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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추락서 홀로 탈출한 오빠, 잠적했다…공범 동거녀는 구속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오빠가 고의로 차량 추락 사고를 내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부산 동백항 사건에 조력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오빠 A씨(43)와 동거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A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공범인 동거녀만 구속, 오빠는 종적 감춰

2일 울산해경에 따르면 동백항 사건에 B씨가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살인과 보험사기 혐의로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달 31일 신청했다.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날 A씨는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원은 A씨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다시 심문기일을 잡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심문에 나오지 않으면 사건 기록만을 토대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판사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피의자에게 꼭 확인해야 할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심문 기일을 새로 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A씨는 그동안 출석 요구에 한 차례도 불응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돼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날 구속된 B씨도 A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B씨 혐의에 대해서는 “A씨와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부산 기장군 동백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 기장군 동백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현장 사전답사 등 들통…압박감에 자취 감췄나

해경은 좁혀지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낀 A씨가 종적을 감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동백항 사건은 처음에는 단순 사고로 알려졌지만, 보험사 측이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월에도 A씨와 여동생이 탄 차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겪은 데다 지난해 7월에는 A씨 아버지 또한 유사한 사고로 사망하며 남매가 보험금을 탔다. 보험사는 사고가 나기 전 여동생의 보험금이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조정되고, 수익자가 A씨로 변경된 점도 의심스럽다며 해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경이 현장 폐쇄회로TV(CCTV)에 남겨진 사고 장면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차량실험 등을 통해 지난달 3일 스파크 차량 추락 사고 당시 조수석에 있던 A씨가 차량을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해경은 사고 하루 전날 A씨가 동백항에 와 조수석에서 스파크 차량을 조작하는 이른바 ‘예행연습’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어 차량 현장실험을 통해 실제 조수석에서 스파크 차량 조작이 가능하며, A씨가 사고 전 휴대전화 등 차량 내부 짐을 미리 빼놨다가 사고 이후 구조대원에게 부탁해 찾아간 사실도 파악했다.

부산 동백항 사고 전 오빠 A씨가 차의 짐을 빼놓고 있다(원 안). 사진 현장 CCTV

부산 동백항 사고 전 오빠 A씨가 차의 짐을 빼놓고 있다(원 안). 사진 현장 CCTV

"극단 선택도, 촉탁살인도 아니다" 살인 혐의 적용 이유는

수사 초기 해경은 A씨가 조수석에 앉은 여동생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지 않은 자살방조 사건이라고 봤다. 남편 대신 A씨가 뇌종양을 앓던 여동생을 돌본 것으로 미뤄 촉탁살인(죽음을 결심한 피해자 요구에 따라 그 사람을 살해하는 것) 가능성도 검토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해경 관계자는 “A씨가 현장 사전답사나 조수석 주행연습을 통해 여동생을 고의로 살해하려 한 정황을 확인한 상태”라며 “A씨 신병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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