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 초청 이유 있었다…블링컨 “나토가 맞설 위협에 中 넣겠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토가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포함, 인도‧태평양 국가 정상들을 이번 회의에 초청한 포석이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해당 회의에서 오늘날과 미래에 예상되는 위협을 다룰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는 중국의 급속한 군사화, 러시아와의 제한 없는 우정, 세계 평화와 안보에 필수적인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약화 시도 등이 포함된다”며 중국을 콕 짚어 언급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과의 전략적 경쟁이 점차 늘어나는 시기에 대비하고 억지력과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전략 개념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달 말 정상회의에서 내려질 중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나토의 전략 개념은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 대응 전략 등 담은 공식 문서다. 이를 10여년 만에 업데이트하면서 중국을 주요한 위협으로 다루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에 더해 “유럽연합(EU) 및 인‧태 지역의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냉전 시대 소련과 동구권이 연합해 만든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맞서 결성된 나토가 2022년 새로운 위협인 중국까지 포괄해 견제할 수 있도록 인‧태 지역 동맹 및 우방국들과도 연합하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발간 100주년 기념 온라인 대담에서도 중국을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중국은 국제 질서를 다시 쓰려는 의도와 날이 갈수록 이를 위해 필요한 경제‧외교‧군사‧기술적 능력을 모두 갖춰가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면서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원칙으로 미국 내부로의 투자(invest), 동맹‧우방과의 연계(align), 경쟁(compete)을 다시 강조했다.

이 중 연계에 대해 “동맹, 파트너들과 힘을 합쳤을 때 어떤 홀로 하는 나라보다도 훨씬 큰 위력을 보여줄 수 있다. 중국이 우리가 반대하는 어떤 행위를 한다고 할 때, 이를 미국 혼자 다룬다면 세계 GDP의 20%, 25%의 역량에 그치지만 우리가 동맹 및 우방과 함께 하면 그런 역량은 세계 GDP의 50%, 60%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런 힘을 토대로 이익을 수호하고, 미래 비전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과 경쟁한다는 취지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윤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더욱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위협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및 우방을 모아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정상도 초청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하게 된다. 양 정상은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열린 회담에서는 물샐 틈 없는 북핵 공조를 과시하는 동시에 경제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 한‧미 동맹이 기술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선언했다.

윤 정부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 국가로 공식 동참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견제 구상에 힘을 실어주긴 했지만, 양자 간 차원에서는 공동성명에 지난해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수준의 문구만 다시 반복하는 등 중국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게 사실이다. 한‧미 간 대중 견제 ‘싱크로율’의 본격적 시험대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다자외교무대 ‘데뷔전’이다. 지난달 코로나19 정상회의와 IPEF 출범 정상회의에 참석하긴 했지만 대면이 아닌 화상을 통해서였고, 준비한 연설문만 읽는 정도였다.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AP=연합뉴스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AP=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에게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미‧중 사이에서 보여온 전략적 모호성과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유럽 및 인‧태 주요국 정상들에게 직접 보여줄 기회인 셈이다. 동시에 ‘반중’으로 똘똘 뭉칠 회의에서 여전히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중요한 윤 정부의 대중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난제도 안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보도된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보나 기술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