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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기와 한 장, 주춧돌 하나에도 조상의 지혜 담긴 한옥

중앙일보

입력

기단·기둥·대들보한옥 구조 뜯어보니 수백 년 쌓인 과학적 노하우 드러났죠 

한민족과 수천 년의 시간을 함께해온 한옥. 아파트를 포함한 양옥이 한국인의 주거 형태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즘에는 예전처럼 쉽게 볼 수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름에는 춥고 겨울에는 더운 한반도 기후에 최적화된 조상들의 지혜가 구석구석 담겨있어요. 전통 한옥은 어떤 종류가 있으며, 무슨 원리로 만들어졌을까요. 또 오늘날 한옥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공존 중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옥문화원을 찾아 한옥에 대해 알아봤어요.

권도준(서울 구룡초 4)·김윤슬(서울 가동초 5)·김세아(경기도 빛가온초 5·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옥문화원을 찾아 한옥의 종류와 건축 원리는 물론 한옥에 숨어있는 여러 과학적인 원리들을 알아봤다.

권도준(서울 구룡초 4)·김윤슬(서울 가동초 5)·김세아(경기도 빛가온초 5·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옥문화원을 찾아 한옥의 종류와 건축 원리는 물론 한옥에 숨어있는 여러 과학적인 원리들을 알아봤다.

국토교통부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51.1%)예요. 전국 가구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2019년 50.1%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형태는 한옥(韓屋)이었습니다. 한옥이란 우리나라 고유의 형식으로 지은 집을 서양식 집(양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인데요. 용도에 따라 궁궐·사찰·서원·관아·살림집으로, 재료에 따라 지붕에 기와를 올린 기와집, 짚·갈대 따위로 지붕을 인 초가집, 얇은 돌조각이나 나뭇조각을 지붕에 올린 너와집, 큰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층층이 쌓아 지은 귀틀집 등으로 구분해요. 오늘날까지도 전국에 비교적 많이 남아있는 형태는 기와집인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기와집을 필두로 한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사단법인 한옥문화원을 찾았어요. 한옥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교육·출판·연구 등의 활동을 하는 곳이죠. 장명희 한옥문화원 원장과 이승석 한옥문화원 연구원이 대문을 활짝 열어 반겼습니다.

전통 한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승석(맨 왼쪽) 한옥문화원 연구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한옥의 뼈대에 해당하는 목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이승석(맨 왼쪽) 한옥문화원 연구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한옥의 뼈대에 해당하는 목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 한옥과 이웃 나라인 일본·중국 전통 가옥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한옥문화원 내부를 둘러보던 도준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한국·일본·중국 세 나라의 전통건축은 모두 건물의 주요 뼈대를 나무로 짜 맞춘 목구조에 기와지붕이라 비슷해 보이지만 기후·지형·생활방식에 따라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점이 많습니다. 외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처마선에서 나타나요. 중국은 처마 끝이 바싹 쳐들어 올라간 형태고 일본은 거의 일자로 보이죠. 우리나라는 그 중간 정도고요. 또, 중국·일본에는 이층이나 삼층 구조가 많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일층 구조가 일반적이에요. 그 이유는 난방방식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는 구들에 불을 때는 바닥 난방방식을 써 일층 구조가 일반적이죠."(장)

전통 한옥은 지을 때 정성이 많이 들어갑니다. 집을 지을 장소도 해가 잘 들어 밝고 습기가 잘 마르며 따뜻한지, 바람이 잘 통해 공기 순환이 잘되는지, 물을 얻기에 유리한지 등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죠. 여러분이 한 번쯤 들어봤을 풍수지리(風水地理)도 이렇게 '살기 좋은 터'를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에요. 집터가 결정되면 나무를 다루는 목공, 벽·천장·바닥에 흙이나 회를 바르는 미장, 기와를 굽는 와공, 돌을 다루는 석공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의해 건물의 형태를 설계한 뒤 집터를 파죠. 이후 설계에 따라 목재를 다듬어 지지하는 기둥과 지붕을 지탱하는 보·도리 등의 부재를 만드는 치목 과정, 이들을 맞물리게 해서 고정하는 목구조 조립 과정을 거치죠. 그리고 지붕에 기와를 올린 뒤 벽체를 만들고, 창과 문을 달면 대략적인 한옥 짓기가 마무리돼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목구조 조립 단계를 마친 한옥 축소 모형을 통해 한옥의 구조를 살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목구조 조립 단계를 마친 한옥 축소 모형을 통해 한옥의 구조를 살펴봤다.

