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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줄 우리 술, ‘꽃잠’과 ‘지란지교’

중앙일보

입력

이지민의〈전통주 테라피〉
전통주 전문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의 ‘한국술 카운슬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답답함은 해소하고 취향에 맞는 한잔 술까지 추천받을 수 있답니다. 우리 술을 ‘힙’하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이 대표가 알려주는 전통주에 얽힌 ‘썰’과 술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은 덤입니다.

이별은 다음의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사진 grazelgarciatherapy 홈페이지

이별은 다음의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사진 grazelgarciatherapy 홈페이지

“2년 동안 만난 애인과 최근 이별했습니다. 헤어질 때는 서로 상처를 많이 줘서 마음이 아팠는데요. 이별하고 두 달 정도 지난 지금은 상처가 많이 아물었고, 아픈 이별 후 배운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여전히 허전한 마음이 남아 있어요. 그럴수록 저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투자하면서 행복하고 좋은 날들만 꿈꿔 보려고 해요. 남아 있는 허전함을 훌훌 털어버리게 해줄, 맛있고 깔끔한 술 한잔 추천해주세요.”

사연을 읽으며 저의 옛(?) 시절을 떠올려봤습니다. 평생의 짝을 찾기까지, 두근거리던 설렘부터 풋풋한 만남, 불같은 사랑, 허무한 헤어짐과 슬픔, 아픔까지 두루 겪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었죠.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사귀었던 사람과의 이별 역시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울적함에 혼자 술을 진탕 마시기도 해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람들을 만나고, 일에 매진하기도 했었죠.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상황이 다 인생의 소중한 추억인 것 같습니다. 옛 시절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 경험들이 하나씩 모여 더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을 만들어줬고, 그래서 좋은 짝을 만나게 해준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마음이 쓸쓸하고 외롭겠지만, 다음 인연을 만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니 모쪼록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시라고, 고심해서 고른 술 2종을 소개합니다.

① 남아 있는 허전함마저 훌훌 털어버려 줄, 맛있고 깔끔한 술 ‘꽃잠’

이별 뒤 속상한 마음에 술을 진탕 마셨다가 다음날 끔찍한 숙취로 고생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을까요? 취기로 늘어진 몸에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루를 우울하게 시작하는 건 더더욱 별로이죠. 이럴 땐 혼자 한 병을 쭉 비우고,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뒤 없이 깔끔한 술이 최고이죠.

추천해드릴 술은 ‘꽃잠’입니다. 순 우리말로 ‘깊게 잘 잠’이라는 뜻이에요. 지리산 둘레길에 있는 고즈넉한 양조장 ‘옛술도가’의 수제 막걸리이죠. 우리 밀 누룩과 우리 쌀을 이용해, 자연 발효라는 전통 방식 그대로 빚습니다. ‘백세(백번 씻는다)’라는 전통적인 쌀 씻기 방식으로 쌀뜨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물을 바꿔가며 씻은 뒤 단양주(한 번 빚는 술) 방식으로 10일 동안 발효해 완성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연 탄산과 함께 산미(酸味), 감미(甘味), 고미(苦味 쓴맛)를 모두 느낄 수 있는 막걸리이죠. 신맛을 말하는 ‘산미’나 단맛을 뜻하는 ‘감미’는 잘 알려진 단어지만, ‘고미’는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쓴맛을 뜻하는데, 어떤 한 맛에 치우치지 않고, 곡류의 담백함과 함께 단맛과 신맛, 쓴맛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최적의 맛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옛술도가의 송승훈 대표는 꽃잠을 마실 때 꼭 세 모금을 연거푸 삼키라고 권합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맛이 다른데, “세 번째가 진짜 막걸리 맛”이라고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이지만 세 번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좋은 막걸리는 마시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쭉 들이켜게 되거든요. 한 병에 1000㎖지만 한 병을 비우는 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양조장을 직접 방문해서 맛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홀로서기 여행지로 최적의 장소이거든요.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흑돼지구이도 맛보고, 양조장 한쪽에 자리 잡고 꽃잠을 맛보면 허전함을 잠시나마 훌훌 털어내실 수 있을 겁니다.

