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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상사에 '오빠·자기'라 했다고 불륜녀래요, 억울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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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유부남인 직장 상사와 단둘이 영화를 보거나 ‘오빠’ ‘자기’ 등의 호칭으로 부르고, 이를 상사의 아내가 알게 돼 ‘불륜녀’라며 비난받자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여성 A씨가 보낸 사연이 다뤄졌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직장상사인 B씨와 단둘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출‧퇴근 시 차를 함께 타고, 영화를 함께 보기도 했다. B씨가 A씨에게 모닝콜을 부탁해 A씨가 해 주면, B씨가 선물을 주기도 했다.

B씨가 A씨에게 “사랑해” “예쁘다”라고 하면서 “오빠라고 편하게 불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오빠” “자기”라고 불렀고, B씨에게 “보고 싶어요” “돈 많이 벌어 백(가방) 사주세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B씨 아내는 A씨에게 연락해 “불륜녀다” “가만히 안 둘 거다” “가족과 남자친구에게 알리고, 직장 인사과에도 고발하겠다”고 했다.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상사는 주말부부라 ‘집에 가도 할 일이 없다’며 팀원들에게 수시로 밥을 샀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사와 자주 연락한 건,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소원해져 이별을 고민하던 찰나 연애상담을 하느라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출‧퇴근길 B씨의 차를 탄 것은 “상사가 먼저 제안해 교통비를 아낀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3일 정도 얻어 탔다”고 했다. 애정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는 말을 주고받은 것에 대해선 “같은 직장에서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싫어서 모르는 척 다른 대화로 화제를 돌렸는데,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서 농담 삼아 나도 그렇게 불러준 적이 있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나는 가끔 남자 동료들과 영화를 보고, 출‧퇴근길에 차를 간혹 얻어 타기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장상사와 자유롭게 문자나 전화를 한 건 사실이지만, 결코 사적인 감정을 가진 적은 없고, 성관계를 하거나, 성적인 행동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직장상사의 아내가 가족들이나, 직장, 남자친구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는 건 명예훼손 아닌가. 밤늦게 문자를 하거나, 영화를 몇 차례 같이 봤다는 이유로 부정행위가 되는지,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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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반드시 성관계가 있어야만 ‘부정행위’인 건 아냐…간통보다 넓은 개념”

이에 대해 김선영 변호사는 “우리 민법에서 정하는 이혼 사유, 부정행위는 반드시 직접적인 성관계에 이를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며 “이른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그 상황을 참작해서 정조의무에 위반했다고 보면 부정행위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유사 사례에 대해 법원은 “간통이 아니더라도, 타인 가정의 혼인 관계에 파탄시킨 책임이 있다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부정행위’라고 판단한 사례는 ▶배우자가 있는 남성이 다른 여성과 수천 건 문자를 주고받은 사례 ▶남편이 다른 여성의 신체를 만지는 모습을 아내의 친구가 목격한 사례 등이다.

다만 법원이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식사를 하거나 유흥업소에 출입을 하고 그 남성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귀가를 한 사실은 있지만 이러한 것이 남편의 요구에 따라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고 둘이서만 다닌 것이 아니고 친구 등 다른 사람이 함께 참여한 경우엔 법원이 부정행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A씨의 경우 ‘본인이 직접적인 애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약간 논란의 소지가 있기는 하다. (부정행위인지 아닌지) 경계에 있는 것 같다”라며 “다만 상대가 주말 부부라고는 하지만 그를 빌미로 거의 매일 문자를 밤늦게 주고받고 ‘오빠’라거나 ‘자기’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빈도가 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둘만 둘이서 영화를 보는 일 등이 반복이 됐다면 제3자가 보기에 혼인 관계를 파탄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한다고 보고 부정행위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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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불륜 알리겠다” 명예훼손죄 성립할까…변호사 “전파 가능성에 따라 달라”

B씨 아내가 A씨에게 “가족, 남자친구 등에게 불륜을 저질렀다는 내용을 알리겠다”고 한 것을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누구에게 알리는지, 전파 가능성에 따라 명예훼손죄 성립이 될 수가 있고, 아닐 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명예훼손죄의 중요한 성립 요건 중 하나는 ‘공연성’이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따라서 특정 개인이나 소수인에게 개인적 또는 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는 ‘공연하다’고 할 수 없다.

A씨 사례에서 보면, B씨 아내가 A씨 가족, 남자친구에게 알리는 것은 전파 가능성이 없어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회사 동료들에게 알린다면 그 대상이 한 명이라고 하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남성이 전 여자친구의 10~20년 이상 오래된 친구 2명에게 “걔는 꽃뱀이다”라는 등의 험담성, 허위문자를 보냈지만,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허위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고 실제로 이를 전파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장 인사과에 알리는 것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인사부, 감사실 등 감찰 관련 부서에 제한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의 비위에 대해서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진정서를 보낸 사안에서도 그가 근무하는 학교법인 이사장 앞으로 제출한 행위 자체는 진정서 내용을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하겠다고(직장 인사과에 알리겠다고) A씨에게 알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예훼손죄가 되지는 않는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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