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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동상 또 수난…가시철선 감고 기념촬영한 5·18단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북 5·18 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가 옛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인 청주 청남대에 세워진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에 가시 철선을 설치한 뒤 사진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충북 5·18 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가 옛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인 청주 청남대에 세워진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에 가시 철선을 설치한 뒤 사진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충북 5·18단체, 가시철선 설치 후 기념촬영

옛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에 설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이 가시 철선에 둘렸다가 철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5일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남대를 찾은 ‘충북 5·18 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 소속 회원 10여명이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몸통에 가시 철선을 설치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이들은 동상 안내판에도 가시 철선을 감았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관리사업소 직원은 현장에 나가 철선 철거를 요청했다. 5·18단체 회원은 낮 12시30분쯤 철선 퍼포먼스와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진 철거했다.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철선 설치를 놓고 잠시 마찰이 있었으나, 동상이 크게 훼손되지 않아 경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지성 충북 5·18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장은 “전두환·노태우 동상 대안 찾기 시민 워크숍을 위해 회원 40명과 전날 청남대를 답사했다”며 “전두환(전 대통령)이 생전 만행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이 세상을 떠나간 점에 분노를 표현하려고 철책선을 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충북 5·18 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 소속 회원이 지난 4일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몸통에 가시 철선을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충북 5.18 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

충북 5·18 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 소속 회원이 지난 4일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몸통에 가시 철선을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충북 5.18 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

“전두환 만행에 분노 표현…동상 존치 반대” 

그는 이어 “청남대 직원들이 무단침입을 운운하며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범법자 동상을 세운 게 잘못이지 철선 퍼포먼스를 한 게 잘못은 아니다”라며 “학살 반란자의 동상을 마치 영웅처럼 세워 숭배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주장했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는 전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83년 대청호변에 건설됐다.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관리권을 넘겨받은 충북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부터 이명박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청남대 동상 철거 논란은 2020년 5월 충북도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방침을 정하면서 시작됐다. 5·18단체는 “예우를 박탈당한 전직 대통령의 동상은 없애야 한다”며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하지만 보수단체 등은 “동상을 그대로 놔두고 잘못된 역사를 기록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해 11월에는 청남대를 찾은 50대 남성이 쇠톱으로 전두환 동상 목 부위를 자르려다가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동상은 목 부위 절반가량이 잘렸다. 경기지역 5·18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전두환 동상의 목을 잘라 그가 사는 연희동 집에 던지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 동상의 목을 쇠톱으로 훼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훼손된 동상.(청남대관리사업소 제공). [뉴스1]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 동상의 목을 쇠톱으로 훼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훼손된 동상.(청남대관리사업소 제공). [뉴스1]

“청남대 이념 갈등 장소로 변질 우려”

충북도는 6개월 넘게 갈등이 이어지자 동상을 존치하되, 역사적 과오를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7월 동상 자리를 옮기고 ‘군사반란’ 등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도 설치했다.

5·18단체는 이 결정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전두환 동상을 옮기고 죄목을 적시했으나, 현 상태의 동상은 적합하지 않다”며 “향후 청남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추가 동상 건립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논란은 동상 이전과 안내판 설치로 결론이 난 상황”이라며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동상 추가 건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이 전혀 없다. 충북의 대표 관광지인 청남대가 이념 갈등의 장소로 변질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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