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한·미 항모연합훈련 하자…북한, 탄도미사일 8발 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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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 해군은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4년7개월 만에 실시된 훈련에 한국 해군은 환태평양훈련전단을, 미국 해군은 제5 항모강습단(CSG)을 동원했다. 사진은 마라도함에 미국 해상작전헬기(MH-60)가 내려앉는 모습. [사진 합참]

한·미 해군은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4년7개월 만에 실시된 훈련에 한국 해군은 환태평양훈련전단을, 미국 해군은 제5 항모강습단(CSG)을 동원했다. 사진은 마라도함에 미국 해상작전헬기(MH-60)가 내려앉는 모습. [사진 합참]

북한이 5일 오전 9시8분부터 9시43분까지 35분 동안 평양 순안, 평남 개천, 평북 동창리, 함남 함흥 일대 등 네 곳에서 각 두 발씩 총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시험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각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10~670㎞, 고도는 약 25~90㎞, 속도는 마하 3~6으로 탐지됐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 2발을 섞어 쏜 지 11일 만이다. 올해 들어 18번째 미사일 도발(방사포 포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 SRBM 발사와 관련해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안보태세 시험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시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 훈련을 포함한 양국 확장억제력과 연합 방위태세를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중요한 것은 ‘4곳 8발 무더기 발사’에 담긴 북한의 의도다. 정부 안팎에선 “전날까지 사흘간 한·미가 4년7개월 만에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에 나선 것에 대한 시위 성격”이란 풀이가 나온다. 한·미가 휴전선에서 2800㎞쯤 떨어진 오키나와에서 연합훈련을 하자 한국 용도인 사거리 1000㎞ 이하의 SRBM을 집중적으로 발사하며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를 겁박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5일 장·단거리 미사일 ‘섞어 쏘기’로 한·미·일을 동시에 위협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에 집중한 셈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섞어 쐈을 수도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 주기장에 자리한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의 모습. 4일 위성사진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촬영했다. [워존 캡처]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 주기장에 자리한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의 모습. 4일 위성사진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촬영했다. [워존 캡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빠른 속도로 한·미·일 삼국 간 대북 공조와 안보협력을 강화하자 SRBM 발사로 이를 시험하고 맞대응하는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이번 도발이 한·미·일 고위급 당국자들이 잇따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세 나라 북핵 수석대표(3일), 외교부 차관(8일), 국방부 장관(10~12일 예상) 간 대면 회담이 이미 이뤄졌거나 예정돼 있다. 특히 이날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박4일의 방한을 마무리하고 한국을 떠나는 날이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6~8일)하기 하루 전날이다.

군사적으로는 북한 전역에서 동시에 남측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러 지역에서 한꺼번에 쏴서 한·미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복수의 목표물을 일거에 타격하는 능력을 시험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번 무더기 발사가 미사일 성능을 시험하는 시험발사 수준을 넘어 한·미가 그동안 북한의 도발 때 자주 실시해 온 원점 타격 훈련에 대응하는 본격적인 전술훈련의 일부일 가능성도 있다. 한·미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사거리 300㎞의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전술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사거리 1000㎞의 해성-2 함대지미사일, 공대지 JDAM(합동정밀직격탄) 등을 동원해 지·해·공 미사일 동시탄착(TOT) 개념을 적용한 합동 정밀타격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처럼 동시에 여러 곳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우리가 중간에 요격하거나 발사 원점을 무력화하는 대응 작전 능력이 교란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변칙 기동으로 비행한 탄도미사일이 최소 1발 이상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이번에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변칙 기동 때문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과 재래식 탄도미사일 등을 섞어 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발사는 코로나19라는 북한 내부의 어려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제재라는 외부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핵 무력 고도화의 길을 가겠다는 김정은식 ‘마이웨이’의 기조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B-1B 폭격기 4대 괌에 전진배치

앞서 미국 하와이 근해에서 열리는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참가하기 위해 출동한 해군 전단이 지난 2~4일 일본 오키나와 동남쪽 공해에서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모강습단과 연합훈련을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훈련엔 해군의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1만4500t급),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한 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문무대왕함(4400t급)이 동원됐다. 미 해군은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함, 순양함인 엔티텀함, 구축함인 벤폴드함, 군수지원함 빅혼함이 참가했다. 현재 미 해군의 모든 항모는 핵추진함이며, 순양함·구축함에는 이지스 전투체계가 장착됐다.

한·미가 다국적 훈련이 아닌 양국 연합훈련에서 항모를 동원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4년7개월 만이다. 미군은 초음속 폭격기 B-1B ‘랜서’ 넉 대로 이뤄진 폭격기 편대를 이달 초 사우스다코타주 엘즈워스 공군기지에서 한반도에 가까운 태평양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모와 폭격기가 바로 대표적인 전략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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