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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주역들 “트럼프는 미국 최초의 '선동'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었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례 없는 공개 협박으로 선거 제도를 파괴하려 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폭동을 선동한(seditious)’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선 오는 9일(현지시간)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첫 공개 청문회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로 난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로 난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들은 공동 칼럼에서 “지난 1796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고별사를 통해 ‘교활하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자가 국민의 권력을 전복하려 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우린 닉슨을 마지막으로 그런 인물을 보지 않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트럼프가 나타났다”며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그의 노력은 닉슨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두 전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요소인 선거 과정에까지 개입했지만, 이를 위해 동원한 방법은 트럼프의 경우가 더 나빴다는 것이다. 앞서 닉슨은 지난 1972년 워싱턴 D.C.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대한 불법 도청을 시도하는 등 불법 행위를 벌였고, 당시 WP 기자였던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의 추적 보도로 인해 결국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한 칼 번스타인(왼쪽)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오른쪽)의 지난 2010년 모습. 가운데는 당시 기사 게재를 결정했던 벤 브레들리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인. [밥 우드워드 페이스북 캡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한 칼 번스타인(왼쪽)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오른쪽)의 지난 2010년 모습. 가운데는 당시 기사 게재를 결정했던 벤 브레들리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인. [밥 우드워드 페이스북 캡처]

이후에도 닉슨의 불법 행위를 수십 년간 추적한 두 기자는 “언론과 의회 특별위원회‧대법원 등에서 파악된 닉슨의 불법 행위는 정치 스파이‧공작‧허위 정보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었다”며 “반면 트럼프는 선거 관리들을 공개적으로 협박해 선거 제도를 파괴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절차에 따른 권력 이양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례로 트럼프가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월 6일을 전후해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압박했던 사실을 제시했다. 1월 6일에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은 대통령 당선자를 확정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만, 트럼프는 펜스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으라고 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신이 그 힘을 갖는다면 멋지지 않겠는가”라고 물은 뒤, 펜스가 재차 거절하자 “내가 널 만들었다. 내가 없다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 지지자가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는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 지지자가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는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선동적인 메시지를 보냈고, 결국 그의 지지자들이 ‘선거부정’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 짓는 마지막 절차를 진행 중인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은 “트럼프는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선동은 연설 등을 통해 국민이 통치 권력에 반기를 들도록 했다. 따라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선동 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한편, 오는 9일 시작되는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진상조사위 공개 청문회는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동부시간) TV로 전국에 생중계된다. 위원회는 그간 1000명이 넘는 인물을 인터뷰했으며, 12만 5000건 이상의 기록을 검토했다고 WP는 전했다. 민주당 소속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의원은 “충격적인 새 증거들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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