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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책임져야” vs “문 정부 난맥상 먼저 평가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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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호 04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앞줄)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앞줄)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9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연패한 더불어민주당의 내전이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각 계파가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서로를 겨냥하고 나서면서다.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치르고 그 사이 최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 과정에서 파열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낙연계와 친문재인계는 ‘이재명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낙연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홍기원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는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가 명분 없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책임은 두 사람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계 중진인 설훈 의원도 “이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를 삼고초려했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긴 어려웠어도 구청장 자리는 보전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병훈·윤영찬·김영배 의원 등 이낙연 경선 캠프 출신이거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발언대에 섰다. 이들은 “패배한 두 차례 선거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야 한다”며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응당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선 선수로, 이번 지방선거에선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역할을 한 이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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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원은 “이 의원과 송 전 대표를 각각 인천 계양을과 서울시장에 공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의원은 왜 원내대표 경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전당대회까지 개입하려고 하느냐”는 격한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이낙연계인 전혜숙 의원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다투면서 선거 막판에 후보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왜 아무것도 모르는 분을 앉혔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을 추천한 이 의원 책임론을 제기한 셈이다.

친문계 당권 주자인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발언하지 않았다. 다만 홍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을 심판한 것이다. (이 의원은 대선 때 자신을 지지한) 1614만 명이 뭉쳐서 도와줄 것이란 위험한 생각을 가졌다”며 이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성호

정성호

이 같은 비판에 이재명계인 정성호·김병욱·김영진·김남국 의원 등 7인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연석회의에선 침묵을 지켰다. 익명을 원한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지금은 최대한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인 만큼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는 것”이라며 “맞대응했다가는 오히려 비판하는 쪽의 목소리만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이날 지역 일정을 이유로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조정식

조정식

대신 지난 대선 때 이 의원을 도왔던 범이재명계 의원들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몇몇 초선 의원들은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 집권 5년간 벌어진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난맥상을 먼저 평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선거 패배의 주된 요인은 이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홍영표

홍영표

당 안팎에선 앞으로 민주당 내 계파 대결이 한층 더 첨예해질 것이란 전망이 적잖다. 이날 이낙연계 모임인 ‘대산회’와 정세균계 모임인 ‘광화문포럼’은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광화문포럼 회장인 김영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재건은 당내 모든 계파 정치의 자발적 해체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이재명계에서는 ‘당을 계파 대결로 몰아간다’며 다른 계파들을 비판해 왔는데 이들이 해체를 전격 선언하면서 비판의 명분이 줄게 됐다”며 “계파 구도가 친명 대 반명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훈

설훈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다음 비대위는 ‘혁신형’ 비대위가 될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선거 결과를 평가하며 당 쇄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고 새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는 당 사정을 잘 알고 계파 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원로가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선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광재 전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추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이낙연계와 친문계 의원 20여 명은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심야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책임론’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향후 이재명계와의 전면전에 대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모임은 오는 7일 미국 유학을 위해 출국할 예정인 이 전 대표의 환송회였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현재 당내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A 의원은 “지금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명확히 짚지 않고서는 당의 상황을 바로잡기 어려울 것”라며 “매듭지어야 할 부분을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의 단합이 우선’이란 이재명계 주장을 일축한 발언이다.

B 의원은 “선거 패인을 분석하다 보면 계파 분열로 이어져 자칫 당이 깨질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 시점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면 ‘반성 부재’라는 비판 속에 2년 후 2024년 총선에선 당이 박살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C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선거에 패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2선으로 물러난 뒤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렇게 변화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도 부족한데 이 의원은 전면에 서려고만 한다. 당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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