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거 2번 승리, 사그라드는 이준석 사퇴론…그래도 이 변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선에 이어 6ㆍ1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취임 후 치른 두 차례의 대형 선거를 모두 이긴 당 대표가 됐다.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 12곳을 휩쓸었다. 최근 당 지지율도 50% 안팎을 유지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힘을 받은 이 대표지만 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낮은 자세를 취했다. “국민 여러분께서 여당에 몰아준 강한 지지는 저희로서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두려운 성적”이라며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큰 성과에 도취돼 일방 독주하다 2년 만에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처럼, 저희도 겸손한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일하겠다”고 했다.

당초 광역자치단체장 17곳 중 9석 정도를 가져오는 신승에 그쳤다면 당내에서 ‘이준석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대선 때 쌓인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과의 갈등도 수면 위로 오를 거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당내에선 “승리를 이끈 성공한 당 대표에 대해 책임론을 물을 이유도, 그럴 사람도 없어졌다”(재선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호남에서의 선전에도 이 대표가 역할을 많이 했다.  그는 5ㆍ18 기념식에 당 소속 의원 전원과 함께 참석하고, 지방선거 내내 호남을 자주 찾아 직접 유세를 하는 등 호남에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광역단체장 선거 3곳에서 모두 선거비용 전액보전 기준인 15%를 넘기는 성적표가 그를 기다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 세 분 모두 호남에서 15%의 벽을 넘어선 것은 우리 당에 매우 큰 의미”라며 “호남은 더이상 우리 당에서 불모지가 아닌, 더 열심히 갈고 닦을 경작지”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첫 감사인사를 하는 지역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당내에선 당분간 조기 전당대회 등 지도부 거취에 대한 논쟁은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오히려 승리했기 때문에 당 내부에서도 ‘들뜨지 말고 오만해지지말자, 당을 안정적으로 추스르자’는 이야기가 많다”며 “당 대표직에 대해 왈가왈부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조기사퇴론을 일축하고 내년까지인 임기를 채울 것이란 관측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 역시 이런 점을 인식한 듯 이날 혁신위원회를 띄우면서 당 개혁 작업의 주체로 나서겠단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과정을 거치며 다음에 좀더 기억하고 노력해야할 일이 있었다. 즉시 반성해서 혁신위를 설치하기로 했다”며 “여당으로서, 그리고 당원이 확실히 늘어난 정당으로서 당원민주주의를 더 효율적으로 하고 정당개혁에 더 노력하겠다. 쇼가 아니라 성과를 내는 혁신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년 뒤인 총선을 언급하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더욱더 정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당 혁신위원장으로는 최재형 의원이 선임됐다.

다만 남은 변수는 당 윤리위원회다. 앞서 윤리위는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해 4월 회의를 열고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윤리위는 선거 상황을 고려해 판단은 6월로 미룬 상태인데, 당내에선 “윤리위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논쟁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핵관들과의 묵을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계기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들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보궐선거를 통해 3선 달성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한 김기현 의원 등이 차기 주자군으로 꼽힌다. 다만 당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먼저 공격적으로 움직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차기 주자들도 정중동하며 당내 자산을 쌓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