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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물티슈는 고래를 구할까…변기에 버리는 물티슈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낚시줄과 비닐백이 꼬리에 매달려 있는 돌고래. [사진 eco2.com]

낚시줄과 비닐백이 꼬리에 매달려 있는 돌고래. [사진 eco2.com]

쓰레기사용설명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물티슈로 고래를 구하는 방법'
지난 3월 유튜브에 올라와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아용 물티슈 광고의 제목이다. 보통 물티슈의 주요 소재는 분해에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이지만, 이 제품은 종이펄프 등으로 만든 자연 원단이라고 한다. 수압과 미생물로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변기에 흘려보내도 문제가 없고,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녹아버려 해양생물이 미세플라스틱으로 고통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수중에서 물티슈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중앙포토

수중에서 물티슈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중앙포토

최근 제지업계에선 '제로 플라스틱 물티슈', '생분해 물티슈' 등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천연원단과 나무에서 나온 레이온으로 만들어 변기에 버리면 녹고, 땅에 묻히면 저절로 썩는다. 인터넷 후기엔 "물기가 빨리 마르고 크기가 좀 작다", "얇아서 잘 찢어진다"는 평이 올라와 있다. 그러면서도 "환경을 위해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 "지구에 덜 미안하다"고 한다. 이런 친환경 물티슈는 정말 고래를 구할 수 있을까. 전문가에게 물었다.

[쓰레기사용설명서] 6회

'변기 버려도 된다'는 공식 인증은 없다

보통의 물티슈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스터가 주요 성분으로 들어가 쉽게 찢어지거나 분해되지 않게 한다. 대신 변기에 버려지면 하수관을 막고, 강과 바다로 흘러가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게다가 일반쓰레기로 매립지에 묻히면 오랫동안 썩지 않고, 소각장에서 불탈 땐 이산화탄소와 발암물질을 배출한다. 이물질 탓에 재활용까지 어려워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쓰레기 중 하나다.

그래서 친환경 물티슈는 쉽게 분해된다는 점을 인증하려 한다. 국제 물풀림(물 내림) 기준을 충족했고, 국가공인시험기관에서 실시한 미세플라스틱 검출 시험을 통과했다는 식이다. 천연펄프 검증서를 제시하거나 자체 실험을 통해 생분해 인증을 한 경우도 있다. 변기에 내리면 휴지처럼 물에 풀어져서 사라지고, 매립되면 금방 썩어버리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단 논리다.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중앙포토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중앙포토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중 제품이 받은 인증은 환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변기로 물티슈가 버려질 때, 아무런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직접 인증하는 공식 기관은 국내에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을 하지 않는 이상 모든 쓰레기는 환경에 부하를 준다. 그래서 공식 인증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변기에 버려도 되는 물티슈'란 이미지가 퍼지면, 플라스틱이 섞인 제품까지 변기에 버리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생분해도 더는 친환경 아냐"

생분해 인증도 앞으론 점점 의미가 퇴색된다. 쓰레기 매립보다 소각에 중점을 두는 국내 자원순환정책 방향에 따라 땅에서 잘 썩는 것보다 태웠을 때 유해물질이 덜 나오는 게 환경에 낫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는 2025년 이후엔 생분해 기능을 더 이상 친환경적 요소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시중에 나온 생분해 일회용품들은 특정 조건(58도 이상)이 갖춰지지 않는 이상 쉽게 썩지 않는다. 또한 앞으론 쓰레기를 땅에 묻기보다 태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정됐기 때문에 생분해가 친환경이란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진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규제 없지만 시민의식 있어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연간 국내 식품접객업소용으로 생산되는 물티슈의 양은 34만3024t이다. 물에 젖은 무게인 것을 고려해도 1인당 연간 3000장 이상을 써야 하는 양이다. 무게로만 치면 일회용 컵(27만3555t)·종이냅킨(3만347t)·행주(1만1220t)·젓가락(9382t), 숟가락(5918t)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하지만 정부는 물티슈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26일부터 다시 시행될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 정책에도 물티슈는 적용 대상에서 진작 빠졌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순환과장은 "물티슈는 시민들의 위생과 관련된 물품이라 섣불리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물티슈는 골치 아픈 일회용 쓰레기가 맞다. 꼭 필요한 목적으로만 쓰되, 그 이외의 사용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사용설명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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