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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부터 나가는 아이, 보드게임으로 자기조절력 키우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2.06.02 06:00

업데이트 2022.06.02 10:02

“엄마, 빨리 보드게임 하자!”
8살 진우가 거실 서랍장에서 낚시 게임을 꺼냈다. 엄마는 진우의 성화에 못 이겨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꼭 규칙 지켜. 알았지?”
진우는 “알겠다”고 말하면서 낚시게임을 바로 시작했다.
“어? 엄마는 아직 막대도 안 잡았는데…”
신이 난 표정으로 물고기를 잡는 진우 옆에서 엄마도 재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어느새 전세가 역전됐다. 엄마가 잡은 물고기가 많아지자 진우의 마음이 급해졌다. 게임이 마음처럼 잘 안 되자 진우는 손으로 막대의 긴 줄을 잡고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그거 반칙이야.”
엄마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진우. 질 수 없는 엄마가 게임에 열중하며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자 진우는 덥석 손으로 물고기를 잡는다.
“내가 이겼다!” 진우는 만세를 외친다.
“손으로 잡으면 반칙이야. 이 게임은 무효인 거 알지?”
엄마는 한숨이 나온다. 친구와 이렇게 논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놀이를 할 때마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진우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보드게임은 아이의 충동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놀잇감입니다. 아이들은 게임의 규칙을 따르며 자신의 충동을 통제하고, 좌절 상황에서 참고 견디는 힘을 배우죠. 그리고 게임 속 문제 상황을 해결하며 문제해결력을 습득합니다. 하지만 성격이 급하거나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진우와 비슷한 놀이 패턴을 보입니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 자꾸 규칙을 어기는 겁니다. 이런 아이의 자기 조절력을 키우는 놀이법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사용하세요

①게임은 함께하는 거라고 알려줍니다
진우가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을 때, 엄마는 아직 낚싯대도 잡지 못한 상태였어요. 이럴 땐 엄마의 상황을 분명히 말해줘야 합니다. 그럴 땐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게 먼저고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진우가 낚시게임을 빨리 시작하고 싶구나. 그런데 엄마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어.” 아이의 행동을 멈추도록 요구하는 말입니다. 엄마를 기다리면서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서서히 배웁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고 잘 기다렸다면 “기다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엄마가 준비할 수 있었어”라고 반드시 칭찬해줍니다.

②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합니다  
진우와 엄마는 낚시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규칙을 정하지 않았어요. 진우가 막대에 달린 줄을 손으로 당기거나, 손으로 물고기를 잡은 건 그래서입니다. 게임 규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변경하면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아이와 이렇게 대화하며 규칙을 정해보세요.

엄마: 우리 규칙부터 정하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진우: 물고기 많이 잡은 사람이 이기는 거로 해요.

엄마: 좋아! 많은 물고기를 잡은 사람이 승리하는 거야. 또 생각나는 규칙 있니?

진우: 물고기는 손으로 잡으면 안 돼요.

엄마: 오, 좋은 생각인데! 만약 물고기를 손으로 잡으면 어떻게 할까?

진우: 물고기를 다시 제자리에 넣어요.

엄마: 그래, 좋아. 그런데 만약 규칙을 세 번 어기면 어떻게 하지?

진우: 음… 모르겠어요.

엄마: 상대방에게 자신이 잡은 물고기 한 마리 주기? 3초 쉬기? 아니면 게임 멈추기는 어때?
(아이가 대답하기 힘들어할 경우 여러 대안을 알려주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진우: 잡은 물고기 한 마리 주기!

아이와 게임 규칙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생각하는 연습을 합니다. 평소 게임 규칙을 잘 잊어버리거나 자주 어기는 아이라면 보드에 적어놓고 시작하세요. 시각적으로 규칙을 한 번 더 상기할 수 있으니까요. 게임에서 벌칙을 정한다면 ‘딱밤 때리기’ ‘뿅 망치로 머리 때리기’처럼 상대방을 아프게 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벌칙은 삼가야 합니다. 대신 ‘진 사람 간지럼 태우기’ ‘이긴 사람을 위해 안마 10번 해주기’ 등 모두가 즐거운 벌칙을 정해주세요. 게임이 아무리 즐거웠어도 벌칙으로 마음이 상할 수 있거든요.

