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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입은 드레스의 마법…칸 레드카펫이 '그린카펫'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레드카펫은 늘 최신 패션의 전시장으로 통한다. 시중에서 볼 수 없는 미공개 의상을 가장 먼저 선보이거나, 디자이너에게 맞춤 주문한 따끈따끈한 신상 드레스가 그야말로 ‘출품’ 되는 장소다.

지난주 한국 영화인들의 수상 잔치가 열렸던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도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저마다 브랜드의 최신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던 배우들 사이에 예외가 있었다. 할리우드의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는 벨라 하디드가 그 주인공. 그는 올해 칸 영화제 기간 동안 총 다섯 벌의 ‘오래된’ 드레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 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더 이노센트' 상영을 앞두고 펼쳐진 레드 카펫. 미국 모델 벨라 하디드가 도착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 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더 이노센트' 상영을 앞두고 펼쳐진 레드 카펫. 미국 모델 벨라 하디드가 도착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빈티지 드레스로 ‘베스트 드레서’

먼저 그는 영화 ‘더 이노센트’ 상영회 레드카펫에서 이탈리아 럭셔리브랜드 베르사체의 1987년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온통 블랙으로 등 뒤에 주름처럼 늘어진 거대한 리본 형태가 돋보였다. 같은 날 만찬장에도 베르사체가 2001년 발표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송강호 등 한국 배우의 활약이 빛났던 영화 ‘브로커’의 상영회에도 벨라 하디드는 구찌의 1996년 드레스를 입었다. 화이트 드레스에 허리 부분의 컷아웃(도려내다)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호텔 발코니에서, 스위스 시계·보석브랜드 ‘쇼파드’의 갈라 디너 행사장에서 베르사체·샤넬의 빈티지 드레스를 선보였다. 뉴욕타임스는 벨라 하디드의 칸 영화제 패션을 두고 “오래된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고 평했다.

26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국제 영화제 '브로커'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에서 벨라 하디드가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국제 영화제 '브로커'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에서 벨라 하디드가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웨딩드레스 재활용한 ‘멧갈라 2022’

앞서 지난달 3일 열린 패션계 최대 행사 ‘멧 갈라(Met Gala) 2022’에서도 순환패션은 화제였다. 순환패션은 순환경제에서 파생된 용어다. 순환경제는 원료 채굴-생산-사용-폐기로 이어지는 기존 선형 경제의 대안 모델로, 제품의 수명이 끝나도 복원하고 재생해 계속해서 재활용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2년 전 결혼식 피로연때 입은 자신의 웨딩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한 미국 배우 엠마 스톤. [사진 멧 갈라 공식 인스타그램]

2년 전 결혼식 피로연때 입은 자신의 웨딩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한 미국 배우 엠마 스톤. [사진 멧 갈라 공식 인스타그램]

멧 갈라에 참석한 배우 엠마 스톤은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섰다. 2020년 결혼식 피로연에서 입었던 흰색 드레스로 밑단의 독특한 깃털 장식이 특징이다. 루이비통의 여성복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제작한 드레스이기도 하다.

루이비통은 올해 멧 갈라에서 총 14명의 앰배서더(홍보대사) 등에게 과거 제품을 입혔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겸 모델 정호연 역시 2017년 루이비통 크루즈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섰다. 이 외에도 젬마 찬, 신시아에리보 등의 배우들은 각각 2020년 크루즈 컬렉션,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특히 신시아에리보의 경우 루이비통의 모기업 LVMH에서 운영하는 재고 원단 중고 플랫폼의 재사용 원단으로 특별 제작됐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패션 매체 미국 보그에 “창작은 오래 지속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루이비통은 '2022 멧 갈라'에서 총 14벌의 순환 패션을 선보였다. 왼쪽에서 두 번째 니콜라 제스키에르 디렉터와 엠마 스톤, 정호연 등을 비롯한 배우들. [사진 루이비통 공식 인스타그램]

루이비통은 '2022 멧 갈라'에서 총 14벌의 순환 패션을 선보였다. 왼쪽에서 두 번째 니콜라 제스키에르 디렉터와 엠마 스톤, 정호연 등을 비롯한 배우들. [사진 루이비통 공식 인스타그램]

중고패션 2026년까지 두 배 성장

늘 새로운 것에 집착하는 패션 업계에서 과거의 것을 되돌아보는 건 드문 일이다. 패션 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이런 순환패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순환 패션의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산업적 가치도 조명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은 지난달 17일 ‘2022 재판매(resale)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고 패션이 북미를 중심으로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분석 기관 글로벌데이터와 스레드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 의류 시장은 2026년까지 127%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의류 시장 성장 속도보다 3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또한 물가 상승 시대에 중고품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 소비자 4명 중 1명은 앞으로 의류·신발 및 액세서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 더 많은 중고 제품 구매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바이스는 오래된 리바이스 데님에 패치와 단추 등을 붙여 나만의 데님을 만들 수 있는 테일러 팝업을 열었다. [사진 리바이스]

리바이스는 오래된 리바이스 데님에 패치와 단추 등을 붙여 나만의 데님을 만들 수 있는 테일러 팝업을 열었다. [사진 리바이스]

이 같은 기류 변화에 패션 업체들의 지속 가능성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리바이스는 국내 최초로 테일러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열었다. 가지고 있던 오래된 리바이스 청바지를 가져오면 패치나 단추 등을 더해 나만의 데님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노스페이스·안다르 등도 버려진 원단이나 옥수수 섬유, 폐 페트병 섬유 등으로 만들어진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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