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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중국 견제 시동…그게 윤 대통령 정상회의 초청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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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블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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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토가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국가 정상을 이번 회의에 초청한 이유가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우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이 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에 예상되는 위협을 다룰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의 전략 개념은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 대응 전략 등 담은 공식 문서다. 이를 10여 년 만에 업데이트하면서 중국을 주요한 위협으로 다루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워싱턴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다. 블링컨 장관은 “여기에는 중국의 급속한 군사화, 러시아와의 ‘제한 없는 우정’(지난 2월 4일 푸틴-시진핑의 베이징 정상회의에서 나온 표현), 세계 평화와 안보에 필수적인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약화 시도 등이 포함된다”며 중국을 콕 짚어 언급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과의 전략적 경쟁이 점차 늘어나는 시기에 대비하고 억지력과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전략 개념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이달 말 정상회의에서 내려질 중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더해 “유럽연합(EU) 및 인·태 지역의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냉전 시대 서유럽·북미 국가들이 공동방위를 위해 1949년 결성한 나토가 경쟁 상대였던 바르샤바 조약기구(55~91)의 해체 이후 가치동맹으로 발전한 뒤, 2022년엔 새로운 위협인 중국까지 포괄해 견제하기 위해 인·태 지역 동맹·우방과 연합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발간 100주년 기념 온라인 대담에서도 중국을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그는 “중국은 국제 질서를 다시 쓰려는 의도와 이를 위해 필요한 경제·외교·군사·기술적 능력을 모두 갖춰가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이에 대한 대응 원칙으로 미국 내부로의 투자, 동맹·우방과의 연계, 경쟁을 강조했다.

연계에 대해선 “동맹·파트너들과 힘을 합쳤을 때 어떤 한 나라보다 훨씬 큰 위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계의 힘을 바탕으로 이익을 수호하고, 미래 비전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과 경쟁한다는 취지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윤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더욱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유럽·아시아의 동맹·우방을 모아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다시 대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는 한·미 간 대중 견제 ‘싱크로율’의 본격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여전히 중요한 윤 정부의 대중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난제도 안게 됐다. 이번 정상회의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대면 다자외교무대 ‘데뷔전’이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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