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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모양이 뭐길래...돌연 꺼진 中립스틱왕 라방, 무슨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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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 리자치(왼쪽)와 그의 동료가 '탱크'를 닮은 아이스크림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리자치 라이브방송 캡처]

지난 3일 오후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 리자치(왼쪽)와 그의 동료가 '탱크'를 닮은 아이스크림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리자치 라이브방송 캡처]

1억60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중국 인플루언서의 아이스크림 홍보 방송이 뜻하지 않게 젊은 세대에게 천안문 민주화 시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건은 천안문 민주화 시위 기념일(6월 4일)을 몇 시간 앞둔 지난 3일 오후 9시에 벌어졌다. '립스틱 왕'으로 불리는 중국의 유명 인플루언서 리자치(李佳琦)는 이날 영국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비네타'를 홍보하는 방송 중이었다. 그와 공동 진행자는 아이스크림을 층층이 쌓고 옆면에 둥근 쿠키를 붙인 후,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스틱을 얹었다. 마치 포신를 올린 탱크를 연상시켰다. 이때 갑자기 라이브 방송이 오프라인 상태로 전환됐다.

WSJ은 갑작스러운 방송 중단의 이유가 천안문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인터넷 검열 당국이 '탱크' 관련 이미지를 모두 검열했는데. 리자치의 층층이 쌓은 아이스크림에 스틱을 얹은 모습이 '탱크'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989년 6월에 벌어진 천안문 민주화 시위는 결국 군에 의해 진압됐으며, 이때 천안문에 진입한 탱크 부대를 가로막은 한 시민의 모습은 '탱크맨'으로 불리며 천안문 사태의 상징이 됐다.

방송 중단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도 화제가 됐다. 리자치의 팔로워 중 다수는 1989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이들은 정치보다 쇼핑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방송 중단이 당혹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1992년생인 한 팔로워는 웨이보에 "스낵을 파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올렸다. 그러나 다른 사용자는 "그가 너무 지나쳤다"며, 당국이 그를 불러 심문할 수도 있다는 추측 글을 올리기도 했다.

리자치와 그의 팀은 방송 중단 후 "기술적인 결함"으로 라이브 방송이 중단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후 예정된 방송도 결방됐다. 리자치의 마케팅 대행사는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천안문 민주화 시위가 33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젊은 세대는 이에 대해 배우지 않고 자라면서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천안문'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호기심 많은 팔로워는 가족으로부터 '탱크'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며, 이와 관련된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몇몇 이용자들은 1989년 민주화 시위와 관련된 얘기가 중국 교과서에선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이에 대한 글 게시한 후 웨이보 계정이 멈췄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는 천안문 사태를 폭력적인 폭동으로 설명하는 문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링크를 게재하기도 했다.

1989년 중국에서 벌어진 ‘6.4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사진. 천안문 광장에서 이동하는 탱크 부대를 중국의 한 남성이 가로막고 있다. 이 남성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1989년 중국에서 벌어진 ‘6.4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사진. 천안문 광장에서 이동하는 탱크 부대를 중국의 한 남성이 가로막고 있다. 이 남성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WSJ은 리자치의 '탱크 아이스크림' 방송이 의도적이라고는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립스틱을 팔며 유명해진 리자치는 1600여개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국내 브랜드를 홍보할 땐 애국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콩 명보는 지난 4일 홍콩 경찰이 천안문 민주화 시위 추모와 관련해 최소 6명을 체포했다고 5일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단순히 구호를 외친 혐의로 체포됐다. 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의 한 전직 구의원은 장난감 탱크를 든 상자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검문을 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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