과정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며 "핵실험을 위한 공간까지 전기 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만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케이블 작업은 핵폭발 위력 등을 측졍하기 위해 계측장비와 지상 통제소를 케이블로 잇는 작업으로 핵실험 준비의 막바지 단계로 인식된다. 여기에 흙·자갈·석고·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갱도를 채우는 '되메우기' 작업까지 이뤄지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만 이날 그로시 총장이 밝힌 갱도 재개방 정황이 이런 마지막 준비 작업들까지 마무리됐다는 뜻인지는 명확치 않다.

지난 2018년 5월 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당시 촬영된 풍계리 2번 갱도의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당시 촬영된 풍계리 2번 갱도의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핵실험 임박" 선제 공개 한ㆍ미 

앞서도 한ㆍ미는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꾸준히 내놓았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 관련 입수한 첩보를 사전에 공개해 '북한은 한ㆍ미 손바닥 위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3일 한ㆍ미ㆍ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미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ㆍ미ㆍ일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적절한 군사 태세(military posture)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도 한ㆍ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ㆍ일 방문 중 혹은 이후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 실험에 나설 거란 분명한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방한 기간 실제 북한의 도발은 없었지만, 이후에도 설리번 보좌관은 "앞으로 핵실험은 있을 것"(지난달 22일)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섞어 쐈던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하는 게 탐지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며 핵실험 감행 전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하는 모습이다. 5일에는 평양 등 네 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덟 발을 쐈는데, 전날까지 사흘에 걸쳐 이뤄진 핵 항모를 동원한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에 북한이 실제 핵실험 감행 전까지 당분간 '간 보기'를 이어갈 거란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은 한ㆍ미 당국의 예측을 빗겨나 허를 찌르는 도발을 시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19에 최대 비상 방역 체계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핵실험을 통한 정치적 효과 극대화가 쉽지 않을 거란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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