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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2.0, 세계인 입맛 홀리다]K푸드 수출 지난해 100억 달러 돌파…K팝스타·먹방·OTT 타고 인기 몰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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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호 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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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검사장이 한식당에서 갈비찜을 먹으면서 비빔밥을 먹는 후배에게 “다이어트 하느냐”며 젓가락으로 김치를 얹어준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인기 미드 ‘빌리언스’의 한 장면이다. 한국인이 나오는 드라마도 아닌데, 미국인들끼리 자연스럽게 한식을 즐긴다.

OTT를 타고 K푸드는 세계에서 힙한 식문화 콘텐트로 떠올랐다. 2022 해외한류실태조사의  한국 문화콘텐트 인기도(49.4%)와 브랜드 파워 지수(67.6점) 부문에서 한식이 음악, 영화를 제치고 가장 높았다. 최근 CNN은 “한국의 가장 쿨한 수출품은 K팝이 아닌 막걸리”라고 보도하며 막걸리의 역사와 제조법, 마시는 법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K푸드가 K팝 못지않은 한국 대표 이미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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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팬데믹과 물류대란으로 총수출이 일시 감소한 상황에도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15.1% 증가한 113.6억 달러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김(7억 달러, 15.4% 증가),  장류(3억6천만 달러, 14.7% 증가), 라면(6억7천만 달러, 11.8% 증가), 김치(1억6천만 달러, 10.7% 증가) 등이 높은 성장세다.

온라인 문화 콘텐트 소비가 확산되면서 K팝스타, 먹방 등과 결합된 K푸드의 상품성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요식업 매체 이터 뉴욕은 한국 라면이 2020년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것을 영화 ‘기생충’의 글로벌한 성공 덕이라고 분석했다. 몇해 전 BTS의 RM이 라이브 방송 도중 “붕어빵 때문에 한국 가고 싶다”라고 하자 길거리음식인 붕어빵이 런던 소호의 비비고 매장에서 프리미엄 디저트로 개발돼 약 9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K푸드는 K치킨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의 ‘2021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한식 경험자들이 가장 자주 먹는 한식 메뉴는 ‘한국식 치킨(30.0%)’의 비율이 가장 높다. 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현재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15개국 69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해외에서 흔치 않은 맛인 ‘단짠’의 정석으로 통하는 ‘허니시리즈’가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통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김도 최근 114개국에 수출되며 ‘식품산업의 반도체’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수출상품이 됐다. 2015년 유튜버 영국남자가 김을 처음 먹어 본 영국인들이 “인어공주가 쓰고 버린 화장지같다”는 반응을 보이자 밥과 함께 먹는 법을 소개해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호평을 이끌어낸 영상이 9800만뷰를 기록했고, 한국과 일본에서 밥반찬으로 소비되던 김은 유기농 김부각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개발되며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식품 트렌드 1위로 해조류를 꼽았고, 세계 식품산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홀푸드 식품 트렌드 보고서에도 해산물 스낵이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이 차세대 K푸드로 밀고 있는 비비고김은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높다.

발효식품인 장류 수출도 급증세다.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된장 수출액 1172만 달러에 비해 고추장 수출액이 5093만 달러(전년 대비 35.2% 증가)로 월등히 높다. “고추장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수출국에서 BTS 등 K팝 스타가 즐기며 OTT에 등장하는 힙한 식문화 콘텐트로 통한다”는 것이 조사팀의 분석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시작된 K푸드 성장세가 지속가능하려면 현지화에 포커싱할 시점이다. 지난해 ‘3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샘표식품이 서양인 맞춤형으로 개발한 유기농 고추장이 세계적 권위의 식음료 시상식인 ‘그레이트 테이스트 어워즈’ 대상을 수상하고, 한식간장을 친환경 트렌드에 맞게 혁신한 발효 에센스 연두의 해외 매출이 매년 100~300%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샘표가 세계 최고 셰프로 통하는 페란 아드리아가 설립한 스페인 요리과학 연구소 알리시아와 레시피를 공동개발하는 등 ‘글로벌 장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다.

샘표 관계자는 “K푸드가 떡볶이, 제육볶음 같은 특정 요리로 나갈 수도 있지만 현지 음식에 맞는 소스로서 광범위하게 접근하기 위해 우리 장류의 적용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한 것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면서 “최근 비건시장이 커지는 등 건강한 맛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콩을 발효해 만든 우리 장류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마일드한 연두나 디핑소스처럼 개발한 고추장 중심으로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점차 풍미가 강한 된장, 조선간장까지 장 문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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