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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계양을 윤형선이 고발한다

'노룩 20년' 송영길 전철 밟지 말고 계양 발전에 앞장서주기 바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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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선 국회의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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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을에서 맞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계양을에서 맞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치열했던 6·1 지방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지난 두 번의 선거 땐 민주당 텃밭이라 큰 관심을 못 받았던 조용한 인천 계양에 하루가 멀다하고 국민의힘 중앙당 인사들이 찾아와 지원 유세를 했다.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부터 이준석 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분당갑 후보, 최근 입당한 당구 여신으로 유명한 차유람 선대위 특보까지. 심지어 지난달 23일과 24일엔 단 이틀 동안 언론 인터뷰를 20번 가까이했다. 앞서 21일에 경쟁 상대인 거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역전한 지지율 결과가 나오자 요청이 쇄도한 거다. 이번이 내 인생 세 번째 선거지만 지역신문 아닌 중앙 언론과의 인터뷰는 난생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이름 없는 동네 의사가 전국구 정치인이 되는 엄청난 경험을 했다. 이게 다 이재명 후보 '덕분'이다.

윤형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 대표는 여러 차례 계양을 찾았다. [연합뉴스]

윤형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 대표는 여러 차례 계양을 찾았다. [연합뉴스]

이미 숱한 언론의 비판에 잘 드러나듯이 지난 3월 대선 때 당시 여당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후보는 아무 명분도 없이 앞으로 받아야 할 각종 수사에 대비하는 방탄용으로 연고조차 없는 계양에 등장했다. 송영길 전 의원(민주당)의 서울시장 출마로 빈 지역구를 물려받았는데, 오죽 계양을 만만히 봤으면 선거운동 내내 무지와 무례만 드러냈다. 지난 25일 후보 토론회 때 보니 심지어 본인의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도로명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와 이 후보 선거사무소 모두 8차선 경명대로가 지나는 장제로에 있는데, 계양 시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이러니 지역 주민들에게 계양 실정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인상만 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선거 초반엔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라며 아예 계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역 선거인데도 그렇게 전국 유세에만 열심이더니 여론조사 결과가 뜻밖에 부진한 거로 나오자 그제야 부랴부랴 계양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다. 26일부터는 오전 7시에 계산역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오후엔 내내 거리 유세를 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오히려 이때부터 온갖 문제가 더 불거졌다는 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두번째),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왼쪽 세번째)가 지난달 27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두번째),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왼쪽 세번째)가 지난달 27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일단 한 여론조사 기관의 지지율 역전 보도가 나온 지 3일이나 지나서야 계양 유세에 집중한 게 유권자의 분노를 샀다. 뜬금없이 수직 이착륙 어쩌고 하면서 내놓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도 마찬가지다. 실현성을 떠나 지역구 후보가 내놓을만한 공약이 아닐뿐더러 심지어 계양 시민들 반응도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 유세는 논란이 많았다. 오죽하면 이 후보 유세 현장에 늘 경찰이 수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씩 출동했을까. 유세 현장에 이렇게 경찰이 자주 출동하는 건 선거 세 번 치르면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계양경찰서에 따로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과 하도 트러블을 많이 일으켜서 그런 거라 추측할 뿐이다. 이미 알려진 불미스런 사건도 꽤 있다.

그중 하나가 한 시민이 밤에 식당에서 술 마시다가 이 후보의 거리 유세가 시끄럽다고 치킨집 그릇을 던졌다가 현장 질서 유지한다며 대기 중이던 경찰에 의해 곧바로 체포된 사건이다. 이 시민의 행동이 잘못된 건 맞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의 고발로 그릇 한 번 잘못 던졌다가 구속까지 됐으니 과거 성남시장 시절 무려 1080명이나 고발한 거로도 모자라 이제는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유권자를 상대로 싸운 셈이다. 이 외에도 손으로 목을 긋는 제스처에, 시민을 밀치고 벤치에 올라가고, 식당에서 밥 먹는 여성을 쿡 찌르고 지나가는 등 마치 유권자를 섬기고 봉사하는 태도가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유세 때마다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후보의 계양 선거 유세 현장에 경찰 두 명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이재명]

