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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로 국힘·김은혜 울린 강용석...신당 창당 질문에 묘한 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 4일 4일 경기 수원시 세류역에서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던 모습. 오른쪽은 강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진행하던 김세의씨. 연합뉴스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 4일 4일 경기 수원시 세류역에서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던 모습. 오른쪽은 강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진행하던 김세의씨. 연합뉴스

6·1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의 시선은 급속도로 2024년 총선을 향하고 있다. 남은 2년 동안의 여야 혁신 결과가 총선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치권은 요동을 칠 전망이다. 또 하나 총선 결과에 영향을 줄 핵심 변수는 각 진영의 분열 여부다. 2020년 총선에 비해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지층을 분산시키는 진영 분열은 각 정당이 꼭 피하고 싶은 시나오리다.

분열은 필패를 부른다. 보수 진영이 지난 3·9 대선에서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고 수렁에서 나오기까지 분열은 패배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보수 진영은 늘 분열을 겪어왔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7년 탄핵 정국을 맞은 보수 정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한애국당 등으로 분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유무와 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 여부를 놓고 가장 개혁적인 바른정당과 가장 보수적인 대한애국당이 큰 줄기(자유한국당)에서 뻗어나와 작은 줄기를 이뤘던 것이다.

보수 진영 분열로 전국 단위 선거 4연패 수렁 

3년여의 딴집살림 끝에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새보수계(바른정당 출신 주축)는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모였다. 하지만 총선 직전 급조된 물리적 통합은 화학적 통합까지 이어지진 못했고 결국 총선 대패로 귀결됐다.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당명을 바꾼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때 정권을 탈환해 5년 만에 다시 여당이 됐다. 반면 이른바 ‘태극기 세력’으로 불린 대한애국당은 우리공화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여전히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이렇게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보수 진영은 또 다시 분열할 위기에 처했다. 6·1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했다 낙선한 강용석 변호사를 필두로 그동안 보수 성향 유튜버로 활약한 인사 중심의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강 변호사는 선거 때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김은혜 전 의원을 압박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자주 언급했다. “득표율 10%가 넘으면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며 보수층 유권자에게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 강 변호사의 득표율은 0.95%에 그쳤다. 현실의 벽이 높았다. 김은혜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김동연 당선인에게 겨우 8913표 차이로 패배하자 5만4758표를 가져간 강 변호사를 원망하는 보수 진영 지지층의 비판이 줄을 잇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경기지사 선거 TV 토론회에 나선 강용석 변호사. 중앙포토

지난달 12일 경기지사 선거 TV 토론회에 나선 강용석 변호사. 중앙포토

하지만 이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강 변호사 주변에선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강 변호사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차명진 전 의원은 지난 2일 오전 김은혜 전 의원 낙선 확정 직후 페이스북에 “아직까지 김은혜 패배 책임을 강용석에게 돌리는 사람이 있다면 아예 논쟁을 않겠다”며 “대신에 다음 총선 때 확실히 보여주겠다. 자유우파의 존재감을”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번엔 환경 요인과 준비 부족 때문에 1%에 머물렀지만 다음 총선 때는 다를 것”이라며 “그 때를 대비해 지금 김은혜 낙선 책임을 강용석에게 돌리는 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겠다. 강용석의 단일화 제안을 개무시한 자들을 기억하겠다”고 썼다. 정당을 만들어 다음 총선을 제대로 준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실제 자칭 ‘애국 보수’ 진영에선 창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인사도 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지난 2일 경기지사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페이스북에 “강용석은 1% 이하 득표해도 1인 정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며 “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과 손을 잡든지, 그 당을 빼앗든지, 총선 때 국힘당(국민의힘)과 야합을 노릴 수 있고,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 3% 달성하여 (국회의원) 배지 두 개 확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김은혜 전 의원 패배가 확정된 뒤에도 “강용석은 자신을 무시한 김은혜와 국민의힘에 대한 통렬한 복수를 했고, 원래 자신의 목표대로 신당 창당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재차 썼다.

강용석, 창당 여부에 “정치 상황 보자…총선은 2년 후”

핵심 당사자인 강용석 변호사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당 창당 문제에 대해 “그거(창당)는 선거 때 하는 얘기”라면서도 “이제 좀 봐야 한다. 정치 상황을 좀 보자”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쉴 것이다. 총선이 2년 후니까 벌써부터 얘기할 것도 없다”며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라고 했다. 당장 창당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 상황에 따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여권에선 강 변호사가 신당 창당에 나서더라도 국민의힘 복당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선거 때도 강 변호사가 진짜 원했던 건 국민의힘 복당 아니었느냐”며 “정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강 변호사로서는 제도권 정치에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모색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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