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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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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현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감자튀김을 부르는 말은 다양하다. 그중 한국에서 가장 익숙한 명칭은 프렌치프라이(French Fries)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서 감자튀김을 처음 본 미국·영국 군인들이 프랑스 요리인 줄 알고 프렌치 프라이드 포테이토(French Fried Potatoes)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아직 프렌치프라이의 원조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튀김 요리가 발달한 벨기에는 18세기부터 감자를 튀겨 먹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는 같은 시기 파리에 정착한 상인들이 감자튀김을 먹기 시작했고 이후 벨기에로 전파됐다고 본다.

신경전은 벨기에가 유네스코에 프렌치프라이를 벨기에 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프랑스는 “우리 전통 음식으로 엉뚱한 짓을 한다”는 반응이다. 감자튀김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감자 요리가 된 데는 패스트푸드의 역할이 컸다. 햄버거와 함께 감자튀김을 제공했는데 패스트푸드가 세계적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감자튀김도 함께 전파됐다.

그런데 패스트푸드 메뉴판에서 감자튀김이 사라질 판이다. 햄버거 세트를 시키면 감자튀김 대신 치킨너깃이나 치즈스틱을 준다. 감자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주요 감자 수출국의 수확량이 기후 영향으로 확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증가로 해상·항공 물류난이다. 감자를 확보해도 한국으로 들여올 방법이 없다.

밀도 마찬가지다. 14개국이 밀 등 곡물 수출을 금지했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19.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권이다. 쌀(90~100%)을 제외하면 밀(0.7%), 옥수수(0.7%), 콩(6.6%) 등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는 먹거리가 무기인 ‘식량안보’ 시대에 약소국이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이 갸우뚱하다. 2025년까지 3년 만에 밀 자급률을 0.7%에서 5%로 높이겠다고 나섰다. 2018년과 똑 닮았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까지 밀 자급률 9.9%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수요가 줄어드는 쌀 대신 밀 농사를 짓겠다는 건데 논을 밭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식품업계에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국산 감자는 전분 함량이 적고 수분이 많아 튀김으로 적합하지 않다. 생산이 늘어도 외국산 품종을 대체하기 마땅찮다. 이번엔 실효성 있는 현장 행정이 필요하다. 내년에 또 ‘감튀’ 대란을 겪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