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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중국으로 진출해" K팝 시장 판도, 180도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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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 고스트나인은 데뷔 500여일만인 지난 1월 미국 투어를 마치고,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공개했다. 김진경 기자

보이그룹 고스트나인은 데뷔 500여일만인 지난 1월 미국 투어를 마치고,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공개했다. 김진경 기자

보이그룹 다크비(DKB)는 오는 10일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6개 도시에서 공연을 연다. 이 그룹의 데뷔일은 2020년 2월 3일. 가수가 된 지 800여일 만에 미국 투어에 나선 것이다. 또 다른 신인 그룹 고스트나인(GHOST9)은 데뷔 500여일만인 지난 1월 미국 투어를 마치고, 이 과정을 지난달 다큐멘터리로 공개했다.

팬데믹 이후에 데뷔한 ‘포스트 코로나19’ K팝 아이돌이 벌써 미국 공연에 나설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DKB와 GHOST9 외에도 CIX, 더보이즈, (여자)아이들, 브레이브걸스, 골든차일드 등 7개 팀이 올해 첫 미국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진출 첫걸음으로 일본·중국·동남아와 같은 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유럽부터 노리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덕에 미국 진출 기회 얻어  

국내에서 '롤린'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는 오는 7월 첫 미국 투어에 나선다. 뉴스1

국내에서 '롤린'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는 오는 7월 첫 미국 투어에 나선다. 뉴스1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 시장이 얼어붙은 기간은 오히려 K팝이 세계, 특히 서구권으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코로나 격리 기간에 유튜브·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K팝에 유입된 미국·유럽 팬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14~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K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은 68유로(약 9만원)에서 328유로(약 44만원)였는데, 첫날에 모두 동이나면서 온라인에서 700유로(약 94만원)에 거래됐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몇 년 전만 해도 K팝은 서구권에서 마이너(비주류)한 음악 장르로 소비되었는데, 팬데믹 기간에 K팝을 소비하는 지역과 팬덤이 확대되었고, 이 후로 한국 아티스트의 북미 진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 음반 수출 국가의 비아시아권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음반 해외 판매량의 미국 비중은 2017년 5.3%에서 지난해 17.2%로 3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수출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125%에 달한다.

BTS가 포문 연 미국 음반 시장  

공연음악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연음악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K팝의 미국 진출 포문은 방탄소년단(BTS)이 열었다. 이전에도 프로듀서 박진영(JYP)을 중심으로 원더걸스, 가수 임정희 등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에 그쳤다. 결국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대형 공연장 객석을 채운 건 BTS가 처음이다. 여전히 BTS는 미국에서 스타디움(5만~7만석 이상) 급에서 공연을 열 수 있는 유일한 K팝 아이돌이다.

아직 BTS 정도에는 못 미치지만, 5년 차 이상인 다른 K팝 아이돌의 미국 공연 규모도 차츰 확대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트와이스는 미국에서 회당 1만명 규모의 투어가 전부였지만, 올해 회당 2만명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스트레이키즈와 세븐틴의 경우 몇천명 단위 홀에서 공연했는데, 이제는 1만~2만명 규모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국내 음원 차트보다 중요해진 빌보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처음부터 빌보드 차트 진입을 노리고 전략적으로 금요일에 앨범을 발매하는 관행도 생겼다.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NCT 127,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TXT 등은 주로 금요일에 앨범을 낸다. 한국 아티스트의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 횟수는 2019년 5회에서 2020년 17회로 급증 했다. 빌보드 200에 진입한 곡은   2019년 8회에서 2020년 14회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빌보드 핫100에 3곡, 200 차트에 4곡이 각각 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류’라는 단어 자체는 K팝의 중국 진출에서 시작됐지만, 더이상 중국·동남아 시장을 목표로 하는 아이돌 그룹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접근성, 문화적 동질성 때문에 아시아권 국가가 K팝 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졌지만, 수익성이 가장 좋은 미국 진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PwC)에 따르 면, 미국 공연 음악 시장 규모는 글로벌 1위로 108억8500만달러 수준이다. 이는 2위인 일본(29억700만달러)의 3.7배, 19위인 중국(2억5800만달러)의 42배 수준이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JYP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고 돌아올 때만 해도 K팝의 서구권 국가 진출은 불가능한 꿈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누가 돈 안 되는 동남아, 규제가 복잡한 중국에 가느냐고 할 정도로 시장의 판도가 180도 변했다”며 “지금 K팝업계 최대 관심사는 누가 ‘넥스트 BTS’를 만드느냐 일 정도로 모든 관심사는 미국 성과에 쏠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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