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칸 눈물' 고레에다 감독 고백 "죄송하다, 속일 생각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75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에 대해 "영화제가 끝나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봤는데, 상현이 딸을 만나는 장면의 감정이 다시 봐도 좋더라"며 "다른 영화에서도 상을 받았을 배우인데 우연히 제 영화에서 받아서, 다른 감독님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진 CJ ENM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75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에 대해 "영화제가 끝나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봤는데, 상현이 딸을 만나는 장면의 감정이 다시 봐도 좋더라"며 "다른 영화에서도 상을 받았을 배우인데 우연히 제 영화에서 받아서, 다른 감독님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진 CJ ENM

"시상식 끝나고 영화를 다시 봤는데, 상현(송강호)이 오랜만에 만난 딸 앞에서 보이는 아버지의 복잡한 감정 연기 신은 다시 봐도 좋더라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송강호는 편집본 피드백 해줘"

지난달 29일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송강호'를 만든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60)의 말이다. 그는 2일 오후 국내 취재진을 만나 "송강호는 우연히 이번에 제 작품에서 상을 받은 거고, 다른 감독님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시상식이 끝난 뒤 좀 차분하게 영화를 다시 봤는데, 아기 브로커인 상현이 자기 딸에게 '아빠는 앞으로도 유나의 아빠니까'라고 말한 뒤 '진짜?'라는 답을 듣고 보이는 표정이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 소감 도중 눈물을 훔치는 고레에다 히로키즈 감독'으로 사진이 많이 떠돌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저건 영하 3도 냉감의 손수건인데, 극장 안이 너무 더워서 얼굴에 댔는데 공교롭게 저 타이밍에 눈가에 대는 바람에 우는 것처럼 비쳤다"고 설명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박찬욱 감독 소감 도중 눈물을 훔치는 고레에다 히로키즈 감독'으로 사진이 많이 떠돌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저건 영하 3도 냉감의 손수건인데, 극장 안이 너무 더워서 얼굴에 댔는데 공교롭게 저 타이밍에 눈가에 대는 바람에 우는 것처럼 비쳤다"고 설명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칸 영화제에 이어 30일 한국행, 31일 시사회, 2일 언론인터뷰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칸에선 시차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컨디션을 되찾았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칸 시상식 당시 화제가 됐던 '박찬욱 감독의 감독상 수상 소감에 눈물 닦는 고레에다 감독' 영상에 대해 "눈물을 닦는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극장 안이 정말 더워서, 체감온도를 영하 3도로 내려준다는 물수건(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파는 흔한 물품)으로 얼굴을 식히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타이밍에 눈가를 닦는 바람에 울고 있는 것처럼 찍혔다"며 "죄송하다, 하지만 속일 생각은 없었다"고 농담처럼 덧붙였다.

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CJ ENM

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CJ ENM

"한국식 욕" 더한 이지은, 일본어 대본 '비교대조'까지 한 배두나 

이지은은 아기 브로커인 강동원과 송강호를 따라나선 여정에서, 첫 아기 구매자와 대면하는 장면에서 화면이 가득차게 큰 소리로 한국식 욕을 내지른다. 본업인 가수로 다져진 폐활량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 쓰인 욕은 이지은이 직접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욕'을 골라 채웠다. 사진 CJ ENM

이지은은 아기 브로커인 강동원과 송강호를 따라나선 여정에서, 첫 아기 구매자와 대면하는 장면에서 화면이 가득차게 큰 소리로 한국식 욕을 내지른다. 본업인 가수로 다져진 폐활량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 쓰인 욕은 이지은이 직접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욕'을 골라 채웠다. 사진 CJ ENM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는 일본어로 쓴 대본을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 한국 영화다. 일본어로 쓴 대본이 한국어로 옮겨지며 생길 수도 있었던 미묘한 ‘뉘앙스’(느낌) 공백은 배우들이 나서서 채웠다.