지난달 29일 이재명 후보의 계양 선거 유세 현장에 경찰 두 명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이재명]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후보와 완전히 반대되는 선거 전략을 짰다. 대단한 게 아니라 그저 기본에 충실한 거였다. 전국적으로 주목받을수록 더욱더 잠을 줄여가며 지역밀착형 선거 유세를 했다. 이기든 지든 그게 지난 25년 동안 10만 명의 진료를 보며 서로 신뢰를 쌓아온 계양 시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싶었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뛰고 또 뛰느라 이미 녹초가 됐지만 26일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오전 4시 30분 인력 시장에 가서 출근 준비하는 미화 요원들을 만났다. 그리고 바로 계산역에 가서 오전 6시부터 출근길 인사를 했다.

비록 아쉽게 선거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제 아무도 계양은 무조건 민주당 텃밭이라 아무 기대도 없다는 소리는 안 할 거라 믿는다. 처음 정치를 시작한 지난 2015년이 떠오른다. 보수 정당 입장에선 이곳 계양이 전라도 같은 험지다 보니 당선은커녕 아예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능력은 물론이요 이 지역에 뼈를 묻을 인재가 후보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간절하게 출마를 권유한 (당시 새누리당, 현 국민의힘) 당원들의 간절한 설득으로 계양구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평소 내가 처음 개업한 계양에 뼈를 묻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정치를 염두에 둔 적은 한 번도 없던 터라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오죽하면 아내는 “송영길이 제발 (지역을 위해 일을) 잘해서 남편이 출마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송영길 의원은 손 내미는 윤형선 후보에 '노룩' 악수를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송영길 의원은 손 내미는 윤형선 후보에 '노룩' 악수를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실제로 선거에 나서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첫 선거였던 2016년엔 송 전 의원과 12%포인트 차, 그리고 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2020년 총선에선 19.9%포인트 차로 패했다. 뒤늦게 화제가 된 2020년 방송 토론회 당시 송 후보의 무례한 '노룩(No Look) 인사' 동영상이 말해주듯 송 후보는 나를 제대로 된 경쟁 후보로 대하지조차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선거 승패와 무관하게 이미 스스로 무너졌다고 본다. 송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 내리 5선이나 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계양은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퇴보했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내가 직접 목격했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계양에 처음 온 1998년은 계산택지개발지구 덕에 ‘계산동 붐’이 일 정도였다. 구월동 길병원에서 수련의를 마치고 계산동에 내과를 개원할 때만 해도 계양은 다들 이사 오고 싶어하는 동네였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의 출마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일 만큼 민주당 20년 세월에 완전히 후퇴했다. 인구는 35만명에서 29만명으로 줄었고, 계양이 발전하는 데 발목을 잡는 귤현 탄약고는 여전히 그대로다. 계양을 관내 등록 차량이 30만 대가 넘는데 공공 주차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항철도 계양역과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연결하는 지역 숙원사업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선거운동하면서 사뭇 달라진 유권자들의 태도는 정권 교체 후 국민의힘의 인기 상승 요인도 있지만 이런 민주당의 실패에서 기인하는 점도 분명 있다. 유세 현장에서 마주친 한 유권자는 “여기서 이름난 명의시니 정신 나간 사람(이 후보)을 잘 치료해서 돌려보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해명하고 싶은 게 있다. 민주당은 내가 목동에 집 한 채 있다는 거로 집요하게 공격했다. 맞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전세를 전전하다 어렵게 찾은 집이기도 하고, 또 목동 집이 인천 구월동이나 연수동보다 더 가깝다. 더 중요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계양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세금도 계양에 내고 하다못해 장도 계양에서 본다. 계양에 산 지 25년 된 나와 계양에 온 지 25일밖에 안 된 이 후보를 비교할 수는 없다. 미래는 더욱 그러하다. 난 또 목적만 달성하면 훌쩍 떠나버릴 누구와 달리 남은 인생도 계양과 함께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