한옥문화원 입구 맞은편에는 목구조 조립을 마친 단계의 한옥 축소 모형이 전시돼 있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 연구원과 함께 한옥의 뼈대를 들여다봤죠. "모형을 보면 나무판으로 된 바닥과 기둥, 그 위의 지붕 부분이 있죠. 한옥은 부분별 명칭이 따로 있지만, 대략적 구조를 이해하려면 기단·기둥·대들보만 알면 돼요. 일단 집터보다 한 층 높게 쌓은 바닥 부분을 기단이라고 불러요. 지금 여러분이 저와 함께 서 있는 한옥문화원의 마당과 집 사이에 짧은 단이 보이죠. 그게 바로 기단이에요. 한옥의 뼈대는 나무로 짓는데, 나무는 습기에 오래 노출되면 썩어요. 기단은 집 본체를 땅에 있는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이)

기단 위에는 돌이 군데군데 놓였고, 그 위에는 기둥이 서 있어요.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 놓은 돌을 주춧돌이라고 하며, 나무로 만들어진 기둥이 습기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죠. 반듯하게 세로로 서 있는 기둥은 사람으로 치면 다리입니다. 그 위로 지붕을 올리죠. 지붕은 기와의 무게를 감당하기 때문에 구조가 꽤 복잡해요. 먼저 지붕의 하중을 받아 기둥으로 연결하는 부재를 기둥과 지붕 사이에 넣습니다. 이를 보라고 하는데, 특히 지붕 중앙에는 대들보를 놓아 작은 보들이 받는 하중을 덜어주도록 했어요. 사람으로 치면 척추에 해당하죠. 다리인 기둥 위에 척추인 보가 있는 겁니다.

기단·주춧돌·대들보 등 낯선 용어들이 연이어 등장하자 윤슬 학생기자가 한옥의 부분별 명칭은 어디서 유래한 건지 궁금해했죠. "한옥의 역사가 수천 년인 만큼 현대를 사는 우리가 그 유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워요. 대개 기능이나 형태에 따라 붙여졌으리라고 짐작하죠. 예를 들어 기단(基壇)은 터나 근본을 뜻하는 한자 터 기(基)에 쌓아 올렸다는 의미의 단 단(壇)을 사용하는데, 명칭 자체가 그 기능을 설명하죠."(장)

"기둥과 대들보 등 나무로 만든 한옥의 부재는 어떻게 서로 연결했나요?" 이 연구원의 설명을 듣던 도준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언뜻 생각하면 못을 박았을 것 같지만, 사실은 이음과 맞춤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부재들을 수직과 수평으로 연결했어요. 두 개의 부재가 일(ㅡ)자로 연결되는 것을 이음, 서로 기역(ㄱ)자로 만나거나 경사지게 연결되는 것을 맞춤이라고 해요."(이) 우리 조상들은 부재들이 서로 만나는 위치와 맞물리는 면의 크기, 견뎌야 하는 무게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다양한 이음과 맞춤을 활용했죠. 물론 지붕이나 서까래를 고정할 때는 못을 사용합니다.

이 연구원이 이음과 맞춤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소중 학생기자단을 방과 방 사이의 큰 마루인 대청으로 데려갔어요. 이음의 경우 주먹장이음과 반턱이음이 대표적이죠. 이 연구원이 한 부재에 끝은 넓지만 안으로 갈수록 폭이 좁은 사다리꼴 형태인 주먹장을 내고 다른 부재에는 이와 정확히 맞물리는 모양의 구멍(주먹장부구멍)을 파서 연결하는 주먹장이음을 시연했습니다. 부재들의 끝을 겹친 뒤 망치질을 하자 마치 레고 블록처럼 정확히 맞물려 들어갔죠. "주먹장이 네모가 아닌 사다리꼴인 이유는 나무의 특성 때문이에요. 나무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습기가 많으면 이를 빨아들여 팽창하고, 날씨가 건조하면 품었던 습기를 내보내며 수축하죠. 그래서 이렇게 사다리꼴로 주먹장을 만들어서 연결해야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한옥 건축법, 이음과 맞춤

목조 건축에 속하는 한옥을 지으려면 목재를 다듬어 만든 부재를 조립해 뼈대를 세워야 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이음과 맞춤이에요. 부재가 일자로 이어져 연결되면 이음, 서로 기역(ㄱ)자로 만나거나 경사지게 연결되면 맞춤이라고 하죠. 한 채의 한옥을 만들려면 다양한 이음과 맞춤이 필요해요. 이음과 맞춤 부위에 만드는 사다리꼴 모양의 장부를 주먹장이라고 하는데, 이를 활용한 두 가지 방법을 살펴봐요.

