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일 2002 한ㆍ일 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해 “벌써 20년이 흘렀는데 국민 모두는 그때를 잊지 못한다”며 “우리의 정치가 늘 분열로 치달을 때 2002년같이 국민 통합이 되면 대한민국이 못할 것이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국과 브라질 축구대표팀 간 친선경기 관람에 앞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등과 가진 만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당시 국가대표로 뛴 박지성ㆍ안정환ㆍ최용수ㆍ송종국ㆍ이영표ㆍ김병지ㆍ최진철ㆍ이용수 등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전 국민이 하나가 돼서 응원을 했고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뜨겁게 응원했던 기억이 새롭다”며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세계 모든 시민이 이렇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 외에는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어린이들, 청소년들이 월드컵에 선수로 나가는 상상을 많이 한다. 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축구를 너무 너무 좋아했고 나중에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늘 상상하면서 컸다”며 축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손흥민 선수가 뛰어난 선수인 것은 틀림없지만, 오래전부터 우리 대표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해온 것이 오랜 세월 축적됐기 때문”이라며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꿈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축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은 히딩크 전 감독에게 “우리 한국에는 제자들이 은사님을 잘 모시는 전통이 있는데 2002 월드컵 대표 선수들이 감독님을 지금도 잘 모시고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좋은 은사였는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2002년 월드컵 경기 사진전을 관람했다. 윤 대통령은 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 사진을 보며 “내가 폴란드전 보러 부산까지 갔다는 것 아니야”라고 회고했다. 독일전 사진 앞에서는 “1대 0으로 졌죠? 막 열받아서 술 엄청 먹었어”라며 웃었다.
윤 대통령은 오후 8시 시작된 한국과 브라질 친선경기를 객석에서 관람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및 양국 선수단과 악수한 뒤 관중석을 향해 양손으로 ‘엄지척’ 포즈를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반전에서 1대0으로 뒤지던 한국이 황의조의 동점 골로 1대1이 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친선경기는 브라질의 5대 1 승리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