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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주력산업 중 '조선업'만 먹구름…3대 악재에 발목[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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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수주 ‘보릿고개’에서 벗어났지만, 실적 개선은 아직도 먼 길이다. 최근 후판 가격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4일 해양수산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초만 해도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 ‘빅3’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의 선박 수주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현대중공업의 도크 모습.

현대중공업의 도크 모습.

우선 최근 선박용 후판 공급 가격이 t당 10만∼15만원 더 비싸졌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지난해 t당 50만원 인상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수익성 개선을 노리던 조선업계는 또다시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빅3는 후판가 인상을 염두에 두고 1분기에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했고, 이에 한국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은 각각 3964억원ㆍ949억원ㆍ4701억원의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러시아 선주의 계약 미이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10월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3척 중 1척을 계약 해지했다. 중도금이 기한 내 입금되지 않은 것이 해지 이유로, 금액은 3300억원 정도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금액이 약 80억 달러(약 10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한다. 대 러시아 경제제재가 장기화하면 이같은 대금 미지급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도 조선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6∼2019년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설계ㆍ연구 기술인력을 포함한 상당수 노동자가 조선소를 떠났다. 최근 조선업 경기 회복에도 경력 기술자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업계의 임금이나 근무 여건이 조선업계보다 낫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14년 말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687명으로 7년 새 54% 감소했다. 협회는 올해 조선 생산기능인력(협력사 제외)이 4만7000명까지 필요한 반면 현재 인력은 3만8000명대에 그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악재의 영향으로 조선업은 한국의 13대 주력 산업 중 유일하게 올해 수출이 먹구름이다. 산업연구원(KIEF)의 ‘2022년 하반기 경제ㆍ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 한해 조선업의 수출은 전년 대비 20.2% 감소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3.4%, 하반기에는 16.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자료: 산업연구원

자료: 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주절벽에 따른 물량 감소와 2019~2020년의 낮은 계약 선가 영향 ▶러시아 제재로 인한 러시아 프로젝트 관련 선박ㆍ기자재 수출 제한 ▶생산인력 부족에 따른 선박 인도 연기 가능성 등으로 조선 분야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희망은 남아 있다. 지난 2020년 조선 3사와 100척이 넘는 LNG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한 카타르의 대량발주가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슬롯 계약은 신조(새 선박)용 도크를 미리 선점하는 것으로, 규모만 190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른다. 한국 업체보다 먼저 슬롯계약을 맺은 중국 후둥조선에 이미 발주가 시작됐고, 조만간 한국 조선사에도 발주를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제는 그간 원자잿값과 새 선박의 선가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카타르는 2020년 계약 당시 가격으로 선박을 발주하겠다는 입장인데, 가격 협상이 한국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되려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잿값 상승을 고려한 연동 조항이 삽입됐고, 같은 선박을 여러 척 수주하면 설계 한 번에 연속 건조가 가능해 수익성이 올라간다”며 “실보다는 득이 크다”고 말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후판 및 기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의한 충당금 적립이 있었기 때문에 연간 흑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하반기 거시 지표 추이에 달렸지만, 철광석과 원료탄의 추가적인 가격 강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원만한 실적 개선 흐름이 확인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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