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침 바로 옆 '숲길 개방'이란 안내문이 걸려 있다. 활짝 열려 있는 차단목을 지나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산한 평일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만 들려 온다. 여름을 목전에 두고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은 울창한 산림을 비집고 들어와 은은한 조명이 된다. 걷는 내내 즐기는 피톤치드 샤워는 덤이다. 자연 속에서 피로를 풀고 힐링을 할 수 있는 이곳은 바로 지금 개방 중인 조선왕릉 숲길이다.
태릉선수촌 양옆에 위치한 '태릉과 강릉'
태릉 매표소를 지나 능침 옆 숲길로 접어드니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산책로가 펼쳐진다. 길도 잘 닦여져 있고 오르막·내리막 구간엔 야자매트도 깔렸다. 공원의 산책로보단 등산로에 가까운 길이지만 슬리퍼를 신고 와도 된다는 태릉의 한 관계자의 말처럼 부담 없는 구간이다. 숲길 정상엔 벤치도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정상에서 반대 길로 내려가면 강릉으로 갈 수 있다. 평소 능 외부 인도로만 오갈 수 있는 태릉~강릉이지만, 이 숲길을 통해 왕복할 수 있다는 점은 별미다.
세 개의 왕릉이 있는 '파주 삼릉'
파주 삼릉엔 두 곳이 개방됐다. 공릉 뒤편으로 이어진 숲속 둘레길, 영릉과 순릉을 오가는 언덕길이다. 공릉 뒤편 구간은 완만하지만, 길이가 길고 영릉~순릉 구간은 경사가 있는 대신 짧다. 빼곡한 나무 그늘 아래를 느긋하게 거닐 수 있는 공릉 구간, 오르막·내리막과 함께 땀을 내며 걸을 수 있는 영릉~순릉 구간. 자신의 기호에 맞게 구간을 정해 다녀오면 좋을 듯하다.
경복궁 4배 넓이의 '구리 동구릉'
190만 제곱미터 규모의 구리 동구릉은 북서쪽의 휘릉~원릉, 경릉~양묘장 구간 등 총 2곳이 개방됐다. 경릉~양묘장 구간은 높게 뻗은 수목 아래 나지막한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길도 넓고 걷기 좋은 데다 곳곳에 벤치도 있어 쉬어가기도 좋다. 길 끝에 다다르니 탁 트인 하늘 아래 양묘장이 펼쳐진다. 휘릉~원릉 구간 역시 편안한 둘레길이다. 한국 왕릉군으로 최대 규모로 조선 태조 등 7명의 왕과 명성황후 등 10명의 왕비가 잠들어 있는 구리 동구릉은 개방된 숲길 이외에도 가볼 곳이 많다.
위 3곳을 포함해 지금 개방 중인 조선왕릉 숲길은 총 9곳이다. 남양주 광릉의 금천교~능침~복자기나무 숲 일원, 남양주 사릉의 홍살문~능침과 북측(초화원) 능침둘레길, 서울 의릉의 천장산~역사경관림 복원지, 파주 장릉의 능침 북측, 화성 융릉~건릉(들꽃마당), 여주 영릉 외곽(두름길 쉼터)이 있다.
숲길 개방시간은 조선왕릉 관람 시간과 같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월요일 휴관)이다. 단 숲길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4시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오는 6월 말까지 개방된다. 만약 이번 개방을 놓친다면 기회는 한 번 더 있다. 낙엽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가을, 10월경에 다시 개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