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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원 37명→9명 ‘뚝’…진보당에도 밀린 정의당, 존립위기 속 지도부 총사퇴

중앙일보

입력

여영국 정의당 대표(왼쪽)와 이은주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뉴스1

여영국 정의당 대표(왼쪽)와 이은주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뉴스1

“진보 정당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여영국 정의당 지도부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여 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광역단체장 7곳·기초자치단체장 9곳 포함 총 191명의 후보자를 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바닥부터 무너졌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얻었던 37개의 기초·광역의회 의석을 다 날리고 단 9석만을 차지했다. 제3지대 정당을 선호하는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경기권에서도 정의당은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로도 단 한 명의 지방의원도 내지 못했다.

정당 득표율이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상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 득표율 5%를 넘겨야 받을 수 있는데, 서울(4.01%)·경기(3.60%)에선 이 벽을 넘지 못했다. 2018년에는 서울 9.69%, 경기 11.44%의 득표율을 기록했었다. 진보세가 강한 광주에서도 정의당은 9.46%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국민의힘(14.11%)에 밀려 비례대표 광역의원을 배출하는 데 실패했다. 3석 중 2석은 민주당, 1석은 국민의힘 차지였다. 정의당 관계자는 “2012년 창당 이래 처음 겪는 참패”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개정한 선거법으로 전국 11곳에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인 이상 선출) 시범 실시지역이 생겼지만 정의당은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인천·광주에서만 1석씩을 건졌을 뿐 나머지 9곳에선 3위에게 돌아가는 의석까지 거대 양당에 모두 내줬다. 7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철저히 외면받았다. 경남지사 후보로 나선 여 대표가 4.01%,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이정미 전 대표가 3.17% 득표에 그쳐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게 됐다.

6석 원내 정당인 정의당의 참패는 원외 정당인 진보당의 선전과 비교하면 더 뼈아픈 결과다. 2014년 정당해산 결정을 받고 사라진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을 포함해 총 21명의 당선자를 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및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뉴스1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및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뉴스1

이런 최악의 결과를 두고 당내에선 “예견된 패배”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의당 당직자는 “대선 이후 어떤 갈무리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반성이 없었다”며 “여영국 대표가 진작 물러나 체제 정비를 하고 지방선거를 뛰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정의당원은 “‘민주당 2중대’트라우마 빠져 정의당만의 정체성은커녕 ‘2중대’의 실속도 챙기 못한 채 표류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장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내부 혁신의 방향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원내 제3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찾기란 요원한 일이라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당장 당을 이끌 구심점을 찾는 것 자체가 난제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심상정·노회찬을 이을 다음 세대가 출현하지 않고 있다”며 “대중 정당으로서 지위 회복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성찰한다는 메시지만으론 부족하다. 기층부터 다시 파고들 생각을 해야 한다”며 “진보당이 이번에 크게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정체성을 앞세워 노동자 등 기층에 철저히 천착한 결과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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