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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방탄복 입은 이재명…대장동 李수사 어려워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계양을 국회의원에 당선하면서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보다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탓에 검찰이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이 위원장에 대한 강제 수사는 최대한 미뤄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하며 ‘방탄복’을 입게 됐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방탄'에…尹도 "회기 중엔 소환조사도 어려워"

검찰이 진행 중인 이 위원장 관련 수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수원지검이 변호사비 의혹 수사를 각각 맡고 있고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놓은 상태다. 모두 6·1 지방선거 이후 압수수색을 포함해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이 의원이 당선되면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표면적으로 ‘정무적 고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원칙이 분명하다. 다른 어떤 요소도 개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는 정치적 상징성에 대한 고려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탓에 민주당-검찰 대립 구도가 된 상황에서 이 위원장을 수사하면 민주당은 ‘보복 수사’ 프레임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무적으로도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는 여러 제약이 많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범이 아니면 동료 의원들의 동의 없이 구속이나 체포되지 않는다고 명시해놨다. 검찰 내부에선 소환조사 일정 잡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경험상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연달아 열리는 9월부터는 소환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9월 이전에도 ‘상임위 일정이 있다’, ‘당 활동으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등 온갖 변명을 대며 조사에 불응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국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면서 발생한 폭력 사태 관련해서도 의원들은 검찰 조사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이었다. 뒤늦게 출석해서도 묵비권 행사 등 실질적인 조사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회기 중에 불출석 의원들을 상대로 강제 소환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 논의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2019.10.1 뉴스1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 논의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2019.10.1 뉴스1

수사 상황에 따라 이 위원장을 직접 조사할 필요성이 생기더라도 과반인 169석을 점유한 민주당이 임시국회 등을 열어 ‘방탄 국회’를 활용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이던 2018년 선례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임시국회를 소집해 방탄 국회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권 의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 46일 만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긴 했지만, 지연된 기간 동안 검찰이 대응할 수단은 마땅치 않았다.

측근 수사부터 할 듯…李 “빈총 겨누는데 방탄 왜 필요” 

검찰이 우선 의혹과 관련된 이 위원장 측근이나 주변부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는 윗선 개입 여부를 규명하지 못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대선 전 성남시 공무원들을 참고인 조사한 데 이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조사도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실장은 이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대장동 개발 인허가 결재 문서들에 성남시장 결재칸 바로 밑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불체포특권을 활용해야 하냐"며 반박했다. 선거운동 기간이던 지난달 19일 이 이원장은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불체포특권 폐지에) 100% 찬성한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해서 추진하라”고 했다. 또 검찰 수사를 해도 나올 것이 없다며 “빈총 겨누는 데 방탄이 왜 필요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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