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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만 부담 떠안아” vs “되레 해외로 눈돌려” 뜨거운 감자 된 납품단가 연동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회장 등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공정과 상생을 통한 신동반 성장을 다짐하는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여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회장 등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공정과 상생을 통한 신동반 성장을 다짐하는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여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오히려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고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도급 계약을 할 때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를 올려주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기존 중소기업계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대기업 납품단가에는 거의 변동이 없어 경영상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상생 차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 받지 못한 중소기업이 응답 기업(304개사)의 절반(49.2%)에 달했다. 한 번 계약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며 “새 정부에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한경연이 5개 원자재 산업과 12개 산업을 대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 대·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는 중소기업계의 시각과는 전혀 달랐다.

한경연은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경연 측은 이에 대해 “대기업이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재화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와 함께 납품단가 연동제에 따른 비용 증가로 대기업의 산출물은 0.93%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산출물도 0.14%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이 감소하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 총 4만7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은 0.2%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취업자 감소 수는 각각 1만9000명, 1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도 4.0%에서 4.2%로 올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경연은 납품단가 상승에 따른 대기업의 손실은 재화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도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가 14% 오르고, 소비는 0.14% 감소하며, 투자는 0.25% 감소할 것이라고 한경연은 추정했다. 정부의 총세수입도 0.2%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한경연은 납품단가 연동제로 교역 조건이 15% 정도 나빠지면서 수출과 수입이 각각 0.97%, 0.46% 줄어 무역수지도 10%가량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이 0.29%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경엽 한경연 연구실장은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구호 아래 경쟁이 아닌 정부의 보호와 대기업의 선의만을 기대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퇴출이 불가피하다”며 “지속해서 선도 기업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한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의 주장을 살펴봤지만 근거가 모호하다”며 “원자잿값이 오른다고 소비재 가격이 전혀 안 오르는 것도 아니고,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시장 가격대로만 대기업이 움직이면 국내 경쟁력도 망가질 수 있지 않나. 보고서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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