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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웃겨?" 밤마다 장기자랑…31㎝ 관물함 들어가라한 해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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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중앙포토]

후임병에게 아이돌 춤추기 등 장기자랑을 시킨 뒤 웃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물구나무까지 시킨 선임병이 처벌을 받았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강요와 특수폭행, 강요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해병대 병장으로 복무했던 2021년 3월 4일부터 열흘 동안 병장 B씨, 상병 C씨와 함께 심심하다는 이유로 밤 10시 소등 이후 일병 D, E씨에게 1∼2시간 동안 장기자랑을 시켰다.

피해자들은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지면 아이돌 춤추기, 상황극, 성대모사, 삼행시, 자고 싶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기 등 장기자랑을 하며 선임병들을 만족시켜야 했다.

만족시키지 못할 때면 “선임 한 번 못 웃기냐”라거나 “예의가 없다”라며 폭언을 듣고 얼차려를 받았다.

선임병들은 후임병이 웃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물구나무서기를 시키는가 하면 물구나무 중 다리가 내려오면 열심히 하지 않았다며 “내가 왜 그랬지”라고 소리 내어 말하기를 5분간 시켰다.

같은 이유로 너비가 31㎝에 불과한 철제 관물함에 들어가라고 시키기도 했다.

A씨는 D씨가 자신의 생일 모자를 허락 없이 썼다는 이유로 목발로 정수리를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

이런 범행은 휴가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적 격리를 위해 쓰던 임시생활반에서 벌어졌다.

박 부장판사는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선임병이라는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 짧지 않은 기간 피해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했다”며 “피해자들이 느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수치심, 모멸감 또한 가볍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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