주먹장이음: 부재 끝에 주먹장을 내고, 다른 부재에 같은 모양의 주먹장부구멍을 낸 뒤 이를 맞춰 일자로 연결하는 방법이에요. 주먹장과 주먹장부구멍을 부재 끄트머리에 사선으로 두 번 넣으면 쌍주먹장이음이 돼요.

화통맞춤: 모서리에 홈(장부)을 판 기둥 위에 부재를 기역(ㄱ)자 모양으로 연결하고, 그 위에 양옆으로 주먹장맞춤으로 두 개의 부재를 쌓아 깍지를 끼듯 연결하는 방법. 여러 부재가 사방으로 뻗어있는 경우 건물 본체 모서리나 끝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데, 이때 부재들의 높이를 서로 조금씩 다르게 해서 여러 번 ㄱ자 형태로 맞추는 화통맞춤을 사용합니다.

두 목재를 각각 절반 정도 깎아 서로 반턱이 지게 한 뒤, 이들을 일(ㅡ)자로 이은 반턱이음의 예로는 엇걸이산지이음을 살펴봤죠. 두 개의 부재를 각각 턱이 있는 형태로 절반씩 깎아내 맞물리게 한 뒤, 이 부분의 측면을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나무못으로 고정한 형태죠. "부재를 평평한 일자로만 깎으면 벌어질 수 있어서 턱이 지도록 재단한 건데, 시간이 지나면 헐거워질 수 있어서 나무못까지 박습니다. 이 못을 산지라고 하는데, 산지는 끝이 뾰족하고 갈수록 굵기가 굵어져요. 그래서 구멍에 망치로 박으면 쉽게 빠지지 않죠."(이)

맞춤은 주먹장맞춤과 장부맞춤이 대표적이에요. 주먹장맞춤은 앞서 살펴본 주먹장을 기역(ㄱ)자로 연결하는 거죠. 이때 주먹장부구멍은 부재의 끝이 아닌 측면에 위치해요. 장부맞춤은 부재의 끝을 가늘고 길게 만든 장부촉을 활용합니다. 장부촉을 다른 부재 측면에 있는 구멍에 맞춘 뒤 'ㄱ'자 형태로 끼우죠. 장부맞춤은 주먹장맞춤보다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에 부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산지나 쐐기 등의 보강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연구원의 설명을 듣던 도준 학생기자는 "초가집도 기둥을 세우고 뼈대를 만드는 과정은 기와집과 동일한가요?"라고 물었어요. "목재를 가공해 뼈대를 만드는 기본 과정은 같아요. 그러나 기와집은 지붕의 무게가 대단히 무겁고 초가집은 상대적으로 가볍죠. 그래서 지붕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기와집은 초가집보다 기둥을 비롯한 부재가 훨씬 더 굵고, 단단하게 엮여 있어야 해요."(장)

전통 한옥에 숨어있는 놀라운 과학적 원리  

이날은 한낮 최고 온도가 26도에 이르는 다소 무더운 초여름 날씨였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앉아있던 대청은 꽤 시원했죠. "우리나라는 여름에 덥고 비도 많이 와서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요. 겨울에는 기온도 많이 내려가고 눈도 내리죠. 거주자가 이런 날씨에 잘 적응하기 위해 한옥에는 바람이 잘 드는 마루와 난방을 위한 온돌이 공존해요."(이) 기와지붕에도 장마철에 대처하기 위한 조상들의 노하우가 숨어있죠. 자세히 살펴보면 비스듬한 각도로 설계된 지붕 위에 원기둥을 세로로 쪼갠 모양인 수키와와 밭고랑처럼 오목하게 파인 암키와가 번갈아 얹어져 있는데요. 비가 내리면 암키와 위로 빗물이 흘러내려 가게 됩니다.

이승석 연구원이 시연한 화통맞춤. 하나의 한옥을 만들려면 위치와 견뎌야 하는 무게 등에 따라 다양한 이음과 맞춤이 사용된다(위 사진). 화통맞춤으로 기둥 위쪽에 보와 도리를 기역(ㄱ)자 모양으로 쌓아 올린 모습. 보의 끝부분은 처마 아래로 돌출돼 있다.

