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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기고 우크라이나 방문한 이준석…배경놓고 설왕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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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당대표실로 향하던 이준석 대표의 모습.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당대표실로 향하던 이준석 대표의 모습. [뉴스1]

전국단위 선거를 연달아 승리로 이끈 여당 대표가 선거 직후 해외 출장을 간 경우는 극히 드물다. 통상 승리한 당 대표는 자신의 정치력 확장을 위해 국내 정치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아시아 정당 대표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건 이 대표가 최초다.

현지시각으로 4일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도착한 이 대표는 현지 NGO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간담회를 마친 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한국 사회의 많은 지원도 바라고 있다”며 “특히 의약품이라든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형태의 식품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대사와 함께 이 대표와 동행한 김형동·박성민·정동만·태영호·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참석했다.

현지 국민의힘 의원 “안전한 곳 아냐”

폴란드에 인접한 르비우는 후방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지난달에도 러시아의 폭격이 있었던 전장이다. 현장에 도착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에 “안전한 곳으로 보긴 어렵다”는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9일 한국에 귀국할 예정인 이 대표는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여당인 ‘국민의 종’의 올레나 슐리악 대표 등을 접견할 계획이다. 10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에 오찬에서 접견 내용을 윤 대통령에 전할 방침이다.

지난 4월말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고 인사를 나누던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말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고 인사를 나누던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이 대표의 방문은 윤석열 대통령 특사 자격이나 정부 대표단이 아니라 여당 대표 자격이다. 지난 4월 말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던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장의 방문과 유사하다. 하지만 당시 미국 서열 3위로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이란 선물 보따리를 풀며 환대를 받았던 펠로시 의장과 이 대표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북핵과 한·러 한계를 고려해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무기 지원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물 보따리 없는 이준석의 방문, 왜

그런데도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 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내에선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윤리위원회 징계’ 문제에 대한 돌파구 차원의 행보란 분석이다.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해 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지난 대선 때부터 “이 대표가 윤리위원회 문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해외 유학을 갈 것”이란 말이 나돌았다. 특히 지난 4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지방선거 전 이례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품위위반 의무 관련 징계절차에 돌입하며 그런 해석에 더욱 힘이 쏠렸다.

대응을 자제해왔던 이 대표는 6월 지방선거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기 사퇴론을 일축하며 “당연히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리위원회에 대해서도 “떳떳하고 문제없다. 공개회의를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위기에 놓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1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붙이는 행사를 마치고 소감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1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붙이는 행사를 마치고 소감 밝히고 있다. [뉴스1]

‘지도자 이미지’ 쌓기…과거 홍콩 방문과 비슷 

이 대표의 행보가 ‘지도자 이미지 쌓기’란 해석도 있다. 당대표 이후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목적이란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이미 대중성을 갖춘 이준석에게 부족한 건 경제와 외교·안보에 대한 경험 아니겠냐”며 “이준석이 큰 꿈을 꾸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번 방문이 2019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 홍콩 방문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한국 정치인으론 최초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던 홍콩을 방문해 민주화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 대표를 맡은 뒤인 지난해 7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중국에겐 ‘금기 사항’인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에 대한 우려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이 대표의 원칙적 태도는 당시 홍콩 민주화 탄압에 함구했던 문재인 정부와 대비되며 2030 남성들의 호평을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국제 이슈가 있을 때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고, 그게 하버드대를 졸업한 30대 당대표의 강점 아니겠냐”며 “홍콩 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방문 역시 이준석 스타일의 정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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