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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조기 전대’ 대신 자숙과 성찰의 시간 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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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말로만 반성, 속내는 차기 당권 다툼에  

패배 책임자들 뼈 깎는 쇄신만이 살길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철퇴를 맞았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은 이번엔 12곳을 잃고 텃밭인 호남권 3곳 이외엔 경기·제주에서만 신승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3개월 전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불과 0.73%포인트 차로 패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대선 패배에도 반성과 쇄신 없이 ‘졌잘싸’만 외치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강경 노선으로 폭주한 결과 유권자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대선 패배의 장본인인 이재명 후보는 연고가 전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져 ‘방탄 출마’ 논란을 자초했고, 역시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송영길 전 대표도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끝에 참패했다. 그나마 쇄신을 외친 20대의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586 용퇴론’에 발끈한 당 지도부와 강성 당원들에게 맹공을 당한 끝에 옳은 소리를 하고도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민주당이 이런 강경파에 휘둘리는 한 민심의 외면은 계속될 게 분명하다.

민주당은 2일 패배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비대위를 해산시켰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반성과 성찰은 뒷전이고 2년 뒤 총선 공천권이 달린 차기 당권을 노린 다툼만 두드러져 보인다.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재명 의원이 신속히 당권에 도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지방선거 참패 원인과 책임자 규명 절차를 건너뛰고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민주당에 시급한 것은 전당대회가 아니라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거듭해 온 과거를 성찰하고 쇄신하는 것이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무엇이든 밀어붙이면 된다는 독선에서 벗어나는 한편 ‘내 편’만 챙기는 정치 대신 국민 전체를 위한 실사구시의 정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본인의 당선을 위해 당을 죽였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이나 오만과 내로남불에 사로잡혀 입법 폭주를 주도해 온 강경파 의원들은 참패의 책임을 지고 2선 후퇴해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게 마땅하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약속대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 닷새째 멈춰선 21대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이 조속히 실현되도록 협조해야 한다. 상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던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넘기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되자 합의를 파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지 않고 무리수를 고집하다가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2년 후 총선에서 더 곤궁한 처지로 몰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