이승석 연구원이 시연한 화통맞춤. 하나의 한옥을 만들려면 위치와 견뎌야 하는 무게 등에 따라 다양한 이음과 맞춤이 사용된다(위 사진). 화통맞춤으로 기둥 위쪽에 보와 도리를 기역(ㄱ)자 모양으로 쌓아 올린 모습. 보의 끝부분은 처마 아래로 돌출돼 있다.

도준 학생기자가 한옥을 따뜻하게 덥히는 온돌의 원리를 궁금해했죠. "온돌의 구조는 불을 때는 아궁이-〉불길이 아궁이로부터 골고루 구들고래로 넘어가게 만든 턱인 부넘기-〉뜨거운 공기가 지나가게 한 길인 구들고래-〉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이뤄져 있어요.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불기가 구들고래를 지나면서 방바닥에 깔린 구들장 돌을 골고루 덥히고 굴뚝으로 빠져나가죠. 예전에는 구들장 돌로 화강암을 주로 사용했는데, 가격도 비싸고 잘 다듬기도 어려워서 요즘은 뜨거운 기운을 잘 모아두고 열을 사방으로 방출하는 기능이 우수한 현무암을 주로 사용해요."(장)

"창호지도 유리창보다 집을 훨씬 따뜻하게 만드는 보온효과가 있다고 들었어요. 이게 가능한 과학적 원리가 궁금해요." 세아 학생기자가 대청에서 보이는 창문 살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유리는 표면이 매끄럽고 구멍이 없어 바람을 잘 막아주지만 온도 변화에 민감해요. 날씨가 추울 때는 유리도 차가워지죠. 반면, 한지는 닥나무 껍질에서 뽑아낸 인피섬유가 원료이므로 열전도율이 낮아요. 또 표면에 있는 작은 솜털이 구멍을 막아 바깥공기를 막아주므로 유리창보다 집을 따뜻하게 하는 거죠."(장)

집의 전체 구조도 지역의 기후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평균 기온이 높은 남부지역에서는 일(一)자 형으로 지어 집 전체에 바람이 잘 들게 했어요. 반면 춥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북부지역에서는 집을 미음(ㅁ)자로 지어 바깥 추위 영향을 최소화했죠. 중부지역은 그 중간 형태인 기역(ㄱ)자 한옥이 많아요. ㄱ자와 ㅁ자의 중간 형태인 디귿(ㄷ)자 한옥도 있죠. 이외에 기와집은 아니지만 추위가 심하고 눈이 많이 오던 울릉도나 깊은 산간지역은 겨울에 외부에 나가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도록 볏짚이나 목재로 집 전체를 둘러싸기도 했는데 이를 ‘우데기집’이라고 불러요.

한옥의 형태

남북으로 긴 우리나라는 북부지방은 상대적으로 겨울이 길고 춥고, 남부지방은 여름이 길고 덥죠. 우리 조상들은 한옥을 각 지역의 기후에 맞는 구조로 지었어요.

회재 이언적 선생의 종택. 한옥문화원 제공.

회재 이언적 선생의 종택. 한옥문화원 제공.

ㄱ자 한옥: 방들과 마루, 부엌 등을 병렬로 쭉 붙여놓은 형태를 일(ㅡ)자) 한옥이라 해요. 기역(ㄱ)자 한옥은 두 채의 일자 한옥을 수직으로 연결한 모양으로, 중부지방에서 주로 보이는 형태죠.

경주 양동마을 향단. 중앙포토.

경주 양동마을 향단. 중앙포토.

ㅁ자 한옥: 각 방과 방 사이에 마루나 부엌을 배치해 미음(ㅁ)자로 연결해서 집 안의 온기를 간직하고, 추운 바람을 막을 수 있게 한 구조예요. 북부지방에서 주로 보이는 형태예요.

논산 연증 선생 고택. 한옥문화원 제공.

논산 연증 선생 고택. 한옥문화원 제공.

ㄷ자 한옥: ㄱ자와 ㅁ자의 중간 형태의 한옥이에요. ㄷ자의 중앙에 해당하는 건물의 중심부에 마루와 부엌을 두고, 양 날개 부분에 각 방을 배치한 경우가 많아요.

