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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앙숙' 한동수 "내 자린 임기제...내년 10월까지 일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0년 12월 15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법무부에서 열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2월 15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법무부에서 열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수(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최근 참모들에게 “내년 10월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대검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견제하며 저격수를 했던 한 부장이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일하겠다”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임명된 한 부장은 지난 3년 동안 채널 A 사건,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감찰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달 9일 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와 “한 검사장을 감찰하겠다는 보고에 윤 당시 검찰총장이 책상에 다리를 얹고 ‘쇼하지 말라’고 격분했다”라고 하기도 했다.

“‘채널A 감찰’ 다가와 위협감 느껴” 尹저격한 한동수 “임기 완수” 

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부장은 최근 대검 감찰부 간부들에게 “대검 감찰부장은 임기제”라며 강조해 말했다고 한다.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인 한 부장은 2019년 10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2년 임기의 검사장급 개방직인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된 이후 지난해 10월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연임이 결정됐다. 내년 10월 임기가 만료한다.

한 부장이 현시점에 완주 의지를 보인 건 지난달 10일 앙숙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한 부장 거취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 부장은 윤 대통령과 검찰 내에서 수시로 부딪혔다. 2020년 4월 ‘채널A 사건(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한 부장이 윤 당시 총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감찰에 착수한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2020년 12월 추미애 법무부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을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 부장은 지난달 9일 한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와 채널A 사건 감찰 계획을 총장에게 보고하던 장면을 세세히 묘사하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제가 못 보던 모습을 (윤 당시 총장이) 보였다. 책상에 다리를 얹어 놓으시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굉장히 굵고 화난 목소리로 제 보고서를 ‘좌측 구석에 놓고 가’라고 했다” “한동훈 후보자의 음성파일에 대해 임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필요한 경우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보고했더니 ‘쇼 하지 말라’라고 격분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총장이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라고 해서, 대검 감찰부에서 병행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병행?’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한테 접근했다”라며 “(총장의) 몸이 좀 크시지 않나. 그 자체로 위협감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또 한 부장은 지난해 7월까지 이어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에 대한 감찰 국면에서 수사팀 기소를 추진하다 윤 당시 총장과 충돌했다. 2020년 10월엔 정진웅(연수원 29기) 대전고검 검사가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되고 윤 당시 총장이 정 검사에 대해 직무배제를 요청하자 한 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단순히 윤석열과 사이 나쁜 것보다 정치적 편향이 문제” 논란

법조계에선 “한 부장은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객관적 역할을 한 게 아니었다”라며 “조국 수사를 계기로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 여권이 총장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 부장이 편향적으로 직속 상관을 부당하게 공격한 게 문제였다”라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측 인사에 대해선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의 ‘검찰 황태자’인 이성윤 고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했는데, 한 부장은 지금까지도 이 고검장을 징계하지 않고 있어 “봐주기”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그러는 사이 이 고검장은 징계는커녕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달 18일 ‘유배지’인 법무연수원의 연구위원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이 고검장 기소 다음 날 공소장 내용이 중앙일보 등에 의해 보도된 것과 관련해선 한 부장이 이례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가 1년이 넘은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동수 밑에 ‘저격수’ 정희도 배치…한동훈이 퇴직 추진할 수도

한 부장이 임기 완주 의지를 피력했지만,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한동수 저격수’로 꼽히는 정희도(연수원 31기) 검사가 한 부장의 참모인 감찰1과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 부장이 페이스북에서 “언론이 나를 친여, 친정부 성향의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한다”라며 불만을 나타낸 적 있다. 그러자 정 감찰1과장은 검찰 내부망(e-PROS)에 “제가 감찰부장님을 몇 개월간 상사로 모시면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 그 후에도 감찰부장님이 업무를 처리하는 여러 행태에 근거해 정치적 편향, 불공정이 너무도 심한 분”이라고 비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번에 대검 감찰3과장으로 일하게 된 배문기(연수원 32기) 검사도 ‘미스터 쓴소리’라 한 부장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 부장이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의 지시에 따라 배 감찰3과장으로부터 감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감찰3과는 부장검사 이상 고위 검찰 간부의 비위를 감찰하는 부서다.

한 장관이 한 부장의 임기 도중 퇴직명령을 추진할 수도 있다. 검찰청법 제28조의4 2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감찰부장에 대해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 적격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퇴직명령을 제청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한 부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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