꽃잠, 탁주, 도수 6%, 용량 1000mL, 1만원대. 사진 이지민

꽃잠, 탁주, 도수 6%, 용량 1000mL, 1만원대. 사진 이지민

푸드페어링
사실 꽃잠은 별다른 안주가 필요 없어요. 햇살 좋은 주말의 오후에 창문가에 기대어 홀짝이며 낮술로 즐기면 최고입니다. 양조장 ‘옛술도가’에서는 종류별로 소금을 내어 주시는데, 이게 제법 괜찮은 안주가 되어줍니다. 집에 있는 좋은 소금을 조금 꺼내어 막걸리와 함께 곁들여 가볍게 맛보아도 좋습니다. 음식을 함께한다면 월남쌈을 ‘강추’합니다.

② 좋은 짝을 꿈꾸며 마시기 좋은 술 ‘지란지교’
제가 한국 술을 알리는 일을 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 중에 손에 꼽을만한, 금실 좋은 부부가 있습니다. 정년퇴직 후 전북 순창으로 귀향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임숙주 씨와 김수산나 씨 부부입니다. 양조장의 술 이름도 이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그대로 담았죠. ‘지초(芝草)와 난초(蘭草) 같은 향기로운 사귐’이라는 뜻의 사자성어 ‘지란지교(芝蘭之交)’가 제품의 이름입니다. 지란지교의 뜻을 삶에서 실천하는 부부이죠. 이별을 딛고 좋은 인연을 만나시라는 의미에서 두 번째 술은 부부의 사랑과 행복, 따스함이 술에 고스란히 담긴 ‘지란지교’를 추천합니다.

부부의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술은 탁주와 약주, 무화과 탁주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 대표는 지란지교 약주입니다. 직접 만든 전통 누룩과 순창에서 생산되는 찹쌀과 멥쌀, 지하 791m에서 뽑아 올린 천연암반수로 빚은 술이죠. 멥쌀로 죽을 쑤어 식힌 후 누룩과 물을 더해 밑술을 만들고, 찹쌀로 죽을 쒀서 덧술을 혼합하는 ‘이양주’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그리고 100일의 발효 기간과 90일의 숙성 기간을 통해 완성되죠.

황금빛 색을 띠는 지란지교 약주는 잘 익은 참외, 황도, 황매 등의 과실 향과 함께 은은한 시트러스 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은은한 단맛과 적절한 산미, 신맛, 쓴맛 등 오미가 살아있는 술로 후숙이 잘 된 과일 같은 느낌도 듭니다. 마실수록 침샘을 계속 자극해서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지란지교 약주의 장점입니다. 여기에 감칠맛도 있어 입에 착착 붙는 느낌을 선사합니다.

지란지교, 약주, 도수 15%, 용량 500mL, 2만원대. 사진 이지민

지란지교, 약주, 도수 15%, 용량 500mL, 2만원대. 사진 이지민

푸드페어링
지란지교는 시간에 따라, 그리고 온도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약주입니다. 차갑게 칠링해서 와인잔에 즐기면 청량감 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정겨움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술이라 마실 때마다 농촌의 밥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렁 쌈장과 보리밥, 노각 무침, 두루치기에 채소 쌈을 곁들여 함께 드셔보세요.

DRINK TIP 냉장고에 오래 묵혔다 마시기
막걸리는 반드시 유통 기한을 명기하게 돼 있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중 막걸리들은 ‘생(生)’자를 붙여 신선함을 강조하며, 유통 기한도 짧게 책정해 놓죠. 보통 유통 기한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사이입니다. 그래서 구매 직후에 바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죠. 숙성 과정에서 맛이 달라지거나 산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최소 몇 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 숙성을 거쳐 출시된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을 더 묵혔다 맛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막걸리 마니아들이 묵혀 마시기로 유명한 제품으로 ‘금정산성’ 막걸리를 손꼽을 수 있는데요. 김치냉장고에 저온 숙성으로 보관해두면 단맛이 줄고, 신맛이 좀 더 깔끔해지며, 바디감은 가벼워져 또 다른 술을 마시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번에 추천한 ‘꽃잠’ 막걸리나 ‘지란지교’ 약주도 오래 묵혔다 맛보면 또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묵혔다 마실 때는 ‘보관’이 생명입니다. 저온이 잘 유지되는 김치냉장고 구석 깊숙이 세워서 보관하시고, 장시간 그 존재를 잊고 있으면 됩니다. 긴 기다림이 기쁨을 선사해 줄 거예요.

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에서는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술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고민이 채택되신 분께는 술 추천과 함께 기사에 소개된 전통주 중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이지민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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