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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내내 '어부지리 교육감'…초중고 12년 '조희연 체제' 학생도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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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3선 교육감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당선이 확실시 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당선이 확실시 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은 싫은데 누구 뽑아야 돼?”

교육 분야 기자를 오래 하다보니 지난 선거 기간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 주변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싫다는 학부모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 교육감은 3번의 승리를 거두는 동안 단 한번도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 지지가 늘 많았어도 당선은 진보

2014년 진보단일후보로 첫 선거에 나섰을 때는 여론조사 3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1,2위를 달리던 고승덕, 문용린 후보의 상호 비방과 난타전이 거세지더니 본 투표에서 39.08%의 득표율로 ‘어부지리’ 승리를 거뒀다. 보수 후보들이 거둔 득표는 60%가 넘었다.

2018년에도 비슷했다. 조 교육감은 46.59% 득표했지만, 박선영·조영달 두 후보가 얻은 표가 더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 교육감은 겨우 38.1% 득표로 승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역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역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투표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다수 서울 시민은 항상 보수 교육감을 원했지만, 후보 분열로 12년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2014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2년 학창시절을 ‘조희연 체제’에서 보내는 셈이다.

'진보·혁신' 대신 '공존' 내세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였던 조 교육감은 흔히 ‘좌파 사회학자’로 규정됐다.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하고 민교협 의장을 지내는 등 사회 참여에 활발했지만 교수라는 것 말고는 ‘교육’과의 연결고리가 마땅치 않았다. 처음 진보 단일후보로 선거에 나왔을 때부터 그는 진보의 요구에 충실한 공약을 들고 있었다. 혁신학교, 자사고폐지,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같은 것이다. 재선 출마 때에도 공보물 제일 앞엔 ‘민주진보 단일후보’란 말을 정당명처럼 써붙이고 혁신학교를 늘리겠단 공약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좀 달랐다. 그의 선거공보물에 ‘진보’란 말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건 ‘혁신’이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늘상 혁신교육, 혁신학교를 부르짖은 진보 교육감이 진보와 혁신이라는 두개의 커다란 줄기를 잘라낸 것처럼 보였다. 대신 “교육엔 좌우가 없습니다”라며 ‘공존의 교육’을 강조했다. 공약에는 학습과 학력이 담겼다.

이런 변화는 정권 교체와 맞물려 진보가 불리한 이번 지방선거 구도에서 살 길을 찾은 조희연의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3선에 성공한 그가 이 공보물에서 보여준 출사표를 믿고 싶다. 진보의 부름에 응하고 특정 세력이 요구하는 혁신이 아니라 조희연이 싫다는 사람들의 요구까지 받아들이는 공존의 교육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3선 '조희연들'이 해내야 할 공존의 교육

정당 소속이 아닌 직선제 교육감은 정치적 세력, 특정 교원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이미 연임 제한으로 다음 선거는 출마가 불가능한 3선 교육감이라면 앞으로 4년은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진보에게 비판받을 일이라도 해내는 진보교육감(또는 보수에게 비판받는 보수교육감), 공존의 교육이 가능한 4년이다.

이것은 조희연 뿐 아니라 3선 교육감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대전 학생에겐 설동호 교육감, 세종 학생에겐 최교진 교육감, 경남 학생에겐 박종훈 교육감, 충남 학생에겐 김지철 교육감이 곧 ‘조희연’이다.

12년간 서울 학생들에겐 대통령도 바뀌고, 교육부 장관, 학교, 교장선생님은 더 자주 바뀌었다. 그런데 바뀌지 않는 건 그들의 교육감, 조희연 뿐이다. 이 학생들이 이끌어나갈 미래에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조희연’일지도 모른다. 교육감으로서 마지막 4년, 3선에 성공한 ‘조희연’들의 어깨가 좀더 무겁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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