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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원조 판교맨' 안철수 당선에, “지켜보겠다”는 판교밸리

중앙일보

입력

안철수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안철수 캠프]

안철수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안철수 캠프]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 원조 판교맨이 돌아왔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국민의힘) 얘기다. 국회의원 안철수가 구상하는 판교 발(發) IT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슨일이야

안철수 의원은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지난 1일 8만 3747표(62.5%)를 얻어 당선됐다. 2위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전 의원(5만 235표, 37.49%)을 큰 표차로 앞섰다. 이번 보궐선거는 판교가 속한 지역구에서 판교 소재 IT 회사 창업자 간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안 의원은 보안소프트웨어 기업 안랩, 김 전 의원은 게임회사 웹젠의 창업자 출신이다.

판교맨의 귀환

안 의원은 선거 운동 기간 ‘원조 판교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2년까지 안랩 이사회 의장으로서 분당(판교) 사옥 건설을 주도해 2011년 판교에 안랩을 가장 먼저 입주시켰다”며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 밸리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교를 ‘4차 산업혁명의 성지’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 핵심 내용 중 하나가 ‘한국형 에꼴42’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안랩에서 열린 청년 창업준비생들과 함께하는 스타트업 토크 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안랩에서 열린 청년 창업준비생들과 함께하는 스타트업 토크 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꼴42가 뭔데?

에꼴42는 2013년에 시작된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훈련 기관이다. 전공과 경력·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교육생으로 선발될 수 있다. 교수·교재·학비가 없다. 학위도 없고, 학년도 없다. 고도로 프로그램화돼 있는 42단계 과정을 본인이 희망하는 때 밟아가면 된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개발자 양성에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 15개국 21곳에 캠퍼스가 있다. 에꼴42를 벤치마킹해 판교에 IT 인재 교육 요람을 만들겠다는 게 안 의원 생각이다.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훈련기관 에꼴42.[에꼴42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훈련기관 에꼴42.[에꼴42 홈페이지 캡처]

또 하나의 특목고?

●고교 과정으로 될까 : 안 의원이 말하는 한국형 에꼴42는 ‘고교 정규교육과정’이다. 그는 “높은 교육열과 전국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자랑하는 분당·판교지역에 특목고를 유치하겠다”고 주장해왔다. 학교 형태는 에꼴42와 구글캠퍼스를 융합한 형태가 될거라고 했다. 하지만 명문대 지름길로 통하는 특목고를 활용하려는 구상에 우려도 크다. 전문교육과정을 고교 교육과정에 넣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비판이다. 경쟁 후보였던 김병관 전 의원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전문교육과정인 에꼴42나 구글캠퍼스를 특목고의 예시로 제시하며 시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김동연의 경기도와 연대? :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코딩 교육엔 에꼴42 시스템, 창업엔 구글캠퍼스 모델을 도입해 새로운 유형의 고교 교육기관을 세울 것”이라면서도 “시민 의견에 따라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물러섰다. 일각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연대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 당선인도 에꼴42를 모델로 한 ‘42경기’ 스타트업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업계 반응은 어때

● 당장 일손 부족한데… : 안 의원 공약에 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판교에 입주한 한 기업 관계자는 “즉시 전력감이 필요한데 우리 같은 작은 기업엔 에꼴42는 너무 먼 얘기”라며 “삼성·네이버·카카오·배민 등 대기업은 자체 교육 기관을 갖고 있어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도 “장기적으로 개발자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몇 년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새로 선보인 SW개발자 양성프로그램 42서울.[이노베이션아카데미 홈페이지 캡처]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새로 선보인 SW개발자 양성프로그램 42서울.[이노베이션아카데미 홈페이지 캡처]


●‘한국형 에꼴42’ 이미 있다? : 에꼴42를 벤치마킹한 교육기관, 한국에 이미 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운영하는 ‘42서울’이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지난 2019년 12월 설립했다. 에꼴42처럼 교수·교재·학비가 없다.고교 졸업자 이상 학력이면 선발 테스트에 지원할 수 있다. 지원금 받으면서 개발자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화제가 됐지만, 아직은 졸업생 수가 많지 않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수요를 채우려면 1년에 적어도 수만 명의 졸업생이 나와야 하는데 1년에 수백명 수준으론 부족하다”고 말했다.

● 판교 출신 뱃지, 처음도 아니라… : 원조 판교맨의 귀환에, 판교 밸리는 대체로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또 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는 “웹젠 의장 출신 김병관 전 의원도 경험해 봐서 (안 의원의 당선이) 아주 새롭진 않다”며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그건 IT창업자 출신이어서라기 보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현직 의원으로서 현 정권의 정책 실행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알아두면 좋은 것

● 또 출렁인 안랩 주가 : 안랩 주가는 이번에도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닥 시장에서 안랩은 2.4% 하락한 10만 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재보궐 선거 다음날인 2일 7.39%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안 의원 당선으로 호재가 사라졌다고 판단한 투자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이다. 안 의원의 총리 지명설로 지난 3월 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안랩 주가는 다시 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왔다. ‘정치인 안철수’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테마주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안 의원은 안랩의 지분 18.57%를 가진 최대 주주다.

● 이번엔 테마주 벗어날까 : 이런 흐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력 대선 주자였던 안 의원이 공직 진출을 위해 보유 주식을 ‘백지신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는 쪽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가 3000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임명 두 달 내에 주식을 직접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증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안 의원도 “백지신탁이 두려운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 대선에 나올 수 있겠냐”며 백지신탁을 공언해왔다. 또 안랩 지분구조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투자 운용사인 퍼스트트러스트는 안랩 지분 14.96%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안랩의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겼다”며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지분 구조가 바뀌면 이런 상황이 바뀔 거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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