아파트는 방과 거실, 베란다와 욕실(화장실), 현관 등으로 구분하죠. 양반들이 주로 살던 기와집은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사랑채, 안주인이 머물던 안채, 하인의 보금자리인 행랑채, 오늘날의 화장실인 측간, 제례를 치르는 공간인 사당, 집을 보호하는 담, 바깥과 집을 이어주는 대문 등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장 원장은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은 마당"이라며 "다른 나라 가옥의 경우 보통 집과 마당이 별개 공간으로 여겨지는데, 한옥은 마당·대청·툇마루가 집의 확장된 공간이기에 집이 작아도 작게 느껴지지 않고 집의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라 말했죠.

한옥문화원 건물은 한옥의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되 일부 개량한 형태였는데요. 대청에서 마당을 건너 맞은편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죠. 사실 전통 한옥의 측간은 보통 건물과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곳에 있답니다. "과거에는 현대와 같이 오물 처리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측간을 분리해 냄새와 불결함을 피했어요."(장)

권도준·김윤슬·김세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옥문화원을 찾아 한옥에 대해 배우고, 계동길을 걸으며 현대적으로 진화한 한옥들을 둘러봤다.

권도준·김윤슬·김세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옥문화원을 찾아 한옥에 대해 배우고, 계동길을 걸으며 현대적으로 진화한 한옥들을 둘러봤다.

"궁궐이나 사찰의 벽·기둥·천장 등에서 여러 빛깔로 그림이나 무늬를 그린 단청을 많이 봤어요. 양반들이 살던 기와집도 단청으로 장식하는 경우가 있나요?" 세아 학생기자의 질문에 장 원장이 답했죠. "단청은 광물·흙·동물·식물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안료로 만들어 건물에 칠한 거예요. 조선시대는 신분에 따라 집의 규모, 장식의 수준을 제한했기 때문에 양반들이 거주하던 주택에 단청을 할 수는 없었어요. 다만 조상을 모신 사당에는 단청이 허용됐죠."

계동길에서 만난 한옥의 어제와 오늘  

못의 사용을 최소화한 부재 조립부터 험한 날씨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한옥에는 우리 조상이 수천 년에 걸쳐 축적한 지혜가 담겨있죠. 그렇다고 해서 한옥을 과거에만 머무는 주거 형태로 여기면 오산이에요. 한옥은 현대에도 여러 형태로 진화하며 우리와 함께 공존 중이죠.

서준원(맨 왼쪽에서 두 번째) 대표의 해설을 곁들여 양옥과 한옥이 공존 중인 계동길을 탐방한 소중 학생기자단.

서준원(맨 왼쪽에서 두 번째) 대표의 해설을 곁들여 양옥과 한옥이 공존 중인 계동길을 탐방한 소중 학생기자단.

한옥문화원이 위치한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은 북촌의 일부인데요. 경복궁·창덕궁 등 궁궐 사이에 있는 북촌은 600년 이상 된 마을로, 지금도 수백 채의 한옥이 남아있죠. 그중에는 동양화가 배렴 선생이 거주했던 배렴가옥,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선생이 살던 고희동가옥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한옥도 많습니다.

소중학생기자단은 도시공간 연구자인 공간잇기-지역·사람·이야기 연구소 서준원 대표와 함께 계동길을 둘러보며 한옥이 현대를 사는 우리와 어떻게 공존 중인지 살펴보기로 했죠. 언덕에 있는 한옥문화원의 대문을 나서니 계동길에 있는 한옥들이 한눈에 보였어요. "여기가 계동길을 통틀어서 기와집 지붕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예요. 제가 계동길에서 둘러보면 좋은 장소들이 표시된 지도를 나눠줄 테니 어디 있는지 찾아보세요."

서준원 대표가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에 있는 석정보름우물에 대해 설명했다. 상수도 시설이 도입되기 시작한 20세기 초 이전까지 우물은 마을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준원 대표가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에 있는 석정보름우물에 대해 설명했다. 상수도 시설이 도입되기 시작한 20세기 초 이전까지 우물은 마을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금 걷다 보니 우물 형태의 돌로 만든 구조물이 보였어요. 그 정체는 석정보름우물. 보름만 물이 맑고 보름은 탁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요즘은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나오지만 서울에 상수도 시설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20세기 초 이전까지 우물은 동네 사람들에게 중요한 식수 자원이었어요. 깨끗한 물을 길을 수 있는 우물의 존재 여부는 동네가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죠. 물을 길으러 왔다가 서로 마주치면 모여서 안부도 묻곤 했던 장소랍니다."

