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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인력난인데, 외국인 박사 60% 취업정보 없어 탈 한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300개 기업 대상 외국인 이공계 석ㆍ박사 인재 수요 조사 

UST-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쿨 외국인 유학생 다샤 부락. 벨라루스 출신으로 나노-정보융합 전공 통합과정을 밟고 있다. [사진 UST]

UST-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쿨 외국인 유학생 다샤 부락. 벨라루스 출신으로 나노-정보융합 전공 통합과정을 밟고 있다. [사진 UST]

대전 대덕특구에 자리잡은 ‘한국 바이오벤처 1호’ 바이오니아는 최근 회사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연구개발과 글로벌사업개발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대학들에서 석ㆍ박사 인력이 적지 않게 배출되고 있지만,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중소 벤처기업으로 제대로 공급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정부가 수십년동안 세금을 투자해 국제 경재력을 갖춘 출연연에서 키운 외국인 학생들이 지역의 벤처기업에 취업하면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호소했다.

수원 광교에서 원자현미경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기업 파크시스템스의 박상일 대표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첨단 연구장비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여전히 고급 R&D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며“국내 유학을 마친 외국인 석ㆍ박사 자원을 찾을 수 있는 마당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뽑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고급 연구ㆍ개발(R&D)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국내 이공계 대학 출신 외국인 박사의 60% 가까이가 졸업 후 한국 땅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하고 싶어하지만 정보가 부족해 이들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2일 공동으로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이공계 석ㆍ박사 인재에 대한 기업 수요를 조사ㆍ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300개 기업에는 대기업 6개(2%), 중견기업 13개(4%), 중소기업 185개(62%), 벤처기업 96개(32%)가 포함됐다.

외국인 인력 미활용 이유

외국인 인력 미활용 이유

조사에 따르면 300개 기업 중 약 24%인 73개 기업은 외국인 연구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기업당 평균 외국인 채용은 2명이었다. 학력별로는 학사 1.1명, 석사 0.6명, 박사 0.3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내 유학생 출신 외국인은 35% 수준인 0.7명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이유는 내국인 연구인력 부족(43%), 해외시장 진출 업무에 활용(43%), 국내 인력 대비 전문성 및 능력 우수(33%) 등이 제시되었다.

외국인 연구인력 미채용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76%로, 주요 미채용 사유는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보 부족(43%), 내국인 연구인력으로 충분(외국인 연구인력 필요성 없음, 17%), 한국어 의사소통의 어려움(15%), 행정적 비용 및 제약(9%) 등을 응답하였다. 반면, 외국인 연구인력 미채용 기업의 60%가 향후 외국인 연구인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개방적 입장을 나타냈고, 선호 학력은 석사급(61%), 학사급(47%), 박사급(27%)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연구인력 활용 전공 분야는 전기ㆍ전자ㆍ컴퓨터가 52%로 가장 높았고, 화학ㆍ생명과학ㆍ환경이 21%, 인문ㆍ사회과학이 12%, 그리고 의료ㆍ약학ㆍ보건학, 기계, 재료 등이 각각 8%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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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기업의 69%는 외국인 연구인력을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은 외국인 연구인력 채용정보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 밖에 외국인 채용에 시간과 비용, 내부적인 노력이 국내 연구인력 대비 추가소요 부담을 애로점으로 응답했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방안으로 외국인 연구인력 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서비스 제공(32%), 채용 보조금 지원(26%), 고용비자 발급조건과 절차 대폭 완화(20%) 등이 제시됐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은 총 8만6562명이며 이중 약 10%인 8321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그러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총 2767명의 국내 박사학위 취득 외국인 유학생 중 국내 취업 비율은 42%였으며, 나머지 58%는 자국으로의 귀국 또는 해외 취업 등으로 진로를 이어갔다.

국내 대학원 중 외국인 유학생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국가연구소대학원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다. 재적생의 약 34%(약 450명)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국내 이공계 대학원 평균인 10%를 크게 넘어선다. UST의 경우 외국인 석ㆍ박사 우수 인재와 국내 기업 간 채용을 연결하는 유링크(U-LINK ; Link with Korea) 사업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도 나타났듯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채용정보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UST-한국화학연구원(KRICT) 스쿨에서 나노재료공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베트남 출신 Hoang Quoc Viet 박사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 UST]

UST-한국화학연구원(KRICT) 스쿨에서 나노재료공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베트남 출신 Hoang Quoc Viet 박사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 UST]

엑셀러레이터 펜벤처스의 송명수 대표는 “싱가포르는 외국인 국비 장학생의 경우 석사 학위 후 3년, 박사는 5년을 자국 내 기업에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한다”며 “한국내 대학 교수들 중 일부는 외국인 대학원 제자들이 국내에 취업하기 보다 모국으로 돌아가 교수로 활동하기를 더 원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류석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산학협력단장은 “미국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글로벌 인재들이 대학과 기업으로 몰려들어 핵심인재가 되어왔기 때문”이라며“한국은 세금을 들여 외국인 유학생을 교육하고도 산업현장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단장은 “일부에서는 대졸 취업난이 심각한데 무슨 외국인 유학생 일자리를 걱정하느냐는 말을 하지만 굳이 미국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인공지능(AI)ㆍ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는 고급 R&D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이들은 내국인 연구인력과 달리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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