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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웹툰값 20% 인상…국회 헛발질, 구글만 웃는게 아니다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웹툰 1000원어치 주세요.’
‘삐빅, 1200원입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이 요금을 20%씩 인상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 음원 서비스 바이브와 플로도  14~16%가량 가격을 올렸다. 이들이 입점해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관리비’를 요구한 파장이다. 디지털 콘텐트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들의 인앱결제(모바일 앱 내 결제) 비중이 확대되자, 신성장동력이 부족했던 구글이 내놓은 매출 부양책이다. 이제 콘텐트 앱들은 결제액의 최소 6%, 최대 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거부하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된다.

변동 가격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인앱결제(모바일 앱 내 결제) 기준. 모바일 웹이나 PC에서 결제하면 기존 가격 그대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변동 가격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인앱결제(모바일 앱 내 결제) 기준. 모바일 웹이나 PC에서 결제하면 기존 가격 그대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구글이 2년 전 내놓은 이 ‘신규 수수료 징수안’은 다양한 논쟁을 불렀다. 안 받던 수수료를 갑자기 30%씩 걷겠다니 콘텐트 플랫폼들은 화들짝 놀라 반발했고, 창작자들은 플랫폼이 창작자 몫을 더 떼어갈까 불안해했다. 소비자는 ‘이때다 싶어 가격 오르겠구나’ 한숨 쉬었다.

여론에 빠삭한 국회는 곧장 구글을 겨눴다. 2020년 7월부터 넉달간 관련 법안이 7개나 발의됐다. 이를 통합한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구글 같은 거대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란 명분으로 서둘러 통과됐다.

단추는 여기서부터 잘못 꿰였다. 국회는 “세계 최초의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 자평했지만, ‘갑질’의 본질인 수수료 인상은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단지 자원이 풍부한 대형 플랫폼만 마련할 수 있는 제3자 결제가 추가 허용됐을 뿐이다. 구글 입장에선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않으니 준법이고, 설사 위법 행위를 하더라도 국내 매출 1~2% 수준의 과징금만 내면 되니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신규 수수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본질 잊은 입법…2년째 피곤한 공회전

수수료 규제라는 본질을 잊은 어설픈 입법은 피곤한 입씨름을 불렀다. ‘제3자 결제가 꼼수다 아니다’, ‘아웃링크(앱에서 외부 웹 결제창이 열리는 방식) 제한이 위법이다 아니다’ 등 디테일 싸움이 지겹게 이어졌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기자 설명회에서 “수수료는 법률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결국 법안 통과를 주도했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필요하면 추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구글스토어 간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구글스토어 간판. 로이터=연합뉴스

법으로 시장경제를 무조건 억누를 수 없다는 걸, 국회도 안다. 실제 7개 발의안 중 ‘적정 수수료 산정’을 언급한 건 양정숙 의원안 1개뿐이었다. 구글은 앱마켓 관리비 명목으로 ▶200개국 해외 진출 효과 ▶국내외 결제대행사 관리 ▶건전한 앱마켓 생태계 유지비 등 시장논리를 들고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니나, 왜 그 수수료가 30%여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충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국회는 그 근거를 묻고 공정한 경쟁인지 따지는 데 소홀했다. 그저 ‘법으로 글로벌 빅테크를 압박한 세계 최초 국가’란 타이틀에 눈이 멀었던 건 아닐까.

국회가 따졌어야 할 건 이를 테면 이런 거였다. ‘실제 200개국 진출 효과가 있는지(대부분 앱에는 없다)’, ‘2010년 7만개 수준이었던 구글 입점 앱이 지난해 280만개가 된 만큼 마케팅 효과도 줄었는데, 왜 수수료는 똑같이 30%를 기준으로 하는지’ 등 말이다.

그뿐인가. 앱마켓 독과점 사업자의 정책 변경이 수많은 앱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정부나 경쟁 당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챙겼어야 했다. 입법 과정에서 이 질문들이 생략된 결과 지금 구글은 구글대로, 개발사는 개발사대로, 방통위는 방통위대로 벙벙한 법에 각자 사정을 끼워맞추느라 억울해한다. 눈 뜨고 코 베인 소비자는 말할 것도 없다.

본질만 잊었나, 애플도 잊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회·정부가 애플은 ‘원래부터 폐쇄적이라 제재하기 어렵다’고 내심 포기하고 시작한 것도 문제다. 구글의 고집스러운 대응은 경쟁사 애플을 보고 배운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구글을 통한 앱 설치는 애플의 3.4배에 달하는데, 실제 앱마켓 거래액은 애플이 구글의 1.7배다. 이 차이가 구글의 콘텐트 앱 수수료 30% 부과의 기폭제가 됐다.

그래서 미국, 네덜란드, 러시아 등 해외 정부는 구글보단 애플 규제를 핵심으로 본다.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등 굵직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소송 중인 대상도 모두 애플이다. 한국 국회와 정부가 진짜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되고 싶다면 애플과의 싸움도 피해선 안 된다. 구글 갑질이라고 무작정 윽박지르는 대신 디지털 경제에서 통할 싸움의 기술을 더 연마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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