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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든 좋든 대선주자"…10시간 역전극 김동연 몸값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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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경쟁그룹의 낙마와 극적인 역전승 그리고 당내 최대주주의 위기….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주변에 펼쳐진 풍경이다. 그에 대해선 당내에서 벌써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서울 초선)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김 당선인과 함께 차기 대선 주자로 꼽으며 “꼭 살려달라”(김민석 총괄본부장)고 애원했던 이광재(강원)ㆍ양승조(충남) 도지사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경기 수원시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경기 수원시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 당선인은 1일 밤 개표 시작 후 10시간 넘게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뒤지다, 2일 새벽에 0.15% 포인트(8913표) 차의 역전극을 펼쳤다. 김은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 집권여당의 총력 지원을 받아왔다. 김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 “인물론에 힘을 실어주는 유권자가 많았다”(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김 당선인은 목표를 달성했지만 민주당 전체는 지방선거 참패로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다. 광역단체 중 호남 3곳과 제주, 김 당선인의 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졌다. “과반 승리”를 내세우며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등판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당내에서 빗발치는 책임론에 부닥쳤다.

金 “당 개혁 견인하겠다”…당 일각 “이재명과 거리 둬야”

이런 상황은 김 당선인의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인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성찰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견인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지사로서의 도정을 넘어 민주당의 정치 교체 역할까지 맡겠다는 것이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김 당선인이 이번 선거를 발판으로 정치적으로 성장을 한 건 분명하다”며 “절망에 빠진 민주당 입장에서도 김 당선인의 승리로 마지막 대선 교두보를 수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김 당선인이 강력한 대선 후보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재명 위원장과의 차별화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함께 입장,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3월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함께 입장,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당선인이 지난 3월 초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단일화를 했고, 이번 경기지사 선거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 당 안팎에 많다. ‘개딸’로 상징되는 이 위원장의 팬덤 정치 대신 김 당선인의 중도ㆍ통합 이미지를 최대한 강조해야 참신한 대선 주자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무계파의 한 중진 의원은 “더 성장하려면 도정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데, 이 위원장을 계승하는 것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 다선 의원도 “김 당선인이 또 이 위원장에 의존해서 간다면 망하는 거고, 독립적으로 간다면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당선인 측에서도 “여러 조언을 듣고 있다”며 “선거 때도 우리는 김동연 특유의 합리성을 부각해왔고, 이제 지사로서 김동연만의 길을 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선거 초반 김 당선인은 명작동화(이재명의 ‘명’+김동연의 ‘동’) 정책을 내며 이 위원장과의 동질화를 추구했는데, 후반부터는 조금씩 달라졌다는 게 캠프의 주장이다.

실제 선거 전날인 지난달 31일엔 이 위원장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아무 조율 없이 나온 건 문제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자신의 공약인 ‘성남 서울공항 기능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도 철회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이번 선거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던 이 위원장에 대해 거리를 둔 것이 중도ㆍ무당층 표심을 이끌었다”(중진 의원)는 평가도 나왔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약한 기반과 달라진 정치지형은 걸림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평생 관료로만 살았기에 당내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점은 대선 주자로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 민주당이 기초단체장과 도의회를 장악했던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과는 양상도 다르다. 이번 선거에서 도내 31개 기초단체 중 22곳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갔고, 도의회 구성도 민주당 78석, 국민의힘 78석으로 여야 동률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경기지사의 권한을 충분히 쓸 수 있었던 이 위원장과 달리,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의 견제로 발목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통합과 협치 리더십을 증명하며 난관을 뚫어낸다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평론가는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고 자만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며 “자칫 독선적 태도에 빠지면 국민의힘과의 협치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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