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양산사저 시위 자제했으면"…참모들에 우려 전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06 05:00

업데이트 2022.06.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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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갈수록 과격해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주변 보수단체 집회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시위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참모들에게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5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욕설과 모욕이 뒤섞인 시위로 인해 문 전 대통령 부부의 불편은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까지 병원 신세를 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윤 대통령이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참모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최근 따로 회의도 가졌다고 한다. 한 참모는 익명을 전제로 “내부 회의에서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합리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드렸고 윤 대통령도 같은 마음을 표했다”고 전했다. 다만 회의 시점이 6·1 지방선거 직전이었던 까닭에 이런 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하진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시위 자제 메시지를 직접 낼지, 아니면 대변인실 관계자가 언론 질의에 답변하는 식으로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위 주도 세력에게 집회 자제 메시지도 따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번 사태는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일 경남 양산경찰서를 찾아 “이건 시위가 아니라 집단 테러”라고 항의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한병도·윤영찬·윤건영 등)은 이틀 뒤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이에 비판적이거나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김기현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양념’ 타령하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발끈하며 고소·고발전을 펼치는 모습이 참 이율배반적”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당시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놓고 “경쟁을 더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에 비유했던 일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시위 자제’를 언급한 건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은 물론 욕설과 모욕·협박이 뒤섞인 집회 수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극우·극좌 세력들의 과격한 집회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펼쳐진 격한 진영대결과도 무관치가 않다”며 “이제는 이런 진영 논리의 틀을 깨부수고 국민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민생의 논리로만 경쟁해야 할 때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번 사태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10일 퇴임과 동시에 양산 사저로 귀향하면서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은 몇 개 조로 나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확성기와 스피커, 꽹과리 등을 동원해 장송곡과 애국가를 틀거나 협박이 뒤섞인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면서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실제로 70~90대 마을 주민 10여명이 불면증과 환청, 식욕부진 등을 호소해 정신과 등 치료를 받았다.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는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집안에 갇힌 생쥐 꼴이다. 창문조차 열 수 없다”는 글을 썼다가 지웠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윤 대통령도 명확하게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한마디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달 말 보수단체 소속 회원 등 4명을 고소했다.

 한편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는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포함한 역대 영부인에 대한 사저 예방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등도 찾아뵐 예정”이라며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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