③게임은 구령에 맞춰 시작합니다
순서를 정하지 않으면 보통 아이들은 먼저 게임을 시작해버립니다. 이때 아이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구령을 만들어 봅시다. “엄마가 ‘시작!’이라고 외치면 하는 거야”라고요. 엄마의 말을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시장?”, “시험?”, “시똥?” 등 ‘시’로 시작하는 여러 단어를 말한 후, 마지막에 “시작”이라는 구령을 외치면 더 재미있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어요. 아이의 집중력도 더 높아지겠죠?

④아이가 규칙을 어겨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함께 정해도 아이들은 반칙하곤 합니다. 이때 “너 또 규칙 안 지킬래? 게임 그만해야겠다”라거나 “자꾸 규칙을 어기면 이제 안 놀아준다”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진우가 손으로 물고기를 잡았을 때, 엄마가 이렇게 반응했다면 어땠을까요?

엄마: 진우가 급한 마음에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버렸구나.

진우: 깜빡했어.

엄마: 2번 더 손으로 잡으면 물고기 한 마리를 엄마한테 줘야 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게임을 해야겠다.

아이의 행동을 질책하는 대신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고, 아이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다독여줍니다.

⑤과정을 칭찬해주세요
아이가 규칙대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그 과정을 꼭 칭찬하고 격려해주세요. “물고기가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잡기가 쉽지 않은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구나”라고 말이죠. 만약 아이가 물고기를 손으로 잡으려다가 스스로 그 행동을 인식하고 멈춘다면 “와, 진우가 규칙을 지켰네. 기특하다”고 말해주세요. 아이는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낄 거예요.

충동조절 도와주는 보드게임, 이런 게 있어요

같은 과일 그림이 5개가 되면 종을 치는 게임입니다. 아이의 연령, 발달을 고려해 종을 칠 수 있는 과일의 개수를 4개에서부터 8개까지 늘리는 식으로 규칙을 만들면 좋습니다. 충동조절이 어려운 아이일수록 종을 잘못 치고, 게임 중간에 화를 내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이가 끝까지 게임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만약 아이가 성급하게 종을 누르려다 잘못된 행동인 걸 알아차리고 멈췄다면 반드시 칭찬해주세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충돌을 조절하는 순간이거든요.

아이가 이 게임에 익숙해지면 난이도를 높이며 충동 조절을 연습해 보세요. “진우가 1단계 게임을 멋지게 해내서, 이번엔 2단계로 올라가려고 해. 같은 과일이 5개 되면 종을 치면서 과일 이름까지 동시에 말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새로운 규칙을 정해 말과 행동을 동시에 조절하는 연습을 시켜보세요. 아이에게 어떤 규칙을 추가하고 싶은지 직접 정하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야자수 모양의 원통에 색깔 막대를 꽂고, 원숭이 모형이 색깔 막대에 걸리도록 넣어준 후 주사위를 던져 나온 색깔과 같은 색의 막대를 하나씩 뽑아 원숭이를 가장 적게 떨어뜨린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충동적이고 성격 급한 아이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표가 납니다. 원숭이 모형이 막대에 걸리도록 살살 올려놓지 못하고 툭툭 던져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이때 양육자는 “원숭이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조금씩 넣어보자”라고 말해주세요. 게임 도중에 ‘천천히’, ‘살살’ 같은 말을 중간중간 해주어 아이가 힘을 조절해가며 막대를 빼게 도와주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죠.

응용 놀이법도 있습니다. 색깔 주사위를 던졌을 때, 주사위와 다른 색깔의 막대를 뽑고 싶다면 대신 ‘카드 뽑기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는 겁니다. ‘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게임에 참여하는구나’ 같은 상대를 격려하는 말하기, 가장 즐거웠던 순간 말하기, 상대방을 10초간 웃기기 등 다양한 미션이 담긴 카드를 준비하세요. 아이는 미션을 수행함으로써 양육자와 즐겁게 상호작용하고, 자기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미션 내용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것이 좋고, 게임 중 미션 카드를 몇 번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의 규칙도 함께 정하면 놀이가 더욱 즐겁습니다.

오늘은 보드게임 놀잇감으로 아이의 충동조절에 도움을 주는 놀이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보드게임을 한두 번 한다고 아이의 충동적인 행동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법이잖아요.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놀아주세요. 아이의 작은 노력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정리=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jung.sunean@joongang.co.kr

자기 조절력 키우고 싶다면, 이렇게 놀아주세요
①게임은 함께 시작하는 거라고 알려주세요
②게임 전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하세요
③게임은 구령에 맞춰 시작합니다
④아이가 규칙을 어겨도 비난하지 마세요
⑤과정을 칭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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