송강호는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매일 촬영이 끝난 뒤 편집본을 보며 각 테이크의 뉘앙스 차이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에게 피드백을 해줬다. 이지은은 극 초반부 조용하던 소영이 돌변해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에서 “한국식 욕을 혹시 더 해도 되겠냐”고 물어본 뒤 “얼마든지 하라”는 감독의 말에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욕들을 위주로 대사를 꾸려” 장면을 꽉 채웠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지은이 탄 차와 배두나가 탄 차를 각각 한 '박스'로 생각하고, 두 여성의 이야기가 극을 끌어가는 축이라고 설명했다. 배두나는 처음 대본을 받고 일본어 대본과 비교한 뒤 '뉘앙스가 없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고레에다 감독과 따로 대사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4시간에 걸친 회의가 끝난 뒤 배두나는 "정형화된 형사 역할로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다가와서 이제 이대로라면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든다"며 돌아갔다고 한다. 사진 CJ ENM

고레에다 감독은 이지은이 탄 차와 배두나가 탄 차를 각각 한 '박스'로 생각하고, 두 여성의 이야기가 극을 끌어가는 축이라고 설명했다. 배두나는 처음 대본을 받고 일본어 대본과 비교한 뒤 '뉘앙스가 없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고레에다 감독과 따로 대사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4시간에 걸친 회의가 끝난 뒤 배두나는 "정형화된 형사 역할로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다가와서 이제 이대로라면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든다"며 돌아갔다고 한다. 사진 CJ ENM

배두나는 일본어 대본 원본까지 함께 요청해 본 뒤, 자신이 맡은 ‘수진’의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검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배두나는 일본어로 쓴 느낌이 한국어 번역본에서 달라진 부분을 짚어줬다”며 “아예 모여 앉아 한-일 대본을 놓고 4시간 정도 대사 전체를 점검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이 작업이 끝난 뒤 배두나는 “정형화된 형사 역할로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다가왔고, 이대로라면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고 전한 뒤 돌아갔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캐치볼’이란 표현을 많이 썼다. 이번 영화 작업에 대해 “편지로 생각을 전하고 연기로 보답을 받는 캐치볼”이라고 표현했고, 배두나와의 사전작업에 대해서도 “크랭크인 전에 이런 캐치볼을 할 수 있었고, 대본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 나눈 게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가 간결하고, 현장에서 연기를 보며 수정하고 답을 찾는 편”이라는 고레에다 감독은 이지은에 대해서도 “짧은 설명도 정확하게 캐치하고 완벽하게 화답하는 감이 좋은 배우”라고 말했다. 이지은이 강동원에게 ‘데리러 오든가, 비 오면’이라고 말한 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예로 들며 “원래는 평이한 톤이었는데, 강동원을 손바닥 안에서 굴리듯 장난치듯 대사를 해달라는 주문을 이지은이 바로 알아듣고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여성 두 명의 이야기… 사회적 공동체 많은 나라일수록 좋을 것"

얼핏 보면 가족사진이지만 이들 중 혈연은 소영(이지은)과 갓난아기 우성(박지용) 뿐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개인을 지탱할 수 있는 사회적 공동체가 많은 나라일수록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CJ ENM

얼핏 보면 가족사진이지만 이들 중 혈연은 소영(이지은)과 갓난아기 우성(박지용) 뿐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개인을 지탱할 수 있는 사회적 공동체가 많은 나라일수록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CJ ENM

고레에다 감독은 작품 시작 전 배우들에게 각각 편지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전했다. 그는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시나리오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과 캐릭터 배경 등을 글로 전하고 싶었다”며 “인물의 성장 배경, 브로커가 경찰에 체포된 뒤 진술조서, 수진 캐릭터가 이후 시말서를 쓰게 되는 내용 등을 썼다”고 말했다. 답장은 “연기로 받았다”면서도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배우는 촬영이 끝난 뒤 ‘즐거운 촬영이었다’는 짧은 소감을 적어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6년 전 구상을 시작해,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취재에만 2년 걸린 작품이다. 그는 “취재를 하다 보니 엄격한 비판이 줄곧 어머니에게 향해있더라”며 “누구의 책임인가, 했을 때 어머니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구상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어머니'를 선택하지 않은 여성 두 명의 이야기이고, 어머니가 되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이지은과 배두나가 이야기의 두 축임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공동체라서” 가족 이야기를 많이 쓴다고 했다. 그러면서 “혈연만이 아니라 한 사람을 지탱하는 사회적 공동체까지도 ‘가족’”이라며 “이런 ‘구명조끼’ 같은 공동체가 많은 나라일수록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