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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 축구와 '사회 사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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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중국에서 개최하기로 한 국제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3월 쓰촨성 청두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가을로 연기되더니 역시 청두에서 6월 개최하려던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내년으로 연기되고 말았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공들여 준비하던 오는 9월의 항저우아시안 게임 역시 해를 바꿔 2023년에 열기로 했다. 배경엔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가 깔려있다.

중국이 내년 6월의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포기한 이유로 성적 부진에 따른 소요 사태 발생 가능성이 꼽힌다. [중국 펑몐왕 캡처]

중국이 내년 6월의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포기한 이유로 성적 부진에 따른 소요 사태 발생 가능성이 꼽힌다. [중국 펑몐왕 캡처]

한데 중국은 내년 6월부터 약 한 달간에 걸쳐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대회 개최를 연기가 아니라 아예 포기했다. 아직 개최까지는 1년 넘게 남아 있는 터라 그 배경과 관련해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거론되는 데 그 이유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아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아시안컵 개최 포기가 시사하는 첫 번째는 그때까지도 중국의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지 않고선 어렵게 유치한 대회를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당초 2023년 아시안컵 축구대회 유치는 중국 외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이 뛰어들어 4파전으로 진행됐다. 먼저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탈락했고 한국이 2019년 경쟁에서 밀리며 중국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후 중국의 10개 도시가 아시안컵 준비에 나섰다. 배경엔 열렬한 축구팬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지가 있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데 그런 행사를 반납한 것이다. 이는 그때까지도 코로나 유행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의 일부 지역에 ‘출입 금지’를 뜻하는 테이프가 붙여지고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의 일부 지역에 ‘출입 금지’를 뜻하는 테이프가 붙여지고 있다. [AP=뉴시스]

우리와 이웃한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으면 우리만 독야청청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인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워낙 교류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염병 관련 전문가들은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처럼 코로나의 3차 유행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1918년 초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1920년 봄까지 4차에 걸쳐 유행하며 당시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억 명을 감염시켰다. 중국의 아시안컵 개최 포기는 우리 사회에 코로나가 언제 다시 또 유행할지 모르니 한시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마스크를 용도 폐기할 때가 된 게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해 더 비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두 번째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아시안컵 진행과 관련해 중국은 코로나가 끝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당초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 때와 같이 선수단과 외부를 차단하는 ‘폐쇄루프’ 방식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미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이 미디어와 축구팬 등 보다 광범위한 대상에 개방할 것을 요구하자 결국엔 대회 포기의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중국 산둥성 옌타이 기차역에서 여행객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AFP=뉴스1]

지난달 초 중국 산둥성 옌타이 기차역에서 여행객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AFP=뉴스1]

이는 중국이 내년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말해준다. 이제까지 국제 사회는 중국이 오는 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때까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해 왔다.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사회 안정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내년 6월 대회를 포기했다는 건 봉쇄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중국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봉쇄될 수 있는 곳이란 의미가 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등 모두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점이다. 중국에 나갈 경우 언제든지 봉쇄되거나 시설에 보내질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중국 체제의 불안정성이다. 중국이 아시안컵을 포기한 진정한 이유로 중국 남자축구의 부진이 거론된다. 축구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이 엄청나게 큰 데 반해 대표팀 성적은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시아 축구 강국과의 격차가 좁혀지는 게 아니라 더욱 벌어지고 있다. 최근엔 태국과 베트남에도 패하고 약체인 필리핀, 인도 등과는 비기는 게임을 하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중국 남자축구대표팀의 아시아 랭킹이 9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 사실 이게 1년 뒤 개최될 아시안컵을 포기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해석이 많다.

중국이 내년 6월 개최하려던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1년 여나 앞두고 포기해 그 배경과 관련 관심을 모은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이 내년 6월 개최하려던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1년 여나 앞두고 포기해 그 배경과 관련 관심을 모은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올해 가을 공산당 지도부 개편에 이어 내년 봄엔 국가주석과 총리 등 국가 기구의 지도부 재편이 이뤄진다. 그리고 얼마 후 아시안컵이 중국의 10개 도시에서 돌아가며 열리게 돼 있었던 것인데 현재로썬 중국 축구의 선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홍콩 명보는 참패가 예상되며 이 경우 ‘사회 사건’이 터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사회 사건이 뭔가. 패배로 화가 난 중국 축구팬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걸 말한다. 처음엔 축구에 대한 욕설이겠지만 이는 바로 이제까지 중국 사회를 억누르는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럴 바엔 대회 포기가 낫겠다고 중국이 판단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시진핑 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6월 개최 아시안컵 축구대회 반납한 중국의 속내 #코로나 계속돼 봉쇄 정책 펴야 한다는 분석도 있으나 #중국 축구 참패가 체제 비판 시위로 이어질까 두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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