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최근 출입문을 붙였던 ‘마스크를 착용하고 들어와 달라’는 안내문을 내렸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턱마스크’를 한 손님들과 반복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난달 들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턱에 마스크를 걸친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제대로 써달라고 요청을 하면 대부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만, 간혹 기분 나빠하는 손님이 있다”고 했다. 최근엔 마스크 문제로 언성을 높였던 손님이 본사 홈페이지에 불친절하다는 댓글을 달아 본사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할 때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방치하면 과태료, 간섭하면 ‘별점 테러’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 한 달, 김씨처럼 ‘방역 정책’과 ‘노(NO)마스크족’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실내에서 마스크 미착용 시 당사자는 10만원의 과태료, 시설 관리자의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들은 매출과 직접 이어지는 ‘악성 리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요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홀 매장이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얘기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다른 손님의 요청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진 적이 있다”며 “결국 손님이 포털사이트에 ‘사장이 불친절하다’는 리뷰를 남겼다”고 했다. A씨는 “개인 매장 입장에서 그런 리뷰 하나하나가 굉장히 치명적이다. 결국 우리 같은 사장님들은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했다.
자영업자 약 105만명이 모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자영업자들이 많다. 점주로 추정되는 한 글쓴이는 “노마스크나 턱스크 손님에게 ‘마스크 쓰고 입장해달라’고 말해야 하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노마스크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욕만 엄청 먹고 리뷰 1점 폭탄을 맞았다”는 글을 적었다. 해당 글에는 “아무 말 안 한다. 이제 싸우기 싫다” “스트레스 받기 싫어 포기했다”는 식의 댓글이 수십 개가 달렸다.
말했다가 매출 떨어질라… “이제는 포기”
손님과 방역 정책 가운데서 ‘포기’를 선언한 자영업자들도 늘었다.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3)씨는 “손님들에게 마스크 써달라는 말 자체를 이제 안 한다. 몇 번 해봤는데, 잘 듣지도 않고 손님이 다시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지금도 매출이 떨어져 죽을 지경인데, 우리가 앞장서서 손님에게 불편한 소리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실내취식이 가능한 카페나 식당의 점주들은 마스크 착용하는 기준을 정하기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취식하면서 얘기하는 것과 취식하지 않으면서 얘기하는 걸 구분하는 게 애매하다. 그냥 먼저 착용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전민정(42)씨도 “매장 손님의 경우 착석 중엔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 저희가 간섭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은 방역의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실내로 모이는 여름철에 환기하지 않고 에어컨을 틀면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떠돌아다닌다”면서 “실제로 여름철 실내 집단 감염 사례가 빈번한 만큼 타인과 본인의 안전을 위해 손님과 점주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실내 마스크 착용을 더욱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