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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500일 지지율 40% 꼴찌… "최악 대통령" 트럼프도 제쳤다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 있는 개인별장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에 돌아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 있는 개인별장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에 돌아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악화일로다. 취임 500일을 맞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미국인의 긍정 평가는 40.8%로 나타났다. 취임 후 500일 시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았던 긍정 평가 41.6%에도 뒤져 1977년 이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꼴찌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 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3일 기준 바이든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0.8%, 부정 평가는 54%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긍정 평가 53%, 부정 평가 36%로 시작했으나 지난해 8월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뒤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중간선거를 150여일 앞둔 시점에 지지율이 날로 떨어지자 백악관 안팎에서는 정치적 반전을 꾀할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는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스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아진 데 대해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바이든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는 최근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 특히 유가 상승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꼽힌다. 5일 발표된 ABC뉴스와 입소스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회복 대응에 찬성하는 미국인은 37%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및 유가 상승 대응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각각 28%, 27%로 그보다 더 적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연방 대법원의 헌법상 낙태 권리 철회 움직임, 총기 난사 사고 예방책으로서 총기 규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진전을 보지 못한다는 인식도 작용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황을 중계하는 식으로 비치고, 행동에 착수하기보다는 공감과 위로, 호소에 주력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일 연설에서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될 것 같지 않다. 식품 가격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이나, 2일 총기 사고 대책 관련 연설에서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향해 법안 처리를 호소한 것을 예로 들었다.

취임 초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예산의 구제법안을 처리할 때 의회와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논의를 주도할 때와 달리 무기력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해 중간선거 패배를 우려하는 기류가 백악관과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젠 사키 전 백악관 대변인을 비롯해 경험 많은 참모들의 백악관 탈출 러시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자 결과로 지목된다.

원인과 해법에 대해 바이든 측근 그룹과 웨스트윙 참모들 간 의견차이도 나타난다.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와 여동생 밸러리 바이든 오웬스 등 측근 그룹은 대통령이 유권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현장 행사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바람에 유권자 만남과 설득 등 주특기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79세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안전과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백악관 밖 행사를 제한적으로 진행한 측면이 있다.

백악관은 태세 전환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의회가 양분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예정이다. 또 미국 언론인을 살해한 배후라며 거리를 둔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남을 추진해 유가 및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더라도, 상승세가 꺾이는 등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만 나와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난해 1월 6일 의회 점거 폭동과 관련한 하원 청문회가 오는 9일 시작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취임 500일 기준 대통령 성적표는 재선 성공 여부와는 직접 관련이 없고, 재선 가능성을 벌써 비관할 건 아니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전했다. 역사적으로 취임 500일에 지지율 65%를 달린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지만, 같은 기간 45%에 그쳤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재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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