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난집엔 부탄가스 903통 있었다...한밤 아파트 화재 미스터리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7일 오전 1시38분쯤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밤중 갑작스레 불이 나자 놀란 주민 30여 명이 긴급하게 아파트 밖으로 대피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대가 16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아파트 내부 8㎡가량이 이미 불에 탄 뒤였다. 가재도구도 불에 타면서 58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지난달 27일 대전시 중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이 발견한 일회용 부탄가스통 903개. 경찰은 집주인인 50대 남성이 부탄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판단, 그를 구속송치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달 27일 대전시 중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이 발견한 일회용 부탄가스통 903개. 경찰은 집주인인 50대 남성이 부탄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판단, 그를 구속송치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화재가 발생할 당시 119와 함께 신고를 접수한 대전중부경찰서 형사들도 현장에 출동했다. 119소방대가 진화를 마친 뒤 형사들은 아파트 내부로 진입했다. 인명 피해가 있는지 확인하고 화재 원인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집주인 50대 남성, 부탄가스 흡입 구속 전력

불이 난 아파트에 들어간 형사들은 깜짝 놀랐다. 거실에 수백 개의 일회용 부탄가스통이 나뒹굴고 주방 쪽에서는 불에 탄 휴대용 버너와 폭발한 부탄가스통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가 휴대용 버너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불이 난 집에 살던 A씨(50대 남성)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내용을 발견했다. A씨는 올해 1월 부탄가스를 흡인한 혐의로 두 차례나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었다. 그중에 한 번은 100여 개가 넘는 부탄가스를 흡입해 구속된 뒤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A씨는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지난달 27일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중구의 아파트. 경찰은 현장에서 일회용 부탄가스통 903개를 발견하고 집주인 50대 남성을 부탄가스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달 27일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중구의 아파트. 경찰은 현장에서 일회용 부탄가스통 903개를 발견하고 집주인 50대 남성을 부탄가스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A씨는 경찰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버너에 냄비를 올려놓고 목욕을 했는데 나와보니 주변으로 불이 옮겨붙었다”며 “놀라서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부탄가스를 흡입한 상태에서 불을 낸 것으로 판단했다. 화재 신고를 A씨가 아닌 아파트 주민이 한 데다 거실 등에서 발견된 903개의 부탄가스통 가운데 890개가 빈 상태여서다.

부탄가스통 903개 중 890개 빈통

A씨는 “난방도 하고 음식을 하느라 부탄가스를 썼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아파트 도시가스 계량기를 확인한 결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부탄가스를 난방이나 조리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A씨를 중실화 및 환각물질 흡입 혐의로 긴급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A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자 전문기관에 혈액검사도 의뢰했다. 검사 결과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전문의료기관(충남대병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부탄가스는 흡입 2시간이 지나면 혈액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통보했다. A씨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지난달 27일 대전시 중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이 발견한 일회용 부탄가스통 903개. 경찰은 집주인인 50대 남성이 부탄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판단, 그를 구속송치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달 27일 대전시 중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이 발견한 일회용 부탄가스통 903개. 경찰은 집주인인 50대 남성이 부탄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판단, 그를 구속송치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은 3일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행유예 기간에 동종 범죄를 또 저질러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