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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떠나는 2인자 워킹맘 "저커버그 옆자리, 이게 입사조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8년 이 일을 맡았을 때 5년만 하고 싶었습니다. 14년이 지나서야 내 인생의 다음 챕터를 쓸 시간이 됐습니다.”

메타(옛 페이스북) 2인자 셰릴 샌드버그(53)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마크와 업무 인계를 마친 후 가을에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임 후에도 메타 이사회 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

셰릴 샌드버그가 1일(현지시간)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셰릴 샌드버그가 1일(현지시간)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재단과 자선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며 “이번 여름엔 (약혼자인) 톰과 결혼해 다섯 자녀를 둔 대가족이 된다”라고 밝혔다. 샌드버그는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와 2015년 사별하고, 남편의 동생 로버트 골드버그의 소개로 만난 4살 연하 TV 프로듀서 톰 번설과 2020년 약혼했다. 번설은 전처와 사이에 아이 셋을 뒀다.

저커버그 러브콜…구글서 페이스북으로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에 광고 사업을 도입해 흑자 전환 시킨 주인공이다. 1991년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경제학자였던 래리 서머스의 연구 조교로 일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맥킨지를 거쳐 미 클린턴 행정부 당시 래리 서머스 재무장관 보좌역을 맡았다. 2001년 구글에 입사해 글로벌 온라인 광고 담당 부사장을 지내다 2008년 3월 마크 저커버그의 러브콜을 받고 페이스북으로 옮겼다.

샌드버그가 밝힌 저커버그와의 첫 만남은 이렇다. “(2007년 말) 우리는 한 파티에 있었다. 문 앞에서 마크를 소개받아 페이스북의 비전을 들었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진짜 모습을 온라인에 올릴 것’이란 마크의 믿음이 너무 황홀했다. 우리는 그 문에 서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저커버그에게 내건 입사 조건은 3가지였다. “옆자리에 앉을 것, 매주 일대일로 만날 것, 내가 뭔가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솔직하게 피드백을 줄 것”이었다. 저커버그는 이를 수락하면서 “피드백은 상호 간 이뤄질 것”이란 조건을 보탰다고 한다. 샌드버그는 “지금까지도 그는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함께 앉고, 매주 일대일로 만나고,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진실하다”고 했다.

샌드버그는 “14년 동안 마크의 옆에 앉은 것은 일생의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며 “마크는 진정한 비전가이자사려 깊은 리더”라고 저커버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가 만났을 때 그는 겨우 23살이었고, 나는 이미 38살이었지만 엄청난 우여곡절을 함께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 가장 슬펐던 순간 나는 마크에게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면서다.

워킹맘…남편과 갑작스런 사별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왼쪽)와 약혼자 톰 번설. 2015년 사별한 남편의 동생이 주선해 만난 이들은 올 여름 결혼할 예정이다. [사진 페이스북]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왼쪽)와 약혼자 톰 번설. 2015년 사별한 남편의 동생이 주선해 만난 이들은 올 여름 결혼할 예정이다. [사진 페이스북]

그가 페이스북 입사 당시 아들은 2살, 딸은 생후 6개월이었다. 육아를 위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고 아이들을 재우고선 다시 일했다. 이런 경험을 담아 2013년 출간한 『린 인』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2015년 5월 남편이 함께 떠난 휴가에서 갑자기 심장부정맥으로 사망했을 때다. 이를 극복한 이야기를 2017년 책 『옵션 B』로 냈다.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셰릴 샌드버그&데이브 골드버그 재단을 설립해 빈곤 퇴치 등에 1000억원 넘게 기부했다. 그는 “용감해서라기보다는 (육아에) 필요해서 일찍 퇴근했고 마크의 지원을 받아 (내 상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여성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말하기 시작했다”며 “내 소망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게 더 쉬워지고, 여성이 주도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샌드버그의 퇴임은 그 자체로 메타에서 상징적이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을 선언한 이후 SNS 성공의 대명사이던 샌드버그의 퇴임은 전환기에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가짜뉴스 문제 등 잇따른 논란 속에 매출 증가율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지난 2020년 저커버그가 비상조직 ‘M-팀’을 가동하자 일각에선 “샌드버그가 구경꾼으로 밀려났다(sidelined)”는 평가까지 나왔다.

저커버그 “한 시대 끝나”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CEO(오른쪽)와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COO. 샌드버그가 지난 5월 12일 저커버그의 생일을 축하하며 올린 사진. [사진 페이스북]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CEO(오른쪽)와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COO. 샌드버그가 지난 5월 12일 저커버그의 생일을 축하하며 올린 사진. [사진 페이스북]

저커버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시대가 끝났다”고 평했다. 그는 “셰릴이 합류할 때 나는 겨우 23살이었고 페이스북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채 조직문화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셰릴은 광고 모델을 구축하고 인재를 고용하고 경영 문화를 만들고 나에게 경영을 가르쳐줬다.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많이 함께 해줬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셰릴의 역할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COO 역할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정의한 슈퍼스타라서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면서다. 향후 메타 COO는 하비에르 올리반 최고성장책임자(CGO)가 맡게 된다. 저커버그는 “이제 메타는 각 서비스와 제품을 개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통합시킬 시점에 도달했다”며 “올리반은 (셰릴이 했던 역할이 아닌) 내부 및 운영에 집중하는 전통적 COO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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