계동길에 있는 카페·식당·갤러리 등은 내부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꾸며도 지붕을 포함한 외관은 한옥의 형태를 유지한 경우가 많았어요. 사람들이 붐비는 길을 빠져나와 조용한 분위기의 골목길에 들어서니 계동 주민들이 생활하는 한옥들이 보였죠. "자세히 보면 집의 일부나 벽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보강된 모습이 보일 거예요." 서 대표의 말처럼 어떤 집의 입구에는 한옥의 대문에서 쓰는 빗장이 아닌 도어록이 달려있었고, 창문에 창호지 대신 유리를 댄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새로 지어진 부분과 오래된 부분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슬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계동 주민들이 거주 중인 한옥의 경우 집의 일부가 현대적으로 보강된 형태가 많다.

계동 주민들이 거주 중인 한옥의 경우 집의 일부가 현대적으로 보강된 형태가 많다.

"전통 한옥은 조선시대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을 모두 겪으면서 진화해왔어요. 건물의 형태는 옛날식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우리와 똑같이 요즘 생활방식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북촌 한옥에는 600년을 이어서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답니다." 서 대표의 말처럼 한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어요. 요즘 개량 한옥은 전통 한옥의 장점은 살리되 화장실과 주방을 현대적으로 꾸미는 것은 물론, 난방을 위한 보일러나 단열과 보안을 위해 시스템 창호도 설치하죠.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지하층이나 이층이 있는 한옥도 있고요.

시간이 흐르며 한옥은 형태를 유지하되 현대적 편의시설을 더한 형태로 진화했다.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북촌에 지금도 수백 채의 기와집이 남아있는 이유다.

시간이 흐르며 한옥은 형태를 유지하되 현대적 편의시설을 더한 형태로 진화했다.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북촌에 지금도 수백 채의 기와집이 남아있는 이유다.

소중 독자 여러분도 주변에서 가까운 한옥을 한 번 찾아보세요.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온 전통 한옥부터 옛것의 장점과 정취를 살리되 현대적 편의를 더한 개량 한옥까지, 아파트와 빌라가 빽빽한 도심에서도 한옥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 안에 숨은 우리 조상님들의 멋과 지혜는 덤이죠.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한옥문화원에서 한옥의 구조에 대해 알아봤어요. 한옥은 기와지붕이 비스듬하고 수키와·암키와를 번갈아 덮어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신기했어요. 우리 조상들이 정말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죠. 뒤이어 계동길을 걸으면서 여러 한옥을 보았는데 석정보름우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옛날에는 우물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해요. 단순히 물을 얻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 놀라웠죠.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이렇게 서로 모여서 이야기하며 친해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취재를 다녀온 뒤 한옥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옥을 친구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권도준(서울 구룡초 4) 학생기자

한옥문화원에서 한옥을 받쳐주는 기둥과 지붕의 하중을 받아 기둥으로 전달하는 대들보 등 한옥의 구조와 용어를 배웠어요. 한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조상들의 경험과 지혜가 담겨있다고 하셨죠. 앞으로 ‘한옥’이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닌 조상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한국 고유 건축물로 기억 남을 것 같아요. 한옥에 대한 지식을 머릿속에 넣고 계동길에 있는 한옥과 근대건축을 탐방했죠. 서준원 대표님과 계동길을 걸으면서 보물 찾기를 하듯 여러 곳을 직접 지도를 보고 찾아가니 더욱 즐거웠어요.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옥과 계동길을 취재하며 6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죠.
김세아(경기도 빛가온초 5) 학생기자

한옥은 우리 조상들이 과학적으로 지은 집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옥문화원에서 장명희 원장님, 이승석 연구원님과 함께 한옥의 세부 명칭부터 자세히 알게 됐죠. 또 계동길을 탐방할 땐 옛날 한옥과 요즘 지어진 한옥을 비교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죠. 이렇게 한 동네를 설명까지 들으면서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없었기에 좋은 경험이었어요. 도어록을 사용하는 한옥, 새로운 한옥과 오래된 서양 가옥의 조화 등 모든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죠. 우리 동네도 기껏해야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게 다인데, 이번 취재 덕분에 계동길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동네 같아요. 계동길을 다시 와서 둘러보고 싶어요.
김윤슬(서울 가동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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