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치느님' 몸값에 전세계 떤다…육류소비 1위 닭고기 품귀 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마켓에서 직원이 닭을 손질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닭고기 생산과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1일부터 닭고기 수출을 중단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마켓에서 직원이 닭을 손질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닭고기 생산과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1일부터 닭고기 수출을 중단했다. [EPA=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OK 치킨 라이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다이엘 탄은 닭고기가 떨어져 치킨 라이스 메뉴를 내놓지 못할까 봐 걱정 중이다. 그는 "버거 없는 맥도날드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치킨 라이스 매장 '티안 티안'도 "메인 요리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전체 소비량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닭고기를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했지만, 말레이시아는 지난 1일 자국의 닭고기 공급 부족을 이유로 수출을 중단했다.

영국 허트포드셔주 히친에서 치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단 심슨도 "닭고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며 "지난해 말 필렛 한 박스에 30파운드(약 4만6000원)에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50파운드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BBC 등은 런던에서 싱가포르, 맨해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닭고기 가격이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한국도 최근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 중심으로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닭고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다. 그래서 치킨 가격이 오르면 항의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가 이웃 나라에 닭고기 수출을 금지한 이유다. 말레이시아 닭고기 시장은 '우크라이나 나비 효과'가 작용했다.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사료 가격이 오르자 육계 농가는 병아리를 충분히 키우지 못했고 이로 인해 도산하는 농가 등이 생기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일부 대기업이 가격을 담합했다는 정황에 포착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공급 부족은 싱가포르 등 주변국으로 번졌다. 싱가포르의 치킨 외식업계는 냉장육 가격이 3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싱가포르 당국은 냉동 닭고기와 다른 육류로 대체하도록 권고했다. 인구 중 무슬림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전체 육류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영국은 앞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비용 상승을 겪은 데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와 에너지·운송 비용이 모두 올라 가격이 급등했다. BBC는 병아리와 육계 농가는 물론 도·소매점과 레스토랑 모두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캠브리지셔에서 23년간 병아리 부화장을 해온 스티븐 위긴톤은 BBC에 "모든 것의 가격이 올랐다"며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닭을 키우는 엠마 크로스도 사료를 주문할 때마다 비용이 올랐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비싼 치킨' 이어질 듯" 

지난달 31일 태국 태국 방콕의 한 시장에서 통닭을 파는 직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태국 태국 방콕의 한 시장에서 통닭을 파는 직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룸버그는 글로벌 치킨 가격 상승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과 중동 국가로의 가금류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료의 원료인 곡물 부족 현상이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옥수수·밀 수출이 막히면서 사료 가격이 급등했다. 유럽사료제조연맹(FEFAC)은 올해 동물 사료의 생산량이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닭고기 사료의 경우 3%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미국에서 대규모 발병으로 인해 약 3800만 마리의 닭·칠면조를 도살 처분했으며, 앞서 영국은 지난해 10월 최대 규모의 조류 인플루엔자를 겪었다. 프랑스도 20마리 중 1마리가 처분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국의 식량 공급을 위해 말레이시아 등이 '식품 보호주의'로 돌아선 것도 한 요인이다. 앞서 지난달 인도는 설탕과 밀 수출을 제한했으며, 인도네시아도 한때 팜유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CNN 비즈니스는 싱가포르의 '치킨 라이스 위기' 는 전 세계가 체감하고 있는 식량 부족의 가장 최근 신호일 뿐이라고 지난 1일 전했다. 매체는 코로나19와 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식량 공급이 위기를 맞고 있으며, 닭고기 말고도 미국·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 감자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식품 조사업체 등은 닭고기 가격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에 기반 둔 GRO 인텔리전스는 닭값 폭등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최근 10년 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제반 비용 상승으로 오는 여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치킨 시장은 약 1960억 달러(약 245조원)이며, 오는 2027년 207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