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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경고 날린 尹의 현충일…北 언급 한번 안했던 文과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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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현충일은 문재인 정부의 현충일과는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를 통해 ‘북한’을 직접 겨냥하며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강조했다. 꼭 1년 전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을 단 한 번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비됐다. 새 정부의 달라진 대북 기조를 여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장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비가 오는 가운데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젖은 옷을 닦아주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젖은 옷을 닦아주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잇따른 미사일 도발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와 주목됐다. 한ㆍ미는 이날 새벽, 전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 발사에 대응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특히 이날 추념사에서 윤 대통령이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을 ‘공산 세력의 침략’이라고 규정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이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과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 그리고 목숨을 바쳐 국민의 생명을 지킨 분들이 함께 잠들어 계신다”며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영웅들의 사명이었다면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훈 체계를 마련해 조금이라도 억울한 분들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최근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고(故) 심정민 공군 소령, 119구조대 고 이형석 소방정ㆍ고 박수동 소방장ㆍ고 조우찬 소방교, 해경 고 정두환 경감ㆍ고 황현준 경사ㆍ고 차주일 경사의 이름을 각각 거명하며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지난 4월 8일 제주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정두환 경감·황현준 경사 유족 등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지난 4월 8일 제주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정두환 경감·황현준 경사 유족 등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추념식 행사장엔 내내 비가 내렸다. 윤 대통령 내외는 하얀 투명 우비를 입고 시종 엄숙한 표정으로 추념식을 지켜봤다. 김건희 여사가 비에 젖은 윤 대통령의 옷을 닦아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추념식 뒤 윤 대통령 내외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입원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위문은 코로나19로 인해 병실 면회가 제한돼 별도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내외가 손을 잡아 드리고 얘기를 들어드리는 과정에서 유공자분들이 반가워하고 기뻐했다”고 말했다. 한 유공자가 사인을 요청하자 윤 대통령은 ‘영웅들의 헌신 위에 자유 대한민국이 서 있습니다’라고 적은 뒤 서명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유공자와 가족들의 ‘셀카’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9일 천안함 생존 장병 등과 오찬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천안함 생존 장병과 희생자 유족, 천안함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 유족, 연평해전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유족 등 20명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다. 다음 주엔 국가유공자 등 150여명과의 오찬도 추진 중이다.

9일 오찬엔 최원일 전 천안함장과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도 초청 대상에 포함됐다. 윤씨는 2010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원과 익명의 중소기업 직원들로부터 받은 성금 898만8000원을 모두 기탁했다. 윤씨의 기탁금으로 해군은 K-6 기관총 18정을 구입해 함정 및 헬기 등에 설치했다. 윤씨는 2020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가 말씀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27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던 중 유가족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천안함 피격으로 아들을 잃은 윤청자씨(왼쪽)가 문재인 대통령을 붙잡고 “천안함이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해달라”며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3월 27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던 중 유가족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천안함 피격으로 아들을 잃은 윤청자씨(왼쪽)가 문재인 대통령을 붙잡고 “천안함이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해달라”며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전 함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년 현충일, 서울현충원에서 저를 포함한 우리 생존 전우들은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시위를 했었다”며 “정확히 1년이 지난 오늘, 바로 그 자리에 정부의 정식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됐다. 같은 나라 같은 장소에서 다른 현충일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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