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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백신 문의 빗발...韓에 있는건 15번 찌르는 백신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학연수를 가는데, 가는 국가에 원숭이두창이 발병해서요. 천연두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무 병원에서나 접종해주나요?”
최근 인터넷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해외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자 소식이 잇따르면서 출국을 앞둔 이들 사이에 예방 접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역 맘 카페에도 한 여성이 “남편 해외 출장 전에 백신을 맞으면 좋겠는데 어디서 접종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백신은 없지만, 사람 두창인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보건소나 일반 병·의원에서 원하면 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원숭이두창 양성, 음성이 적힌 시험관.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원숭이두창 양성, 음성이 적힌 시험관.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천연두는 이미 박멸된 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 비축 중인 백신은 생물 테러 등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승인된 2세대 백신이다.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85%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예전 데이터라 지금도 유효한지 전문가 재평가가 필요하단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어쨌든 우리는 이 백신을 3500만명분 정도 비축하고는 있다. 그러나 보건소나 병·의원에는 물량이 없기 때문에 아무나 원한다고 접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일반 의료인조차 접근하는 게 어렵다”며 “이 백신을 실제로 쓰려면 훈련된 인력의 도움을 받아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국내에 비축 중인 백신은 심근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분지침에 백신액을 묻혀 피부에 15번 찔러야 하는 등 접종 방법이 복잡하고, 독성을 약화한 생백신인데 심근염과 신경계 부작용 등이 많이 보고됐다"며 "100만명 접종했을 때 사망자가 1, 2명 정도 나오는 백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이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면역저하 상태에선 맞기 어렵고, 주변 전파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접종 후 전파 우려를 막기 위해 접종 부위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생백신이지만 약독화됐고,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않으며 피하 주사로 1번만 접종하는 3세대 두창 백신(미국명 진네오스)을 소량이라도 도입해 비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진네오스는 기존 제품보다 부작용 위험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선 천연두 백신으로 허가받았지만, 2019년 FDA는 이 백신을 원숭이두창으로 쓸 수 있다고 허가했다. 유럽의약품청도(EMA)도 현재 원숭이두창 예방 백신으로 이 백신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조사와 논의 중이다.

국내서도 3세대 백신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언제 가능할지는 모른다. 질병청 관계자는 “물량이나 일정 등 아직 구체화한 건 없다”며 “3세대 백신이 이점이 많고 접종자 수용성도 높겠지만, 유행상황이나 접종 시점, 대상자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령 백신 접종 계획이 나오더라도 여행과 연수 등의 목적으로 출국하는 이들이 예방 목적으로 맞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밀접 접촉자 등 극소수의 고위험군만 대상으로 접종할 가능성이 크다. 질병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호흡기감염병처럼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접종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해외에서 하듯 밀접접촉자의 사후 발병 예방, 증상 완화 등의 목적으로 아주 제한적인 접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원숭이두창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원숭이두창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접종이 이뤄질 경우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등 감염 가능성이 높은 소수를 대상으로 우선 접종해 질병 확산을 막는 이른바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전략은 제한된 백신 물량으로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데 효과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 천연두 박멸 당시나 2015년 에볼라 때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김우주 교수는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면 밀접 접촉한 주변 사람들에게 접종해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이런 식으로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들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캐나다 일간 몬트리올가제트는 지난달 31일 몬트리올에서 감염자와 접촉한 15명 이상에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영국도 의료진과 밀접 접촉자 등에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에 노출된 뒤 4일 안에 백신을 접종하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노출 후 14일 안에 맞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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