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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여당 잠룡 셋…"尹 후계자 누구냐" 벌써 말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았고, 다음 대선은 2027년 3월에야 치러진다. 하지만 요즘 여당에선 벌써부터 “윤 대통령의 후계자가 누구냐”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선에서 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 세 명이 나란히 당선되자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이들 모두 대선 관련 질문이 나올 때면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자연스럽게 정치적 보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서울시정 전념이 최고 묘수” 4선시장 날개 단 오세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 다음 날인 2일 서울시청에 출근해 업무를 재개했다. 그는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는 질문에는 “성급한 말이고 사치스럽게 느껴진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4선 서울시장이라는 날개를 단 오 시장이 다른 차기 여권 주자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구청장 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에서조차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상대로 완승을 거둬 독보적인 득표력을 입증했다. 이렇게 되면 2년 뒤 총선에서도 오 시장의 영향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오 시장이 향후 서울 부동산 문제와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차기 주자의 선두권에서 앞서가는 상황이 외려 오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 시장과 가까운 인사는 “지금 오 시장 입장에서 최고의 묘수는 대선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서울시정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최근 주변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시의회의 다수당이 됐기 때문에 마음 같아선 5선 도전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힘 의원들과 식사 약속 줄줄이 잡은 안철수

(성남=뉴스1) 김영운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 분당갑 후보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하자 환호하고 있다. 2022.6.1/뉴스1

(성남=뉴스1) 김영운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 분당갑 후보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하자 환호하고 있다. 2022.6.1/뉴스1

7일부터 국회에 등원하는 3선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식사 약속이 줄줄이 잡혀 있다. 안 의원 측은 “지금은 초선 의원 위주로 밥 약속을 잡고 있지만, 당의 모든 의원과 적어도 한 끼 이상 할 예정”이라며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국민의당 시절과 달리 자유롭게 교류할 여건이 마련됐다”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정책 포럼 출범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안 의원 측은 “연금 개혁이나 4차 산업 진흥 등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포럼을 일종의 싱크탱크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의원들과 스킨십에 나서는 것을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당권을 노린 기반 닦기 아니겠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5일 보선 캠프 해단식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공천 시스템 정비 등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띄운 것을 두고 “선거나 공천 이외에 정책 등 혁신이 필요한 부분을 포괄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차기 주자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안 의원은 지난 3일 상임위원회를 지원하면서 1지망에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를 적었다. 그간 성공한 벤처사업가 혹은 이공계 전문가 이미지가 강했던 안 의원이 외통위를 지원하자 당에서는 “대선 후보의 필수 역량인 외교 분야 경험을 쌓으려는 의도”(국민의힘 재선 의원)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없는 안 의원이 단기간 내에 우호 세력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차기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향후 의정 활동에서 얼마나 두각을 드러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장된 홍준표, 당심 다지기 나설까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당선인이 1일 오후 대구 중구 선거사무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중 당선이 유력해지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부인 이순삼 여사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당선인이 1일 오후 대구 중구 선거사무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중 당선이 유력해지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부인 이순삼 여사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최근 자신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인 ‘청년의꿈’ 사이트의 1억뷰 달성을 기념해 온라인 축하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치열한 양강 대결을 벌였던 그는 대구시장에 당선된 직후 “윤 대통령이 날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당선인이 의원직을 내려놓고 대구시장을 택한 것을 두고 홍 당선인과 가까운 한 전직 의원은 “대선 경선에서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도 당원 투표에서 밀려 패배했던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기반으로 당심(黨心)을 다지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최근 홍 당선인 주변에서는 “대선 도전을 하려면 불같은 성정부터 한 수 접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홍 당선인이 대선 경선 패배 이후 당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섭섭함을 토로하는 등 삐걱거렸던 관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상대적으로 여론 주목도가 떨어지는 대구에서 활동해야 하는 건 홍 당선인의 핸디캡이다. 홍 당선인 측 관계자는 “대구시장직을 제대로 수행하는 게 1순위이고, 청년의꿈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젊을 층과도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4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유 전 의원은 6월 초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김상선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4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유 전 의원은 6월 초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김상선 기자

한편 경기지사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이달초 새 저서인 『야수의 본능』 출판기념회를 열고 간만에 공식 석상에 선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정치 행보 재개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출판기념회는 오래전에 예정된 일정”이라며 “상처를 딛고 일어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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