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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카톡서버 압수때 참여권 보장" 용혜인 압색 8년만 취소

중앙일보

입력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추모 침묵 행진 '가만히 있으라'로 수사를 받았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32·당시 대학생)에 대한 카카오톡 서버 압수수색이 위법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용 의원의 준항고를 받아들인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을 확정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보관하는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때도 가입자(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지난 2014년 9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당시 대학생)이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시민들에게 노란 종이배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4년 9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당시 대학생)이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시민들에게 노란 종이배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은 2014년 5월 용 의원을 침묵 행진 이후 집회 신고 범위를 벗어나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수사하던 중 카카오톡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카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들여다봤다. 특히 당시 용 의원과 대화를 주고받은 상대방의 개인정보, 카톡방에서 오간 사진과 동영상까지 광범위하게 압수수색 내용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

용 의원은 "압수수색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청구했다. 준항고는 법관의 재판이나 수사기관 압색영장 집행 등 처분에 대해 취소·변경을 청구하는 절차다. 지난 2016년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용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압수수색이 '급속을 요구하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용 의원에게 압수수색 집행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아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사의 재항고로 심리를 이어간 대법원은 더 적극적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당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은 점, 압수한 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점 등 절차적 위법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카카오톡으로부터 입수한 전자정보 중에 혐의사실과 관련한 부분만 선별하지 않고 일체를 뽑아 압수하면서도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를 종합하면 당시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볼 정도로 잘못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앞서 중앙지법의 판단과 달리 당시 압수수색이 '급속을 요구하는 때'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상 급속을 요구하는 때에는 사전 통지 의무의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압수수색을 취소한 이 증거자료는 용 의원의 집시법 위반 혐의 공판에는 제출되지 않았다. 용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한 5월 행진 외에도 다른 집회·시위로 재판에 넘겨져 일부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 2014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톡 압수수색 논란과 관련한 답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 2014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톡 압수수색 논란과 관련한 답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일보

용 의원 사건이 일어난 2014년에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특히 증폭됐다. 당시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역시 카톡 서버를 통해 마구잡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에 의한 가입자 검열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카카오는 같은 해 10월 사과 공지와 함께 "가입자 메시지의 서버 보관 주기를 2~3일로 줄이고 암호화를 강화하는 등 서비스를 보완하겠다"고 정책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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