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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싫다 거부한 中백신 맞는듯"…김정은 '사랑의 불사약'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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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1일 의약품 공급을 위해 투입된 군인들의 미담을 소개하면서 "인민을 위해서는 사랑의 불사약을 안겨주면서도 자기들이 앓을 때에는 단 한 알의 약도 다치지 않는 군인들"이라고 전했다. 뉴스1

노동신문은 1일 의약품 공급을 위해 투입된 군인들의 미담을 소개하면서 "인민을 위해서는 사랑의 불사약을 안겨주면서도 자기들이 앓을 때에는 단 한 알의 약도 다치지 않는 군인들"이라고 전했다. 뉴스1

북한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북한에서 중국산 백신의 접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는 2일(현지시간) 북한이 중국의 백신 지원 제안을 받아들여 접종을 시작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3일 코백스 대변인에게 최근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온 코로나19 백신을 일부 군인들에게 접종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설명을 요청하자 이같이 답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변인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백신의 종류와 규모,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으며, 주미 중국대사관에도 관련 설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다고 VOA는 전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지난달 18일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주택 건설에 동원된 군인건설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들여온 백신을 접종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에 사실상 거부 반응을 보여왔던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코백스가 배분한 영국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0만2000회분과 중국산 시노백 백신 297만회분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노동신문이 1일 공개한 북한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 내부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이 1일 공개한 북한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 내부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선호한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백신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고 부작용 우려도 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이 접종에 나선 백신은 그동안 효능에 의문을 표시해 왔던 중국산이다.

이와 관련해 내부 요인이 북한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우호국인 중국의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 양국 관계에도 좋고 체제 내부에 미치는 영향도 극히 적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북한의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독자적인 방역역량의 구축을 강조해온 만큼 백신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높은 군인건설자를 대상으로 접종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방역 문제를 특정 국가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보고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전면 도입이나 자체 개발 등의 노선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제작한 코로나19 관련 선전화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제작한 코로나19 관련 선전화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실제로 백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노동신문은 북한 내 코로나19가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던 지난달 17~18일 기사에서 "왁찐(백신)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 "왁찐 접종은 사활적인 것",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왁찐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에는 "(백신이) 세계적 범위에서 이용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의문시되고 있다"며 백신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은 지난달 16일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명령으로 의약품 보급을 위해 군을 투입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를 김 위원장의 '인민사랑', '사랑의 불사약' 등으로 표현하며 충성심을 고취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전문가는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을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화성지구 군인건설자에게 백신을 우선 제공한 것도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유도와 치적사업 추동이라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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