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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안희경 『최재천의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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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의 공부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최재천·안희경 『최재천의 공부』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자식의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조급증이 결국 자식에게 독이 됐더란 얘기는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대 석좌교수가 대담 형식을 통해 ‘공부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결국 교육 문제로 귀결된다는 결론. “사회의 고통은 과목별로 오지 않는데 아직도 교실에서는 20세기 방식으로 과목별로 가르친다”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도 인용한다. 20대 초반에 배운 것으로 평생 우려먹고 살 수 없는 평생교육 시대, ‘취미 독서’의 나이브함도 경고한다. “책은 우리 인간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발명품인데, 그 책을 취미로 읽는다? (…)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